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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을 연결하는 산행이라, 산악회 대간 팀의 계획에 따라 '저수령 → 옥녀봉 → 문봉재(운봉산) → 돌목재 → 벌재 → 황장산 약수 → 폐맥이재(폐백이재) → 치마바위 → 황장재 → 감투봉 → 황장산 삼거리 → 황장산 → 멧등바위 → 작은 차갓재 → 안생달'의 13.16km, 7시간 구간을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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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봉재(문복대/운봉산)
높이: 1,074m
위치: 경북 문경시 동로면
백두대간이 죽령, 도솔봉, 향적봉, 저수령을 지나서 문경시 관내로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큰 산을 하나 두고 있는데 바로 운봉산이다.
석항리 사람들은 '문봉재'라고 부르고 있으나 산 이름에 '재'가 붙어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알아본 결과 옛 이름이 운봉산이라 하였다 하나 1/5,000 지도에는 문봉재라고 되어 있다.
이 문봉재는 저수령과 벌재 사이에 있는데 이 산에서 한줄기가 북으로 뻗어 수리봉·신선봉과 유명한 단양팔경 중 상·중·하선암이 있는 도락산을 두고 있다. 이 산 밑에 배나무골, 호박골, 세작골, 성골을 두고 있으며, 이 골짜기들이 모두 동로면 석항리를 이루고 있다.
석항을 돌목이라고 하는데 아직 남아있는 예쁜 우리 마을 이름이다. 오늘도 돌목 뒷산인 운봉산은 봄, 여름, 가을 돌목 사람들을 지키며 묵묵히 있다. - 한국의 산하
황장산[黃腸山]
높이: 1,077.4m
위치: 경북 문경시 동로면
월악산국립공원의 동남단을 이루는 훌륭한 산행대상지이면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산이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 있는 황장산(1077.4m)이다.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지나 저수재와 벌재를 지나며 큰 산을 솟아놓고 깊은 계곡도 만들어 놓았는데 이산은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하는 1/25,000지도에는 황정산으로 표기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예천군읍지에 보면 작성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황장산은 깊은 골짜기의 원시림과 빼어난 암벽으로 인 하여 전국에서 많은 산악인이 찾고 있으며 조선시대에 황장목이 유명하여 봉산 되었고, 봉산 표지석이 발견되어 문화재자료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계곡 중간에는 작성이 있고 돌문이 잘 보존되어 있다.
생달리 안산다리를 기점으로 작은차갓재-정상-산태골-안산다리로 내려오는 코스는 가장 빠른 시간에 황장산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차갓재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진 백두대간 능선의 가파르지도 않고 아기자기한 암릉미를 즐기며 동서남북에 솟아 있는 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안산다리 광산에서 10분쯤 가면 계곡은 오른쪽으로 굽어 돌아가고 길은 곧장 북쪽으로 계곡 왼쪽 비스듬한 사면으로 나 있다. 아름드리 낙엽송이 빼곡히 들어찬 숲이라 산책로처럼 헬기장이 있는 고개에 닿는다. 작은 차갓재라 부르는 이곳은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차갓마을로 해서 봉산 표지석이 서있는 명전리로 내려갈 수도 있고 우망골로 갈 수도 있다. 정상은 언제 암릉을 지나왔나 싶게 육산의 모습을 하고 헬기장과 달랑 정상 표지석만 세워져 있다. 벌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을 빼고 나무에 가려 전망이 신통치 않다. - 한국의 산하
검은 호랑이(黑虎)의 해인 2022년 1월 1일은 토요일로 휴일이 하나 없어졌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어, 평소와 다름없이 토요 산행을 위해 갈 만한 산을 찾아 거의 모든 안내산악회를 뒤졌다. 그런데 대부분 산악회 새해 첫 산행은 늘 그랬듯이 새해 첫날을 그냥 보낼 수 없는 많은 등산객을 위한 일출 산행이 대세였다. 소위 일출 명당이라면 산이든 섬이든 가리지 않고 금요일 즉 2021년 12월 31일 심야에 서울을 떠나, 토요일 즉 2022년 1월 1일 일출 명당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비는 산행이다. 소원은 아니더라도, 새해의 각오를 다진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각오를 다질 생각은 없어, 현재 진행 중인 천고지 산행이 있는지 찾아봤다. 있었다! 정확히는 한 백두대간 종주 팀이 천고지 산 중 하나인 문봉재(운봉산)가 포함된 '저수령'에서 '작은 차갓재'까지의 황장산 구간을 1월 1일 토요일에 달릴 예정이었다.
문제는 2021년 11월 17일 그 산행을 발견했을 당시 벌써 자리를 다 채우고 가장 안 좋은 자리 하나만 남아 있어, 별수 없이 그 자리를 예약했다. 그리고 수시로 취소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당장 한 시간 후의 일도 모르는데, 한 달 후의 일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나, 일단 산행 계획을 발견하면 예약을 하고 보는 건 나를 포함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대부분 등산객의 습성이라, 산행 일이 가까워져 오면 불가피하게 취소해야 하는 예약자가 있게 마련이다. 취소자가 나와 자리가 비는 순간 자리를 옮겨야, 원거리 산행일수록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 그렇게 몇 번의 점프 끝에 3열 좌석의 단독 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 삼천포로 빠졌는데,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비록 1월 1일 새해 첫날이라도 일출 따위에는 관심 없는 진정한 산꾼도 있다. 아니, 새해 첫날 백두대간을 달리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그런데, 백두대간 '저수령'부터 '작은 차갓재'까지의 황장산 구간 중에서 '벌재'에서 '황장산' 직전까지는 비법정 구역이다. 말인즉 들어갔다가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뭐, 입장료라 생각하고 들어간다면야! 백두대간에는 의외로 이런 구간이 많다. 고로 진부령에서 중산리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한 구간을 종주한 대간꾼이라면 의도한 범법자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요원이 365일 감시할 수 없어, 불시에 진행하는 현장 단속에 걸리면 가차 없이 과태료다! 해서 비법정구역이 구간 내에 있는 산행은 대게 무박으로 진행한다. 즉, 요원이 현장에 나오기 전 새벽 서너 시에 비법정구역을 통과한다. 무박 산행을 좋아하지 않으나, 이런 이유로 어쩔 수 없어 따라가는 산행도 있다. 그리고 산행 계획이 요원에게 알려질 게 두려워, 안내산악회 게시판에도 비법정구역이 있는 산행은 다른 산행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계획은 공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박 산행이 아니라 당일 산행으로 이 구간을 계획한 산악회와 인솔 대장이 무슨 배짱인지 궁금하다. 하긴 책임은 산악회나 인솔 대장이 아니라, 대간꾼 각자가 지는 거지만.
사실 나야 백두대간 종주에는 큰 관심이 없고, 이번 산행의 목표인 문봉재(운봉산)는 저수령에서 벌재 사이에 있는 산이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저수령에서 대간꾼과 같이 시작해, 목표인 문봉재를 오른 후 벌재에서 따로 하산해서 귀경해도 된다. 사실 천고지 산 중 하나인 백두대간 황장산과 대미산은 2020년 4월 흥수와 이미 올랐다[산행기]. 해서 비법정 구간에 들어간다고 해도 황장산까지 가지 않고 그 직전에서 하산할 생각도 있다. 결국 선택지는 3개로 첫째는 대간꾼과 같이 저수령에서부터 작은 차갓재까지 달리는 거, 두 번째는 황장산 직전, 즉 흥수와 같이 올랐던 황장산 삼거리에서 하산하는 거, 마지막은 벌재에서 지난 수리봉 산행[산행기] 시 버스 종점이었던 방곡리로 하산해 대중교통으로 귀경하는 거! 실제 선택은 현장에서 상황을 봐서 결정할 예정이었다.
기상청의 산악날씨는 기온은 영하라 예측하나, 체감 온도와 바람은 비롯해 지난주 축령산에 비하면 따뜻하다. 그 때문에 추위에 떨지는 않을 거라 예상되나, 기온이 급변하는 해발 1,000m 이상의 산이라. 준비는 축령산행 시와 같이한다. 다만, 날머리에 식당이 없어 산중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가능할지가 문제다! 해서 의자와 스틱을 가져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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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51분경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이 5시 55분으로 5시 57분 또는 6시 6분 불광역발 오금행 열차를 타면 되나, 57분 차는 구파발 기점, 6분 차는 대화 기점이라, 좀 편하게 가려면 57분 차를, 양재에서 추위에 떨지 않으려면, 6분 차를 타야 하는데, 이번에는 편한 걸 선택해 57분 차를 탔다. 그리고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37분경으로 산악회 버스 출발 시각인 7시까지는 23분이나 남았다. 밖으로 나가봐야 추위에 떠는 것 외에는 할 일도 없어, 혹시 앉을 만한 곳이 있나, 역 구내를 뒤졌으나, 이미 다른 등산객이 다 차지하고 있어 구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산악회 버스가 도착할 즈음인 6시 53분경 밖으로 나갔다.
예상대로 날은 추웠으나, 안내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양재역 마을버스 정류장부터 국립외교원 앞까지는 많은 등산객으로 붐볐다. 하긴 뭐 설날이라는 명절이 있으니, 태양력의 새해 첫날이라는 게 뭔 의미가 있겠냐만. 물론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의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한 일출꾼은 이미 어제 심야에 각 일출 명소로 출발했다. 당연히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국립공원 일출 명소도. 다만, 국립공원의 경우 새벽 4시에 탐방로를 개방하는지라, 중산리에서 뛰어올라가야 간신히 일출 시각에 맞출 수 있는데, 몇 명이나, 일출을 봤을지 궁금했다. 일출 보기에는 최고의 날씨였던 거 같은데. 해서 이 글을 쓰며 안내산악회 게시판에 가 보고 깜짝 놀랐다. 국립공원 탐방로 개방 시각이 한시적으로 4시가 아니라 7시다! 코로나 19가 아예 새해 첫 일출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했다. 안내 산악회로서는 최고의 대목을 날렸다! 다른 대안을 찾아, 섬이나, 바다 근처의 산이나 봉우리를 찾아가기는 했지만.
오늘 일출이 어떨까 궁금해하며 버스를 기다리자, 6시 57분경부터 각 안내산악회의 사당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하기 시작해 천고지 문봉재로 향하는 차는 출발 시각보다도 2분이 늦은 7시 2분에 도착했다. 당연히 버스 앞창에는 산이 아니라, 백두대간 종주 팀의 기수와 구간이 LED에 표시되고 있었다. 대간 팀이 많다 보니, 혹시 버스를 잘 못 탈 수도 있어 핸드폰으로 다시 한번 확인 후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카메라와 패드만 들고 버스로 갔다. 날이 추워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보조 파우치는 당분간 들고 다니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를 타며 보니 홍도를 같이 갔던 인솔 대장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로 가 앉아, 책을 볼까 하고 패드를 들었다가 잠이 들었다.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어진 휴식 시간은 20분. 볼일이 있는 건 아니나,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카메라를 들고 버스에서 내려, 일단 여기가 어딘지 확인했다. 충주 천등산 휴게소다. 울고 넘는 박달재의 그 천등산? 요즘 휴게소의 대세가 볼일을 보고, 배를 채우는 것을 벗어나, 주제 공원 비슷한 것도 꾸미는 추세라, 이 천등산 휴게소의 주제는 뭘까 궁금해 다들 화장실로 달려가고 있을 때, 정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주제 공원으로 갔다. 첫눈에 들어온 게 고구려의 삼족오다! 그리고 거대한 크기의 기마 장군이다. 아무리 메모리를 뒤져봐도 충주와 고구려가 연결되지 않는다. 천등산은 더욱! 그런데 기마병 뒤로 펼쳐진 두루마리에 그에 관한 내용이 있을 거 같아 그쪽으로 가 내용을 보니, 고구려에 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없고, 충주~제천 간 고속 도로 건설에 이바지한 사람들의 명단이다. 고속도로 건설 비용보다 더 들었을 거 같은, "대지의 물결"이라는 공사 관계자 명단 조형물! 다른 도로 같으면 기마병이 올라간 기단의 전면에는 기념물의 성격, 뒤에는 기여자의 명단을 적었을 텐데, 여기는 아예 명단을 위해 조형물을 만들었다.
어쨌든 고구려와 충주를 연결하는 실마리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 같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한 게 '고속도로 준공 기념 시설' 안내 조형물이다. 거기에 먼저 중원고구려비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아, 맞다. 충주 중원고구려비! 고구려의 남방 한계. 궁금증을 해소해 더 볼 것도 없어 아직 휴식시간은 많이 남았으나, 바로 버스에 탔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인솔 대장이 지도와 새해 선물로 칫솔 세트를 나눠 준다. 이 산악회는 무조건 칫솔이다. 어쨌든 코스 중 비법정 구간이 있어 산악회 게시판에는 코스나 지도를 올리지 않아, 많이 궁금했던 차라, 유심히 살펴보니,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산행에는 7시간이 주어졌다. 14km에 7시간이면 평균 2km 조금 넘게 걸린다는 거로, 코스의 난이도에 따라 소요 시간을 책정하는 안내산악회 행태로 봤을 때 대단히 힘든 코스라는 의미다. 그것도 웬만하면 평균 시속 2.5km~3km로 달리는 대간 팀이, 해서 겁을 먹고, 벌재나, 황장산 삼거리에서 하산하는 걸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했다.
혼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대장이 코스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대장으로서 '이번이 여섯 번째 탐방이고, 아직 요원을 만난 일이 없으니, 만날 걱정은 안 해도 좋을 거 같다! 혹시, 선두 그룹이 벌재에서 요원을 만나면,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기다렸다가, 모든 인원이 다 모이면 버스를 불러 안생달로 가서 황장산에 오르자'고 했다. 그렇게 해도 불만이 없는 이유는 '까만 소' 인증 대상이 '문봉재'와 '황장산'이다. 당연히 까만 소는 비법정 구간 내에 인증 대상을 선정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회사 문 닫는다! 그리고 비법정 구간이 있는 이유는 칼바위 능선과 밧줄 구간이 위험해서라, 정신을 집중해서 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는 쉬워 시간이 많이 남을 거란다. 이어서 가장 중요한 '작은 차갓재'에서 하산하다 보면 '와인 동굴' 조금 아래에 가정집을 개조(그래서 내가 발견을 못 한)한 매점이 있고, 오늘 영업하는 걸 어제 통화로 확인했으니, 일찍 도착한 사람은 그 매점에서 파전이나, 라면을 먹으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코스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작은 차갓재까지 가는 거다! 다만, 한번 갔던 코스인 삼거리에서 ‘작은 차갓재’까지 다시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최종 결정은 현장에서 하기로….
코스 설명이 끝나고 다시 비몽사몽 하는 중 버스가 힘겹게 고개를 오르는 게 느껴져 정신을 차리자, 인솔 대장이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예정보다 20분 이른 9시 40분경 들머리인 저수령에 도착할 예정이라, 마감 시각도 4시 40분으로 20분 당긴다고 공표했다. 해서 바로 등산화를 바로 신고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등산 준비를 마쳤다. 버스 짐칸, 배낭에 들어 있는 아이젠이나, 스틱은 정차 후 상황을 봐서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솔 대장 예측보다 3분 정도 늦은 9시 43분에 마침내 해발 850m의 저수령에 버스가 도착했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낸 후 주위의 백두대간을 둘러보니, 아이젠이나, 스틱이 필요해 보이지 않아, 배낭에서 꺼내는 건 보류하고 '저수령' 표지석과 주변을 사진으로 남겼다. 저수령은 지난 2021년 2월 28일에 묘적령으로 달리기 위해 흥수와 왔으니[산행기], 두 번째 방문이다. 이렇게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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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 대간꾼을 비롯하여 나름의 산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준비가 끝난 등산객은 벌써 황장산을 향해 들머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도 지난번과는 반대 방향으로 대간을 달리기 위해 그들과 동행해 계단으로 사실상의 들머리에 올라섰다. 그 시각이 9시 47분이다. 계단으로 올라 100여 미터를 가자 제단 석이 놓여 있어, 당연히 상석이라 생각하고 묘를 찾았으나, 묘는 없고 10여 명이 같이 설 수 있는 나무로 만든 단이 있었다. 미처 예상치 못한 광경이라, 응? 하고 제단 석에 적힌 글을 찾아 읽어 보니, 해맞이 제단이란다. 나름 이 동네 일출 명소라, 새해라든가 특정한 날 일출을 보며 제를 드리는 장소인 거 같았다. 평소라면 제단 석을 비롯해 그 부근을 사진으로 남기겠지만, 추위에 카메라 꺼내는 것도 귀찮아 눈에 담는 거로 만족하고 계속 길을 갔다.
9시 54분에 용두산 갈림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오르자, 하산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 하산이 심상치 않다. 애초 저수령 해발 고도가 850m라 해발 1,074m 문봉재는 싶게 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수령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니, 앞에 임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백두대간은 철책 사이로 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봉우리를 힘겹게 오르며 뒤를 돌아보니, 저수령이 위에 있다. 느낌이 맞았다. 해발 850m에서 시작해 봉우리에 오른 후 그보다 낮게 내려갔다가 1,074m 문봉재에 오르는 거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산행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해, 좋아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느끼는 배신감! 그리고 지난 수리봉, 황정산행 시[산행기] 분명 그 길 중간에서 올랐는데, 그 위치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 혼란스러워 가끔 저수령 쪽으로 돌아보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며 정상으로 향했다.
앙상하나 울창한 숲에 가려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앞에 있는 문봉재 정상과 왼쪽으로는 홀로 뾰족이 솟은 봉우리의 모습에 감탄하며 쉬지 않고, 달려 10시 40분에 문봉재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용 중인 등산 앱은 목적지 도착 30여 미터 전에 도착했음을 음성과 메시지로 알려주는 데 그 메시지에 따르면 내가 알고 있던 문봉재도 운봉산도 아닌 ’문복산’에 도착했다는 거다. 그리고 정상석에는 그 셋 다 아닌 ‘문복대(門福臺)’라고 음각되어 있었다. 복이 들어오는 문이라는 뜻인 거 같은데. 결국 이 해발 1,074m의 봉우리는 문봉재, 운봉산, 문복산, 문복대라는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이름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앞으로는 4개의 이름 중 지자체 또는 산림청에서 만든 거로 보이는 정상석과 이정표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복대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 어쨌든 문복대 정상에는 나를 앞질러 갔던 인솔 대장을 비롯하여 서너 명의 대간꾼이 인증을 남기고 있었는데, 나도 대장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기고 미련 없이 문복대를 떠나 다음 목표인 벌재를 향해 출발했다.
서둘러 벌재로 향한 이유는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벌재와 방곡리, 저수령의 삼각함수가 벌재에 도착해서 보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문복대를 떠나 벌재로 향하는 길에 왼쪽으로 보이는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앙상하나 울창한 숲에 가려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끝없이 파도치는 능선과 그 사이사이 바닷물처럼 출렁이는 구름!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어 계속 사진으로 남기며 전진하다가 마침내 10시 59분경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방해물이 전혀 없는 전망대! 그 순간 아쉬운 건 카메라! 전망대를 떠나자 이후 전형적인 백두대간의 모습이 나타났다. 울창한 숲에 아무것도 보이는 않는 능선 길! 그저 앞만 보고 가는, 그래서 대간꾼들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습관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11시 33분 문복대로부터 2.5km 거리라는 이정표를 지나고, 200여 미터를 더 가자 저 아래로 도로가 보였다. 벌재로 오르는 도로다!
급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몇 개의 이정표를 지나자 앞에 도로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벌재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벌재를 지나는 도로 위의 다리는 짐승들이 차량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 통로였다. 물론 그 짐승에 인간은 끼지 못한다. 말인즉 인간이 그 생태 다리를 건너면 처벌 대상이다. 하긴, 짐승 중 인간만이 자연을 훼손하는 유일한 존재니 당연한가? 그런데, 벌재에서 멀지 않은 고개인 저수령은 두 번 방문했으나, 그때마다 산악회 버스 외에 다른 차를 보지 못했으나, 벌재는 내려가 보지 않았지만, 오가는 차량 소음이 끊임없이 들리는 게 벌재 때문에 저수령이 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휴게소와 주요소까지 있던 저수령인데. 어쨌든 11시 54분 양심의 눈을 꼭 감고 출입금지 경고문을 뒤로하고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벌재에서부터 황장산 삼거리까지의 월악산 국립공원 구역을 다섯 번 방문했지만, 한 번도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는 인솔 대장의 말이 있었으나, 언제 불시에 나타날지 모르는 거라 나름 긴장해서 다리를 건너며, 아무리 그래도 한국인의 정리 상 새해 첫날 잡지는 않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단속에 걸렸을 때 핑계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문복대 쪽에서 벌재를 향해 내려오는 경사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끼며 도대체 어디까지 내려가나 겁이 났었다. 당연히 그만큼 올라가야. 해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타난 봉우리에 오르기 전에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는데, 해발 650m다. 들머리인 저수령의 해발 850m보다 200m가 더 낮다. 고로 해발 1,077m인 황장산까지는 고도를 400m 이상 올려야 한다. 그런데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올라감에도 힘들지 않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길도 기복이 많이 있었으나, 다른 산행에 비해 힘들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젯밤 정확히는 불금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몇 개월 만인지 모르겠다. 술이 다음날 산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그걸 깨닫자, 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새해를 맞이하여, 작심 3일의 결심을 백두대간에서 했다. 술은 산행 후 하산주 1차만, 그리고 주중에 한 번 해서 주에 두 번만 마시겠다. 그렇게 새해 결심을 하자, 갑자기 작은 차갓재로 하산할 이유가 사라졌다. 즉, 하산주는 1차만 하기로 했으니, 단독 산행일 때는 집에서. 고로 매점에서 파전에 막걸리 마시는 건 포기. 그런데, 막걸리를 포기하니, 굳이 일찍 내려갈 이유도 없어졌다. 해서 지금까지 거의 2.8km/h 달리던 걸 2.2km/h 정도로 늦추기로 했다. 그리고 습관상 안 되나, 휴식도 자주 취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이상 먼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봉우리를 오르며 주저앉아 컵라면 먹을 만한 곳을 찾아봤으나, 원하는 너럭바위는 보이지 않아, 대충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물이 남은 보온병에는 제주에서 가져온 귤청을 넣었다. 당연히 식후에 차로 마시기 위해. 그렇게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사람이 있었다는 모든 인적을 인멸하고 12시 30분경 식당을 떠나 다시 황장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분명 인솔 대장의 말에 의하면 칼바위 능선을 비롯해 위험 구간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전혀 그런 구간이 없어 실망하며 능선을 따라 남진하던 중 주위 절경에 감탄을 연발했다. 앞과 뒤로는 백두대간이, 우로는 도락산과 수리봉, 신선봉, 황정산이, 그 너머로는 소백산, 우로는 이름 모를 산과 그 너머로 월악산이다. 그리고 치마바위도!
절경을 감상하느라, 천천히 나아가다 보니, 위험한 건 아니나 어느 순간 길 상태가 나빠졌다. 그리고 능선은 암릉으로 바뀌고 군데군데 칼바위의 구간도 있었다. 다만, 우회로가 있어, 다들 우회하고 있었으나, 그걸 피하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어 바위를 기어오르기도 하며 암릉을 따라 계속 갔다. 그리고 첫 번째 밧줄을 만났다. 지세를 자세히 살펴보니, 굳이 밧줄 없이도 올라갈 수 있었으나,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어 밧줄을 잡고 올라가 암릉에 올라서자 주위에 가리는 게 전혀 없는 전망대다!
주위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래에서 여성 등산객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려보니, 밧줄이 안전한지 묻는다. 안전하니 걱정 말고 올라오라고 했는데, 스틱까지 들고 밧줄을 잡고 올라오는 게 영 불안해, 전망대에서 내려가 스틱을 받아 들고 올라왔다. 그 등산객이 무사히 올라오는 걸 보고 전망대 정상에 올라서자 건너편으로 거대한 암봉과 그보다 조금 더 높은 봉우리가 보였다. 그 높은 봉우리는 황장산이 틀림없는데 앞에 있는 암봉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보다는 저 암봉을 어떻게 올라갈지가 더 궁금했다. 오른쪽으로 우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건 가보면 아는 거라 전망대를 내려가 암봉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그 암봉에 오르는 길은 봉우리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있었는데,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워 꽤 위험했다. 그리고 막판에 나타난 두 번째 밧줄! 사진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거 같으나, 중간중간 잡을 거라고는 나무뿌리가 유일한 거의 직벽에 가까운 곳이 있어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험했다. 힘겹게 밧줄과 나무뿌리에 의지해 네발로 기어오르고 나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아까 그 여성을 포함 몇 명이 아래에 나타났다. 사실 그 여성이 올라올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을 하고 있어서 아래를 주시했는데, 다른 등산객이 도와주는 걸 보고, 그 자리를 떠나, 계속 올라가자 등산 앱이 봉우리에 도착했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하니, '감투봉'이란다. 그런데 등산로는 감투봉으로 올라가지 않고, 바로 아래에서 황장산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정상에 오르지 않고 지나친다는 건 내 산행 인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길을 찾아 정상에 올랐다. 비법정 구간의 봉우리 정상이라 정상석이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으나, 누군가 정상 바위에 '감투봉 1063'이라고 붉은 페인트로 쓴 게 보였다. 그것도 두 개나.
정상에서 아래로 보이는 생달리로 가는 암릉과 뻗어가는 백두대간 너머로 갈수록 가까워지는 월악산, 흥수와 황장산행 시 올라왔던 등산로를 살펴본 후 다시 등산로 내려와 황장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감투봉에서 황장산으로, 정확히는 삼거리 향하는 길이 쉽지 않았다. 인솔 대장과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얘기한 칼바위 능선이다. 말 그대로 칼날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양옆은 낭떠러지. 산행 전 이 구간의 바위가 얼어있을 걸 걱정했는데, 다행히 미끄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칼바위 능선의 마지막은 눈이 쌓여 있어 대단히 위험해 엉덩이 신공을 사용해 내려가야 했다. 따라오는 등산객이 걱정되는 순간이다. 칼바위 능선을 내려와 100여 미터를 가자 철책이 나타났다. 그리고 경고판으로 보이는 것도. 비법정 구간이 끝나는 지점이다.
철책 앞에서 어떻게 빠져나갈까?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으로는 철책 아래로 개구멍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정상으로 향하는 데크 계단까지 철책이 이어진 게 보였다. 그 계단으로 올라가면 철책을 넘을 수 있을 거 같아, 철책을 따라 좌로 꺾어지려고 보니, 첫째 칸이 비어 있었다. 그 칸으로 음지에서 양지로 빠져나왔다. 여기는 두 번째 방문이다. 특별한 산이 아니면 두 번씩 방문하지 않는데, 두 번째다. 여기서 내려가면 안생달이고, 올라가면 황장산이다. 그때 시각이 2시 59분으로 마감까지는 1시간 40분이 남았다. 하산주는 집에서 하기로 한 이상 일찍 하산해봐야 할 일도 없고, 작은 차갓재에서 안생달까지의 하산길도 궁금해 두 번째 방문이기는 하나, 황장산에 오르기로 했다. 배도 고팠던지라, 정상에서 갱과 뜨거운 귤차로 배를 채우기도 하고.
삼거리에서 300m 떨어진 황장산 정상에는 9분 후인 3시 8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에는 무슨 공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공사 재료가 쌓여있었고, 지난 산행에선 못 보던 의자도 설치되어 있었다. 일단 공사 재료를 가져다 거치대로 삼아 카메라를 놓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이후 의자로 가 간식으로 뜨거운 귤차와 영양갱을 먹었다. 그걸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의지로 산에서 식사 대용의 목적이 아닌 간식을 먹은 건 얼마 만인지 감도 안 왔다. 이것도 다 불금 금주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디팩에 들어있던 귤 두 개를 꺼내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배낭을 다시 잘 싼 후 1.8km 떨어진 작은 차갓재로 향했다.
사실 이 부근에서 황장산이 고도가 제일 높은 산이라, 주변의 경치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 좋았다. 처음 황장산에 왔을 때는 사전 연구 없이 무턱대고 온 거라 주변을 잘 몰랐으나, 이번에는 나름 연구 후 방문한 거라 주변을 잘 알아볼 수 있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앞뒤 좌우를 다 사진으로 남기고 황장산을 떠나 작은 차갓재로 향했다. 그런데, 그 길의 경사가 심상치 않다. 급경사의 너덜겅에 가까운 길로 내려가는 건 고역인데, 작년에 흥수와 이 길을 따라 대미산으로 갔는데, 이 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게 맞다. 땅에 나무를 박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전형적인 백두대간 조림지를 지나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철책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역시 기억에 없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설치한 출입금지 경고문과 철책이다. 즉 벌재에서 포암산에 이르는 월악산 국립공원 구간 중 아주 작은 구역인 황장산 삼거리에서 작은 차갓재까지만 개방했고 나머지 구간은 개방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철책을 우회해서 대미산으로 갔는데, 그 사실이 메모리에서 모조리 삭제된 상태다. 이건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걸 떠나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라는 걸 절감했다. 그럼 지난 문수봉, 하설산행[산행기] 때에는 철책과 경고문이 없어서 몰랐지만, 그 산행의 모든 코스가 비탐방 구간이었다는 거다. 누가 비탐방 구역 안에 또 경고문과 철책을 설치하겠는가? 하긴 당시 산행 시 문수봉 갈림길을 지나며 무언가 꺼림칙했었는데, 이 구간이 비탐방 지역이라는 게 머릿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나마 작은 차갓재의 해발 고도가 769m라 대미산까지는 300여 미터만 고도를 올리면 되나, 들머리라고 할 수 있는 안생달은 해발 500m는 될까? 그럼 안생달까지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역시 예상대로 급경사다. 그 급경사를 조심조심 내려와 작은 차갓재로부터 300여 미터 떨어진 좀 완만한 등산로에서 긴장을 풀고 내려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앞으로 처박았다. 다행히 뛰어난 순발력으로 손을 앞으로 뻗어 얼굴은 무사할 수 있었으나, 왼쪽 무릎 부근이 상처가 난 듯했고, 허벅지 근육이 놀라 떨리고 있어 걷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쪽팔림을 면할 수 있었던 건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거. 집에 도착해 씻으며 상처를 보니, 무릎 주위 3곳에 상처다. 허벅지의 근육을 풀며 내려가며 보니, 경북 지역은 눈이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가물어 바짝 마른 계곡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건물이 나타났다.
흥수와 둘이 와인 한 잔씩 했던 와인동굴이다. 정확히는 오미자 와인! 아니다, 당시 흥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오미자 차를 마셨던가? 이제부터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안생달 주차장까지 가면 된다. 문제는 가뜩이나 왼쪽 다리도 부상을 당해 아픈데 퍽퍽한 포장도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가려니 짜증이 몰려왔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어 짜증을 억누르며 400m가량 내려가자 버스가 보였다. 분명 주차장은 아직 멀었는데 버스다!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버스로 가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에 인솔 대장이 얘기했던 매점이다. 버스가 술꾼들을 위해 매점까지 올라온 거다. 물론 기사도 주차장에서 무턱대고 기다리기보다는 매점에서 노닥거리는 게 더 좋을 거고. 문제가 하나 있다면 황장산 삼거리에서 바로 하산한 등산객으로서는 여기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거. 어쨌든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저수령~작은 차갓재 백두대간 산행이자, 문복대 천고지 산행을 마쳤다. 그 시각이 4시 19분으로 절묘하게 시간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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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서 꺼내 보지도 않은 아이젠과 스틱, 의자 등을 다시 정리해 배낭에 넣은 후 그걸 버스 짐칸에 싣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버스에 탔다. 그런데 마감 시각인 4시 40분이 가까워져 오는데, 대장을 포함해 많은 등산객이 보이지 않았다. 이후 40분에 대장이 버스에 타더니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등산객이 많고, 와중에 한 명은 상처를 입어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중인데 주차장에 도착하면 전화를 주기로 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시각이 5시 10분경이나 돼야 할 거 같다며, 배고픈 사람은 매점에서 라면을 먹으라고 권하고, 대장도 다시 술을 마시러 갔다. 술을 좋아하는 대장이라, 부상자를 핑계로 술을 마시려는 게 보인다. 사실 이번 산행에서 절주 결심만 안 했으면 대장과 어울려 술을 마셨을 거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출발이 늦어져 마감 시각보다 40여 분이 늦은 5시 23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안생달을 출발한 버스는 다시 충주 천등산 휴게소에서 10분간 휴식 후 서울로 떠나 1차로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생각보다는 빠른 7시 56분에 양재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8시 50분경이다. 백두대간에서 결심한 대로 집에서 따끈한 어묵국과 고기를 구워 하산주를 마시는 거로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산행이라, 산악회 대간 팀의 계획에 따라 '저수령 → 옥녀봉 → 문복대(문봉재/운봉산) → 돌목재 → 벌재 → 황장산 약수 → 폐맥이재(폐백이재) → 치마바위 → 황장재 → 감투봉 → 황장산 삼거리 → 황장산 → 멧등바위 → 작은 차갓재 → 안생달'의 15.39km(트랭글), 6시간 34분 구간을 달렸다. 이동 6시간 16분, 휴식 18분!
근래 보기 드문 화창한 날씨에 저 멀리 북으로는 소백산의, 남으로는 월악산의 절경을 조망하며 달린 최고의 산행이었다.
비법정이나, 황장재에서 황장산 삼거리, 즉 투구봉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나름의 긴장감도 있는 암봉 산행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아니, 그래서 출입금지구역이다.
결과적으로 저수령에서부터 황장산 삼거리까지의 12km가량의 백두대간을 연결한 산행이다. 고로 대미산에서부터 죽령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