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고뇌 / 하광호
‘힘 빼는데 3년’이란 말이 있다. 오래전 테니스 치던 때가 떠올랐다. 레슨도 받지 않고 어깨 너머 배워 한동안 테니스를 즐겼다. 그러다 보니 서툴기 그지없었다. 상대방이 공략하면 받아넘기기 급급해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세게 쳐야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볼은 번번이 내가 보내고자 하는 방향을 외면하고 엉뚱한 방향에 내리꽂히곤 했다. 게임에 이기지도 못하고 온몸이 땀범벅이 되곤 했다.
운동을 마친 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한 동호인이 내 실력이 엉성하다고 지적했다. 나는 술기운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 후 오기가 생겼다. 유능한 강사에게 레슨을 신청하였다. 강사는 레슨 내내 어깨, 팔에 힘을 빼라는 말을 반복했다. 시간이 갈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임팩트가 약해지고 대응 능력도 뒤떨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즐겁게 운동을 이어가던 중 무릎을 다치고 말았다. 의사가 테니스 운동과 결별하라고 권고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새벽 운동하는 테니스 동호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테니스장 주변을 서성였다.
건강을 위해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한단다. 애쓰는 내 모습이 가엽던지 지켜보던 한계수 선배가 새로 산 파크골프 채를 보여주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파크골프를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파크골프 채도 하나였고 비교적 저렴했다. 재미는 물론 몸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한다. 규칙도 모르고 방법도 몰라 망설여졌으나 친구 따라서 강남 가듯 파크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파크골프는 Park(공원)+Golf(골프)를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다. 공원이나 잔디 위에서 하는 놀이다. 파크골프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 확대된 상태로 용어나 경기 규정, 사교상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은 골프와 비슷하다. 저렴한 장비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장애인, 비장애인, 부부, 가족, 친구와 함께 가볍게 운동할 수 있다.
홀의 코스 구성은 파3(40∼60m) 4개, 파4(60∼100) 4개, 파5(100∼150) 1개 등 9개 홀로 되어 있다. 기준타수는 33타다. 일반 골프는 18개 홀로 기준타수가 72타이므로, 파크골프는 시간이 두 배 정도 절약된다. 공은 지름이 6cm, 중량 80∼95g의 플라스틱 재질로 된 제품을 사용한다. 이 운동은 골프 홀컵보다 넓어 골 스트레스가 덜하다. 손쉬운 운동에 재미를 느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운동하다 보면 동작을 하나하나 알아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기 결과 최소타수의 선수가 승리한다. 한 팀은 2~4명까지로 4명 이상은 할 수 없다. 경기규칙은 1개의 공을 가지고 홈그라운드 내에서 몇 번 만에 홀컵에 넣는가가 관건이다. 한 팀을 구성, 시작 순서는 최초 1번 홀에서 설치된 제비뽑기 도구 이용하고 다음 홀부터는 앞 홀에서 성적순이다. 2타부터는 홀컵에서 먼 쪽의 볼부터 순서대로 친다. 페널티(벌타)는 모두 2타다. 이 운동의 기본 용어도 알게 되었다. 용어는 스윙은 긴 샷과 짧은 샷으로 나뉜다. 티샷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 위에 공을 올려두고 처음 치는 샷을 의미한다. 퍼팅은 그린 위에서 볼을 퍼트를 이용해서 굴려 홀에 넣은 샷으로 점수로 연결된다.
운동하기 전 가벼운 몸 풀기를 하였다. 선배로부터 채를 잡고 운동하는 요령을 배웠다. 이곳 처음 접한 용담댐 상류 진안구장은 18홀의 잔디 구장이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면 돌 수 있다. 여건은 중간중간 나무가 심겨 있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어 쉴 수 있다. 용담호의 호수도 보이고, 개울도 있어 눈이 호사한다. 이 운동은 골프와 달리 긴 개별 개인지도 받는 것도 아니다. 하는 방법만 알고 스스로 집중하여 치면 된다고 팁을 주었다.
이 운동하다 보니 초등학교 다닐 때 자치기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파크골프와 자치기가 비슷했다. 그때는 특별한 운동이 없었다. 남학생은 자치기나 비석치기, 구슬치기, 여학생은 대부분 고무줄놀이, 줄넘기가 대부분이었다. 특별한 장소가 아니어도 골목이나 넓은 공간이 있으면 모여서 놀았다. 친구들과 자치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다가 늦게 집에 가면 어머니에게 혼나곤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파크골프가 편안하고 정감 있게 느껴졌다.
옆에서 치는 것을 보면서 한번 쳐보니 의외로 자신감이 들었다. 공을 굴려 홀에 넣는 것이 쉽게 보여 소주 한잔 내기를 제안했다. 가장 많은 타수로 홀에 넣은 사람 즉, 꼴등이 산다. 내 차례가 되어 티에 올려놓고 쳤다. 공이 처음에는 반듯하게 나가 좋아했는데 군데군데 있는 장애물에 맞아 결국 한쪽으로 튀었다. OB(규정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란다. 벌점 2점이 주어졌다.
다음 코스인 파4로 비거리가 60m인 곳에서 힘을 주어 쳤더니 반듯하게 공을 굴러갔지만, OB가 되었다. 코스마다 최선을 다하였다. 파5에서는 장애물이 맞아 옆으로 공이 튕겨 나갔다. 다른 이는 손을 가볍게 터치하며 잘 쳤다. 부러웠다. 이 경기 내내 코스마다 짜증이 났다. 나중에 터득한 사항이지만 욕심을 부리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볼이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선배는 “OB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위로한다. 결국 꼴등을 하였고 술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첫술에 배부르랴 했지만, 마음이 쓰렸다. 다음에 두고 보자 벼르게 되었다.
나는 요즘 파크골프에 푹 빠졌다. 무릎 통증도 줄어들었다. 상대 선수가 채로 쳐 오비가 나면 대놓고 좋아했다. 처음에는 웃었지만 실례란다. 이제는 웃지 않고 속으로 앗싸! 하며 쾌재를 부른다. 18홀을 걸으며 파트너와 대화하며 운동하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게임만 하면 꼴등은 내 차지였다. 이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되다 보니 고민에 빠졌다. 저녁 후 TV를 보는데 애들이 냇가에서 물고기 잡는 모습이 보였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어릴 때 생각이 떠올랐다. 고향마을 앞 냇가에서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물장구치며 물고기 잡던 일이다. 돌 밑에나 가장자리 풀 속에는 미꾸리, 빠가사리(동자개), 붕어가 있었다. 손으로 잡으려면 살며시 잡아야지 꽉 힘을 주면 미끄러지듯 쏙 빠져나갔다. 갑자기 무릎을 손뼉으로 쳤다. 아내는 왜 그러냐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채를 살포시 엄지손가락을 잡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폼을 잡았다.
[하광호] 수필가. 2021 『표현문학』,『한국산문』신인상, 등단.
전북문협, 전북수필, 한국산문, 진안문학, 신아문예작가회원
* 2022 제5회 전주시민문학제 수상
모든 운동은 ‘힘 빼기’가 관건이죠. 운동뿐일까요? 우리의 인생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요, 제일 어려운 게 힘 빼기예요. 운동할 때마다 강사님의 반복된 말씀이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예요. 힘이 들어갔다는 것은 ‘초보’인 거죠. 여유와 유연성이 떨어지니 긴장하게 되고 힘도 들어가고요.
목소리와 눈에 힘이 잔뜩 든 정치인들과 많이 가진 자들, 다~ 초보예요. 꼴불견이죠.
한 번 더 돌아봅니다. 힘 빼기 연습부터 해야겠습니다.
‘파크골프’,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됐습니다. 형편 닿는 대로 여가를 선용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참 필요한 즈음입니다.
첫댓글 힘빼기가 그런 것이군요...
어릴적에 물고기 잡는 것,
파크골프를 하는 것 모두 힘빼기이네요
감사합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