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저항운동자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 그것이 잘못이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하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로베레 장군>이란 영화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그 영화에서는 나치에 저항했던 많은 레지스탕스, 곧 저항운동자들이 감옥에서 처형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한 일이 없는데도 잘못 잡혀온 사람이 끼여 있기도 했다.
그 사람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처형당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항운동에 가담했다가 붙잡혔으니까 처형당하는 것이 마땅할는지 몰라도, 자기는 장사나 하고 돈이나 벌며 살다가 잘못 잡혀온 사람이다. 저항운동과는 관계도 없는 사람이고, 또 자기 자신은 저항운동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너무 억울하게 처형당한다고 생각하여 큰 목소리로 소리소리 질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다. 나는 저항운동을 한 일이 없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이때 한 저항운동자가 조용히 대답하기를,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잘못이다. 당신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하다. 전쟁은 5년이나 계속되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참하게 피를 흘렸고,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어 버렸다. 조국과 민족이 멸망 직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당신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고 말했다.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것이 잘못이고, 그것이 그를 죽게 해도 마땅한 그의 죄과였다. 사실상 그는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그 무서운 전쟁터에서 자기 혼자만의 안전을 꾀했고, 그 안전과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다 했을 것이다. 다만 남을 위하여, 민족이나 정의를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자기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때문이었던 것이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