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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입학사정관제’ 도입 혁명과 그 대비책
1. ‘입학사정관제’의 개념과 배경 소개
먼저 과연 입학사정관제란 무엇이며, 왜 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전격적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입학사정관제는 요약하자면 기존의 내신을 바탕으로 수능과 논술 위주의 대학 신입생 선발 경로를 탈피하여 개별 대학의 철학과 선발 기준에 부합되는 학생들을 서류 심사를 중심으로, 필요 시 면접과 현지 실사 등을 통해 선발하겠다는 취지의 제도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일반적 의미는 학생의 환경과 재능, 그리고 열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재력을 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는 것이다.
제도 도입의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들어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교육에서조차 사교육을 통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공교육의 파행이 짙어지면서 시험과 논술 없이 순수한 학교 교육만으로 100% 서류와 면접만으로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교육 개혁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도식화하자면 입시사정관 전형은, 서류 전형을 위주로 필요 시 면접이나 현지 실사 등의 방법이 병행되는 선발 방식으로, 대개 ①내신성적 ②수상 실적 ③임원 경력 ④특이사항 ⑤봉사 시간 ⑥장래 희망 등 소위 개인 ‘스펙(Specification)’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성실도와 함께 개인의 독특한 잠재력을 공히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면접의 전단계인 서류 심사 단계에서 개인별로 준비한 서류 중에서 자신의 잠재력과 관심사를 축약하여 보여주는 ‘자기소개서’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더불어 명심하여야 할 사항은 대학별로 또 같은 대학이라도 전형의 종류에 따라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므로 정확한 목표 대학과 목표 전형을 동시에 겨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특정 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과 동떨어진 스펙과 잠재력을 가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지원할 경우에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식 선발 방식을 따라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며, 개인적으로 엄정하고 객관적인 선발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물길을 잘 잡았다고 평가를 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은 아직 초기 단계로서, 대학별로 다양한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적인 제도의 정착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조선일보 2009년 3월 15일자 기사 참고)
첫째, 제도 도입을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바뀌고 동시에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지금 대학들은 성급히 이 전형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의 입학 후 성과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면서 점진적으로 제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고등학교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입학사정관은 이를 쉽게 접하게 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을 평가할 때 수험생이 다닌 학교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즉, 학교의 교육여건과 환경의 차이,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의 차이, 학력 등을 파악해 전형요소로 반영하여야 한다.
(이 부분에서 청도를 비롯한 해외 학교들의 경우에는 일정한 한계가 불가피하며, 따라서 소위 ‘특례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전면적인 도입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
셋째, 고교와 대학 간 신뢰 구축이다.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입시의 두 당사자인 고교와 대학이 서로 믿어야 한다. 대학은 고교에서 쓴 학생부와 추천서를, 고교는 대학의 입학사정관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교·대학 간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교과 심화교육 과정을 대학에서 개설하고 이를 고교생들에게 개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예상되는 부작용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대학 선발의 주류로 자리잡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방향은 확고하며, 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당 제도를 정착시키고자 애를 쓰는 것으로 파악이 되는데, 이는 현 정부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발언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7월 24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선발 주류되나? (연합뉴스 2009년 7월 24일자 기사 발췌)
“과외시대 끝내겠다"…획기적 대학입시 변화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기숙형 공립고인 충북 괴산고를 방문해 "과외로 대학 가는 시대를 끝내겠다"며 획기적인 대입제도의 개혁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 가기 쉬운 시대가 분명히 온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교육비 경감, 대입제도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처음이 아니지만, 발언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논술, 시험도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발언은 현재 각 대학이 도입을 추진 중인 입학사정관제를 대입 전형의 일부가 아닌 주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하 생략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대학입시와 교육 정책에 있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는데, 현시점에서 대학입시 제도에 관한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입학사정관제’로 대변되는 공교육 혁명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최일선에 대통령이 서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새로운 제도 도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시험과 경쟁 위주의 현 입시제도를 탈피하여 개인의 잠재력을 중시하고 학교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걸친 학생의 이력(스펙)을 서류를 중심으로 판단하여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혁명적인 새로운 입시제도의 도입과 안정적인 정착에는 불가피하게 예상되는 시행착오와 애초 의도에 반하는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자문위원인 안선희 한국교육 연구소 부소장이 정부 여당 당정 협의 모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드러나고 있다.
(2009년 8월 9일자 조선일보 ‘입학사정관제 되레 사(私)교육 부추길 수 있다’는 제하의 사설 참고)
당 보고서에서 안 부소장은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수험생의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구술 대비를 위한 개별 맞춤형 사교육이 등장할 것이고,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자녀에게 다양한 스펙(경험과 자격증)을 갖춰주려 하다 보면 사교육의 장기화, 고비용화가 초래되어 정부 기대와는 반대로 사교육(私敎育) 증가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입학사정관제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도 상류층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해외 자원봉사 경력 등의 영역에 고액을 들여 대입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의 동문(同門) 자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또한 우리보다 앞서 1990년대 초반부터 유사한 제도(AO – Admissions Office)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일부 명문대가 입시철에 앞서 AO입시를 통해 우수인재를 싹쓸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들어 입학사장관제 확대 움직임이 일면서 학생들 사이에 경력 및 이력을 관리하는 ‘스펙’ 열풍이 불면서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은 스펙 쌓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펙 열풍이 중학생과 초등학생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2009년 8월 11일자 조선일보 ‘“고등학생 되면 늦다” 초중생도 스펙쌓기 열풍’ 제하의 기사 참고)
한편 최근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46명의 사정관이 150여 명의 일반고 출신 신입생을 선발한 카이스트(KAIST)의 사례는 입학사정관제를 긍정적으로 활용한 모범적인 사례로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2009년 8월 10일자 연합 뉴스 ‘발명가에서 로봇박사까지 KAIST 합격생들’ 제하의 기사 및
2009년 8월 11일자 중앙일보 ‘입학사정관 46명이 뽑은 일반고생 150명’ 제하의 기사 참고)
이중 중앙일보 기사를 일부 발췌하여 소개한다.
# 1. 7일 KAIST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서울 양천구 백암고 3학년 박병훈(18)군은 1학년 때 친환경 생태방음벽을 만들어 국내 특허를 땄다. 벽을 콘크리트 대신 흙으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차량이 받아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보기에도 좋도록 했다. 박군은 “무단횡단 방지시설 등 친환경 공법으로 진행 중인 특허 출원만 10건이 넘는다”며 “건설환경공학과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군은 전교 30등에 불과했지만 전교 1등도 갈 수 없던 KAIST에 합격한 것이다.
#2. 부산 대진정보통신고의 조민홍(18)군은 전문계고 출신으로 KAIST에 합격했다. 조군은 “초등 2학년 때부터 로봇에 빠져 로봇을 만들어볼 수 있는 전문계고에 들어왔다”며 “KAIST가 ‘끼’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는데 합격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참가한 국내외 로봇경진대회에서 60여 차례 수상한 특이한 조 군의 경력을 입학사정관이 인정한 것이다.
KAIST가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의 하나인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일반고생 150명을 뽑았다. KAIST가 일반고에 ‘무시험·면접’ 전형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150명은 전체 모집 정원(970명)의 15.5%에 해당한다. KAIST는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영어 성적이나 국제수학· 과학경시대회 실적 등을 보고 선발했다.
김도경 입학처장은 10일 “학교장에게 고교당 1명씩 서류 추천을 받은 뒤 입학사정관 46명이 두 달간 고교를 직접 방문해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 150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KAIST는 이를 위해 전국 651개 일반계 고교를 모두 방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합격생이 재학 중인 150개 고교 중 91곳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KAIST 합격자를 배출했다. 여학생은 40%(60명)가 합격해 재학생 여학생 비율(23%)보다 17%포인트가 높았다. 150명 중에는 농어촌 지역 학생 16명과 저소득층 학생 15명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과학고 출신이 대부분이던 KAIST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입학사정관 중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정문술 KAIST 이사장, 홍창선 전 KAIST 총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사회 저명인사 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서남표 총장의 요청을 받고 40명의 입학사정관 교수진과 함께 학교를 방문해 서류 내용을 확인하고 6명씩 조를 이룬 30분간의 토론과 40분의 개인면접을 진행했다.
서 총장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인재를 뽑아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당장 학력이 높지 않아도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겠다”고 한 올 3월 약속을 지켰다.
3. 왜 변화가 불가피한가?
그렇다면 왜 사교육 의존 탈피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외형적인 목표 외에 입학사정관제 도입의 본질적인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 근거를 최근의 급속한 글로벌화의 진행과 그에 따라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글로벌 인재의 양성을 위한 진정한 전인교육의 실현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너도 나도 글로벌화(Globalization)를 외친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는 독감을 앓고, 남미에서는 폐렴으로 번지는 세상, 즉 세계가 명실공히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엮여진 시대가 되었다.
최근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비롯된 세계 경제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좋든싫든 이제는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진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언어 능력,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지식의 관점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글로벌 인재’를 필요로 하며, 이는 불가피하게 인재양성이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장, 특히 ‘학교’라는 형태의 공교육 기관에서 급격하고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성적만 우수한 인재, 선행학습에 찌들린 시험만 잘 치르는 인재로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는 인재를 결코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소위 개인 스펙의 관리라는 저급한 차원에 머무르지 말고,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다양한 경험과 봉사활동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장점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하도록 이끄는 참된 교육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한 가지 질문, 즉 “그러면 과연 내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라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과연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추세에 맞추어 준비된 인재로 내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지도하여야 할 것인가?
4.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나? – ‘HOOK’의 개념 소개
(‘미국 명문대학 합격비결’
이미 입학사정관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최근 국내 대학들의 제도 도입 시 모델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미국의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준비의 관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용어가 바로 ‘HOOK’이다.
‘입학사정관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델은 기본적으로는 공교육에 충실하면서 개인의 열정과 잠재력을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으며, 현실적인 시스템 면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사례와 방식을 상당부분
모방하거나 참고할 수 밖에 없는 바, 앞선 나라들의 실태를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입시에 임박하여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급조한 개인 이력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고 그 열정을 일깨워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긴 여정에서 ‘HOOK’라는 단어의 의의는 자뭇 중요하다.
(1)‘HOOK’이란 무엇인가?
‘HOOK’이라는 단어는 문자적으로는 ‘갈고리’라는 의미가 있으며, 그야말로 대학입학이라는 목표를 잡아 채기 위한 ‘갈고리’ 역할을 하는 지적 관심사항 또는 개인의 독특한 재능을 뜻한다.
HOOK은 단시간 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계발되는데, 강력한 HOOK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비슷한 성적과 활동 내역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대학 입학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미국의 명문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거의 모두 훌륭한 SAT 성적, AP 성적, 학점(GPA) 등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최상위권 대학교 지원자들 중에서 돋보일 수 없다. 예일대학과 하버드 대학에 해마다 수많은 SAT 만점자들이 지원하지만 이들이 합격률은 고작 15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의 최상위 대학들에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공부벌레’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못한다. 둘째, 대학입학심사위원들은 다양한 신입생들을 받아 대학 문화를 다양화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프린스턴 대학의 신입생들이 SAT 만점에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승한 학생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따분한 대학 생활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학교 성적이나 공인 영어 점수 외에 학교 과외활동, 방학 활동, 에세이 주제 등을 통해 분명한 HOOK을 보여 주어야 ‘개인의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성적을 넘어 서는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신문 지상을 통해 접하게 되는 기사를 통해 미국의 명문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수능시험이라고 볼 수 있는 SAT에서 만점(2,400점)을 받고도 명문대학에 떨어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일견 그다지 탁월하지 않은 SAT 성적을 받고도 명문대학에 당당하게 합격하였다는 소식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2)‘HOOK’의 종류 – 어떤 ‘HOOK’를,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나?
그렇다면 과연 어떤 ‘HOOK’을 내 자녀를 위해 발견하고 계발할 것인가?
운동, 뛰어난 미술 실력, 힙합 음악을 잘 만들고 공연을 하는 능력, 뛰어난 토론 능력, 뛰어난 공학 연구 결과, 5,000시간이 넘는 봉사 활동, 암기를 잘하는 독특한 능력, 신기한 카드 마술, 음악 이론 공부, 3가지 악기를 다루는 능력, 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언어학에 대한 지식, 뇌의 작용과 뇌의 발달에 구기 운동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 등 무엇이든지 계발하기에 따라 자신의 HOOK으로 만들 수 있다.
HOOK을 찾는 과정은 초등학교 3~5학년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전에 HOOK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면, 7~8학년 때 시작해도 방향을 잘 잡아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면 강력한 HOOK을 만들 수 있다. 학생의 전반적인 학습 능력과 학생이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좋아하는 과목, 취미 생활 등이 모두 HOOK를 계발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관심이 없고, 재능이 없는 분야로 설정된 HOOK에 맞춰 학교 과외 활동과 여름방학 활동 등이 진행되면 고통과 짜증만 안겨 줄 것이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으며 곤충 채집을 즐긴다면, 곤충을 만지는 것을 만류하지 말고, 곤충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더욱 계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곤충에 관련된 서적을 부모가 함께 읽고, 곤충의 행동양식과 습성에 관해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소개시켜 줘야 하며, 더 나아가 여러 기관이나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생물학이나 동물학 강의도 듣게 해야 한다. 방학 때는 양봉 농장을 찾아가 꿀벌의 습성에 관하여 연구하게 하고, 그 습성을 이용해 더 많은 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만약 자녀가 고대 건축 양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고대 건축 양식이 잘 표현된 절을 방문하여 한국 고대 건축 양식에 숨어 있는 과학적인 건축 기법을 연구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떻게 쇠 못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둥이 무너지지 않는지, 어떻게 목조 건물이 썩지 않을 수 있는지, 변변한 냉난방 시설이 없는데도 여름에는 시원하며 겨울에는 따뜻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하여 그 속에 숨겨진 과학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관련된 고대 건축물 사진을 찍는 작업을 자녀와 함께 즐기며 자녀의 지적 호기심을 계발하여야 한다. 또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계발할 수 있도록 건축학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학생에게 권해 주어야 한다.
(3) ‘HOOK’ 관리의 원칙과 방향
그런데 이 ‘HOOK’를 발견하고 관리해 나가는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방향과 원칙이 있다.
첫째, 자녀의 잠재력과 관심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가능한 빠른 나이에 파악하라.
자녀의 학과 공부에 대한 흥미 정도와 성적, 성취도 및 독서 취향과 습관 및 과외 활동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적성, 인성 파악 프로그램 및 등을 바탕으로 자녀의 잠재력과 관심사를 파악하라.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되 가능한 빠른 시기에 정확한 방향을 잡는 것은 경쟁력있는 개인 이력을 쌓고 관리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방학을 ‘HOOK’과 관련된 봉사활동, 여행, 답사 등으로 활용하라.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한국인 학생들은 본국에서든 해외에서든 방학 내내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방학은 부족한 과목에 대한 집중적인 보충학습과 다음 학기를 대비하는 관점에서 중요한 시간이긴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방학을 개인의 ‘HOOK’을 심화하고 관련된 봉사활동이나 여행, 답사 등으로 알차게 채워야만 한다. 정확하게 설정된 ‘HOOK’과 연관성있는 알찬 여행, 답사, 봉사활동 등은 학원 수업이나 학교 보충수업으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고, 채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며, 장차 인생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셋째, 지속성과 일관성을 지향하라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수많은 봉사 활동과 기타 활동을 하였지만, 대학 지원에 임박하여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해 보면, 그 수많은 활동에 일관성이 없거나 자신의 학업 분야와 기타 분야에 있어서의 강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활동을 한 경우가 많다. 모든 과외 활동들, 특히 여름방학 동안의 활동은 철저히 계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오랜기간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봉사활동의 양적인 면에 치중하여 질적인 면에서 속된 말로 아무런 영양가도 없고, 게다가 본인의 희망하는 학과나 삶의 방향과는 무관한 경우가 흔하다. 또한 단기간의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입시라는 하나의 삶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도 엄청난 경쟁력이 되리라 믿는다.
5. 청도라는 환경을 고려한 전망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중국 청도라는 환경을 고려할 때는, 일반적인 우리 자녀들의 진로인 ‘재외국민 자녀 특별 전형(소위 특례입학)’이라는 관점에서는, 최소한 당분간은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대학 진학은 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만 시행이 되고,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기존 방식인 대학별 필기 시험에 의한 배수 선발 후 면접, 서류 평가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을 해본다.
그 이유는 대학마다 반영 비율은 다르지만 서류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내신 성적’에서 한국 내에 있는 고등학교들은 어느 정도의 평점화(예를 들어 강남의 고등학교와 지방도시의 고등학교 및 외고 등 특수목적고의 성적이 갖는 상대적인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입학사정관 제도하에서는 소위 말하는 우수 고등학교 학생들이 일종의 가산점을 기대할 수 있음)가 가능하지만, 외국의 수많은 고등학교, 그것도 학제가 다르고 시행하는 교과과정도 다른 학교들의 경우에는 일부 잘 알려진 학교들을 제외하고는 일반화하기에는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입학사정관제를 채택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기본적인 수학능력의 담보라는 관점에서 일정 수준이상의 내신 성적이 기본적인 평가 기준이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특례 입학은 당분간은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부분적으로만 적용하고, 논란의 여지가 작은 대학별 필기고사와 각종 언어 인증시험 성적(대부분 영어) 등 객관적인 자료들을 중심으로 시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아닐까 판단이 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관리된 경쟁력있는 포트폴리오는 특례라는 한 길만을 따르는 일반적인 학생들에 비해 훨씬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리라.
6. 결론
짧은 한 편의 컬럼을 통해 ‘입학사정관제’의 모든 면을 해부할 수도 없으며, 필자가 제시하는 대비책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도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할애하여 이렇게 고국에서의 대학입시의 패러다임의 혁명과 그 대비책을 소개하는 것은 다소 비약을 감수하고라도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미래 사회는 SKY와 명문대 출신, 해외 유학파라는 단편적인 캐리어가 절대 성공과 행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다소 비약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입학사정관제라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향과 길을 발견하는 수단이자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즉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국/영/수를 중심으로 시험에 목숨을 걸고, 너나없이 방과 후에는 학원을 순회하며, 정작 학교 수업은 등한시하는 기존의 입시 형태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며, 개인의 잠재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교육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입시사정관제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였으면 희망한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흥미와 관심 분야, 장점이 있을진대, 이러한 장점과 잠재력, 숨겨진 열정을 발견하도록 돕고 자극하는 순기능적인 역할에 ‘입학사정관제’가 기여한다면, OECD 국가들 중에서 종합적인 학습 능력 면에서는 핀란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학교 생활에 대한 행복도와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열악한 우리의 교육 환경을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해본다.
더불어 새로운 제도가 정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자체의 구조와 교과 과정 등이 새롭게 설정되고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
앞 부분에서 이미 지적한 대로 학교의 교과과정과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지 않고는 이 새로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울뿐더러 자칫 새로운 사교육 시장만 키울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제 결론을 내릴 때이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또 진정한 인생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이미 위에서 필자는 그 대답을 ‘행복’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애매한 단어로 제시하였는데, ‘입시사정관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강점이 있으며, 열정을 불태울만한 인생의 방향을 찾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 자체가 명문대 합격이라는 순간의 열매보다 훨씬 값지고 인생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 길이 되지 않을까?
‘인생수업’이라는 책에 붙힌 류시화의 발문을 일부 발췌하면서 졸고를 마무리한다.
“작별을 고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이 기간동안엔 행복하라는 것 외에는 다른 숙제가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 적이 언제였든가? 마지막으로 멀리 떠나 본 적이 언제였는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껴안아 본 적이 언제였는가?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슴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데이비드 케슬로 공저)에 붙힌 번역자 류 시화의 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