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28-A. 이 조는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의 인용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한다면 적법이라고 하였으며, 이 조는 구법(1986년) 이래 2006년 개정에서도 아무런 변함이 없고, 단지 종전의 제25조가 제28조로 되었을 뿐이다. 이 조의 입법취지는 사회적으로 저작물의 인용이 널리 행하여지고 있는 현실과 저작물 자체가 선인의 문화유산을 모체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인용이 공정한 관행에 합치하고, 또한 인용의 목적상 정당한 범위 안에서 한다면 저작재산권이 미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먼저 이 조에 의하여 인용할 수 있는 저작물은 이미 공표된 저작물에 한하는 것이며, 다음에 법문상 “인용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정확한 표현은 ‘인용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컨대 자신의 저작물에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은 “인용할 수 있다.”는 규정만으로 가능하나, 인용한 자신의 저작물을 자기가 이용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이용을 허락할 경우에는 인용된 타인의 저작물은 이용할 수 없는 결과가 되는 것이므로, 인용한 자기의 저작물도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는 결과로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문상 “인용할 수 있다.”를 해석상으로는 ‘인용하여 이용할 수 있다.’로 하여야 할 것이다.
28-B. 인용이 허용되는 첫 번째의 요건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하여야 한다. 여기서 인용할 수 있는 경우를 법문상 보도, 비평 등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한 것이며 한정적인 것은 아니고, 따라서 소설 등을 창작하기 위해서도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다.
우리 판례도 이들은 예시적 규정이므로 소설 중에 설정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 등 자료를 인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타인의 저작물이 자신의 저작물 중에 삽입되어야 할 필요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용의 필요성이 없는 부분까지 인용하여 피인용 저작물의 시장수요를 대체할 정도이면 인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당한 범위의 설정이며, 이는 일률적으로 해설할 수 없는 사항이다.
먼저 저작물의 종류에 따라 전부인용이 가능한 경우와 부분인용만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하면 소설이나 장문의 연구보고서 또는 학술논문이나 도서, 영화나 교향곡 등은 부분인용만이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의 부분이 정당한 범위인가 하는 문제가 있으며, 짧은 시가나 음악저작물, 그림 등의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등에 부분인용만 인정한다면, 예컨대 시의 한 소절 또는 가사의 한 소절만 인용하는 경우에는 시인지 가사인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물의 부분인지 잡담인지 판별하기 어렵고, 그림이나 사진을 부분인용만 가능하다고 하여 그림의 한 부분 또는 사진의 한 부분만을 인용한다면, 이는 오히려 그 저작물을 훼손하는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부득이 해당 저작물의 전부를 인용하되 그 저작물에 대한 해설, 비평 등이 부가되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의 해설 등이 부가되어야 정당한 범위인지 의문이다.
우리 사법부의 판단은,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그의 사진작품을 이미지검색의 이미지로 사용한 경우는, 저작권법상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사용한 것이라 하였다.
28-C. 그러므로 인용의 정당한 범위란 구체적인 사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부분인용인 경우에는 피인용 저작물의 10% 이하를, 전부인용인 경우에는 피인용 저작물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부가해설이나 비평이 있어야 인용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예컨대, 100면 정도의 연구논문을 인용함에 있어서 숫자적으로는 9면 정도를 인용한다면 정당한 범위라고 할 수 있으나, 그 논문이 서론, 목차, 참고자료, 연구목적, 연구방법, 연구범위, 역사적인 유래 등이 80면 정도를 차지하고 마지막 결론이 10면 정도인데, 그 결론 중에서 9면을 인용하였다면 실질적으로는 그 논문의 인용이 아니라 복제에 해당하는 것이며, 전부인용에 있어서도 예컨대 사진 한 장을 어떤 도서의 한 면으로 게재하고 2면 이상의 해설 또는 비평을 부가하면서 그 사진에 대한 해설, 비평이 아니라 그 사진과 관계가 없는 다른 것에 대한 해설, 비평을 하였다면 정당한 범위의 인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판례는 ‘인용의 요건 중 하나인 “정당한 범위”에 들기 위해서는 그 표현형식상 피인용 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附從的) 성질을 가지는 관계(인용저작물이 주[主]이고, 피인용 저작물이 종[從]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28-D. 다음에 정당한 범위의 인용에서 또 하나의 기준은 시장수요의 대체성이다. 시장수요의 대체성이란 인용저작물이 피인용 저작물과 유사하여 인용저작물만 보아도 피인용 저작물을 감지할 수 있어 인용저작물이 피인용 저작물의 시장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 판례도 ‘인용의 정도에 있어서 피인용 저작물을 지나치게 많이 인용하거나 전부를 인용하여 인용부분이 주가 된다면 정당한 인용의 범위를 넘어 피인용 저작물의 시장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하여 인용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므로 인용저작물에 있어서 인용부분이 주가 된다면 인용저작물의 부종성이 없는 것이므로 피인용 저작물의 시장수요를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저작물의 공정이용이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판례가 없으나 일본의 판례에 의하면, ‘문화의 발전이라는 최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저작자 등의 권리보호만이 도모할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당연한 사리에 인식하여, 저작자 등의 권리라는 사권(私權)과 사회 및 타인에 의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공권(公權)과의 조정을 위하여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28-E. 인용을 할 수 있는 두 번째의 요건은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정한 관행에 합치한다는 것은 건전한 사회적 관념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예컨대 보도의 자료로서 인용하는 경우 혹은 자신의 학설을 뒤받침 하기 위하여 인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학설이나 사고(思考)를 논평하기 위하여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또한 소설 중에서 어떤 시대적인 상황을 설명하거나 알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타인의 시가 등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용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저작물 중에 등장할 필요성이 없는 타인의 저작물을 차용(借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일반 사회에서 저작물의 인용행위로 실제상 행하여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이 사회적인 감각에서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인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림이나 조각 등을 전체적으로 인용하는 경우에 그 그림 등의 인용이 공정한 관행에 합치할 것인지에 대하여 약간의 의문이 있다. 예컨대 미술사를 기술함에 있어서 그 시대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된 자료로서 인용한다면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 인용이라 할 수 있으나, 인용을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감상적인 형태로, 즉 본래의 그림과 같이 양질의 복제로 인용하여 그 그림을 보는 사람이 감상을 할 수 있는 형태로 한다면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그림이 어떤 의도나 목적에서 인용되며 어떤 이용가치를 가지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일본의 판례에 의하면, 인용의 적법요건으로서 첫째 인용에 해당하여야 하고, 둘째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어야 하며, 셋째 인용의 목적상 정당한 범위내이라야 하는데, 첫째의 인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인용부분을 괄호로 하는 등 피인용 부분과 명료하게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며, 둘째 공정한 관행에 합치는 출처를 명시하여야 하고, 셋째는 정당한 범위내란 자료로서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것으로 인용함에 있어서 그 범위와 분량이 해당 서적과 비교하여 많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28-F. 인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작물의 패러디화(위 13-1-E 참조)와 인터넷사이트(위 18-E 참조)에서 인용하는 경우이다. 이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판례도 없고 관행도 없으므로 의문이나, 패러디화에 있어서는 패러디의 요건이 충족되는 한 인용이 문제로 되지 않을 것이며,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인용은 저작물의 복제와 관련하여 일반적 인용의 범위와 관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에 인용의 방법이 문제인데, 어문저작물인 경우에는 인용문을 괄호로서 표시하는 등 자신의 문장과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인용한 저작물에서 인용한 것으로 확연하게 나타내지 않은 인용방법은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 인용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판례도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 인용이란 피인용 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 명확히 구별할 수 있도록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인용된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끝으로 저작권법시행령 제10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정당한 범위와 공정한 관행에 관한 지침을 고시할 수 있게 하였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에 의한 인용에는 제36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해당 저작물을 번역하여 인용할 수는 있으나, 동조 제1항에 의한 개작인용은 할 수 없으므로 요약 인용은 할 수 없다. 다만 저작권이 미치지 않을 정도의 요지 인용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한 이 조에 의한 인용에는 제37조에 의하여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하며, 출처를 명시하지 않으면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 인용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받게 되는 것이다.(§138.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