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도 아닌 산골 선방에 있는 수좌스님이 난데없이 세간에 나와 ‘친절’을 강조한다. 주인공은 최근 담앤북스(대표 오세룡)를 통해 <친절한 간화선>을 출간한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
스님은 왜 ‘친절’을 꺼내 들었을까? 월암 스님은 “발심이 있는 곳에 화두가 있고, 화두가 있는 곳에 발심이 있다. 발심은 무상을 절실하게 느끼는 마음과 간절한 마음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간절함이 이론과 생각에 있지 않고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절체절명으로 우러나는 것이 친절”이라고 말했다.
<친절한 간화선>의 저자 월암스님.
스님의 친절에 대한 정의는 계속된다. 월암 스님은 “친절은 안과 밖의 친절이 있다”며 “마음을 밝혀 생사를 벗어나겠다고 하는 간절함이 직접적으로 자신을 일깨우는 것이 안(內)의 친절이고, 일체의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섬기는 친절이 밖(外)의 친절”이라고 설명했다. 안의 친절로 인한 사무치는 수행이 밖의 친절로 드러나지 않으면 30년간 화두를 잡고 있어도 견성견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월암 스님은 이 책에서 ‘친절’을 근간으로 간화선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발심 △습인 △정견 △수증 △간화선 △회향 등으로 이뤄진 텍스트를 통해 스님은 불자들에게 친절하게 간화선을 소개한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선지식의 지도’. 월암 스님은 “아무리 간화선 수행을 해도 잘 되지 않는 것은 혜안을 가진 선지식의 지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신심과 원력이 없는 수행만 남은 관념불교만이 남아 있는 한국불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도정관을 깨달아 바른 지견을 가진 선지식이 배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오늘날 선지식이 없다고 말하지만 자기 스스로 신심과 원력이 없고 진정한 발심을 하지 않고 또한 도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지 못한데 선지식이 눈앞에 있은들 어찌 알아 보겠는가”라며 “지금과 같은 불신의 시대에는 만일 석가, 문수, 보현, 달마, 혜능이 온다 해도 선지식으로 받들기는커녕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다. 우리시대 이미 스승의 도가 무너지고 후학의 예가 바로 서지 않아 선지식이 없는 말세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한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더불어 “간화선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번뇌 망념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망념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알아채면 본래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망념만 버려도 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간화선 지침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행자들부터 친절해져야한다”며 “선방 온 사방에 ‘출입금지’ 정진 중‘이란 간판을 내걸었지만 발심 없는 수행이 이뤄지고 있다. 시장바닥에서도 중생에 대한 간절한 사랑이 있으면 수행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풍토가 계속되다보니 친절한 위빠사나, 불친절한 간화선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동안거 때 작정을 하고 간화선 지침서를 만들기 위해 망상을 피어봤다는 월암 스님. 스님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 수행에 입문해 발심하고 습인을 거쳐 정견을 확립해 견성을 이뤄 안심의 해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월암(月庵)스님은?
1973년 경주 중생사에서 도문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중국 북경대학에서 <돈오선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스님은 이후 동국대 선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백양사, 봉암사, 정혜사, 벽송사, 대승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했다.현재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수행학교 교장과 함께 문경 불이마을 한산사 용성선원장으로 불이선(不二禪)운동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