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 使 可 覆 이요 器 欲 難 量 이라
믿을신 부릴사 옳을가 덮을복 그릇기 하고자할욕 어려울난 헤아릴량
약속은 실천할 수 있게 하고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 하라
믿을 신(信)은 사람인(人)과 말씀 언(言)이 결합한 會意문자로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한다'의 뜻입니다.'尾生之信'(미생지신 : '미생'의 믿음)은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입니다. 그 유래는 이렇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성품이 우직하고 약속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루는 그가 어느 여인을 다리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여인이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도 오지 않았고 그날따라 폭우가 내려서 그가 서 있는 다리 아래는 강물이 넘쳐 사람들이 피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리 아래 교각에 의지하여 꼼짝을 않고 있었고 마침내 부실한 목조 다리가 강물에 흽쓸려 떠내려가 미생도 함께 떠내려가 익사했다. 같은 뜻인 宋襄之仁(송양지인 : 송나라 양공의 어짐)과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고 공약이 空約이 돠게 하는 정치인에게 '미생지신' 은 오히려 귀감이 되어야 하는 고사성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릴 사(使)는 사람 인(人)과 관리 리(吏)가 합하여 윗사람이 아랫 관리에게 일을 시킨다는데서 '부리다'를 뜻합니다. 使嗾(사주)는 남을 부추겨 좋지 않은 이를 시키는 것의 한자어입니다. 驅使(구사)는 말이나 수단. 수법 따위를 능숙하게 다루거나 부리어 사용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어입니다. 酷使(혹사)는 심하게 부리는 것을 말합니다. '後生可外'(뒤에 태어난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다)는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로서 부지런히 갈고닦은 후배는 선배를 능가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로써 '靑出於藍'과 유사한 의미입니다. '覆蓋'는 더러워진 하천에 덮개 구조물을 씌워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의 한자어입니다. '覆面'은 남이 알아보지 못하게 헝겊 등으로 얼굴을 싸서 가리는 물건을 말합니다. 그릇 기(器)는 게 견(犬)과 네 개의 입 구(口 : 제사 그릇)가 결합한 會意문자로서 개고기를 네 개의 접시 위에 쌓은 모습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欲速不達'(어떤 일을 빨리 하고자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이라는 고사성어를 원문으로 읽겠습니다. 【 공자의 제자 자하가 거보 지방의 邑宰가 되어 정치에 대해서 여쭙자 공자가 말했다. "빨리 하고자 하지 말며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말아라(無欲速, 無見小利). 빨리 하고자 하면 달성하지 못하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추구하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見小利則大事不成) 】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제가 조직생활을 할 때 저를 포함하여 주위의 일부 선후배들이 승진하면서 의욕적으로 단기간에 목표 달성을 하려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오히려 본인은 물론 조직에게 피해를 입혔던 사례들이 생각나게 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이 문장을 통해서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어려울 난(難)은 진흑 근(菫)과 새 추(隹)가 결합하여 진흙에 빠진 새가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말하는 의견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이르는 말인 "衆口難防"(여러 사람의 입은 막을 수 없음)의 원 뜻은 요즘 말로 '언론의 자유'에 관한 내용으로서 국정 비판을 금하는 등 폭압적인 정치를 하는 입금에게 신하가 諫하는 내용입니다. 헤아릴 량(量)의 갑골문은 곡식이 들어있는 봇짐(東) 위에 깔때기(口)가 꽂혀있는 모양의 상형문자로서 봇짐에 곡식을 담으며 양을 헤아린다는 의미에서 '헤아리다'나 '재다'의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문장은 군자의 약속과 능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信使可覆'은 논어의 "약속이 의로움에 가까우면 그 말은 실천에 옮길 수 있다"(信近於義, 言可復也)를 다시 쓴 것입니다. 논어의 구절에 따라서 의로운 약속만이 실천할 수 있는 약속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롭지 않는 약속이란 어떤 약속일까요? 예를 들어 우리 민법에 '무효인 법률행위'가 있는데 '의사무능력자와 계약한 행위, 불공정한 계약, 통정, 허위표시 계약, 강행규정 위반 계약 등이 사회정의상 의롭지 않은 약속(계약)으로 비유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살인청부계약, 도박계약, 인신매매계약등은 의롭지 않은 약속입니다. '器欲難量'에서의 '器'는 사람의 인품과 기량을 흔히 그릇에 많이 비유합니다. 그래서 '器'는 '度量'(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 또는 雅量(아량)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문장은 논어의 유명한 구절인 '君子不器'를 비유하여 대다수의 책들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군자는 용도가 정해진 그릇이 아니다'는 말이지요. 요즘 말로 하면 어느 한 가지 기능에만 능통한 전문가(speclalist, 匠人)가 되지 말고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소통이 가능한 全人的 교양을 갖춘 統攝(통섭)人즉 , generalist가 유가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일정한 틀이나 사고방식(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함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군자상을 요구하는 의미도 포함될 것입니다. 우리가 조직생활을 하며 경험한 바에 의하여서도 높은 직위로 올라갈수록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소통과 통섭 능력이 있는 지휘관이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군자불기'의 문구를 자본주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분업과 전문가 정신을 동양사회가 부정하는 의미로 받아들임으로써 산업화 과정에서 낙후될 수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공자가 의도한 군자불기의 진정한 의미는 막스 베버의 주장하는 전문가 정신의 거부가 아니라 지도자(자본가)의 통섭 능력과 도량을 강조하는 뜻으로 판단합니다. 이상으로 24번째 문장을 마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실천할 수 있는 약속
헤아릴 수 없는 그릇?
요즘 정치인들 다 죽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