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리는 밤
이종완
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조용히 기도만 드리고 있다
깊어지고 높아지는 밤
아득한 하늘의 꽃송이들이
하얀 그리움으로 자꾸만 쌓이는데
긴밤을 하얗게 물들이면서
산과 들에 여백을 만드는 눈 때문에
두려움을 간직하며 두 손을 모으는 밤
별에게 들켰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내겐 너무나 소중해서
혼자 훌쩍이고 울다가
그만 별에게 들켰다
조금은 창피하였지만
오히려 들켜서 마음이 시원하다
그래서 별에게 크게 말했다
내가 오늘 고백하다 딱지 맞은 거
별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냥 나를 보고는 싱글벙글하는 별
잘했다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잘못했다는 것인지 모르게 반짝반짝
하지만 들키고 나니 속이 편해졌다
<시와소금> 2022년 겨울호
이종완 시인
2005년 <스토리문학>(시). 2017년 <아동문학세상> 동시 등단.시집 <어느 봄날>과 동시집으로 <나무 일기>가 있음.2017년 KBS 창작동요제 최우수 작사상 <섬돌 밑에>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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童詩. 時調 감상
폭설이 내리는 밤 (외 1편) / 이종완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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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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