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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일뒤
나의 압박 덕분인지, 아니면 국과수의 빠른검사 능력덕분인지, 빠른시간내로 도 현준의 마약반응검사가 나왔다. 도 현준에게서 양성반응으로 보인 마약은 '엑스터시'
나는 검사 결과 종이를 받아들면서 도 현준이 있는 유치장으로 걸어갔다. 유치장 안에서 고개를 숙인채 꼬꾸라져 있는 도 현준을 향해서 '야, 도 현준' 라고 말해다. 그러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은 이미 다 풀린 상태였고, 고개를 축 느러뜨린채 힘없이 내 눈을 응시했다.
나는 유치장 문을 열면서, 그의 팔목에 수갑을 채우고서 도 현준을 데리고 다시 취조실로 향하였다. 취조실 의자에 앉은 도 현준은 처음 취조 할때보다 훨씬더 초췌한 모습이었다. 덜덜떨지도 않은채, 그저 내 눈을 멍하게 응시하면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색한 취조실안에서 먼저 말을 꺼낸건 나였다.
" 도 현준. "
" …… 네? "
" 결과가 나왔어 "
나는 그에게 종이를 건네주었다. 도 현준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선, 한번 훑어 보고선 내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마치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표정인것 같아 보였다. 당장이라고 주먹을 날려서 아작내고 싶었지만, 마약 없이는 못하는 저 인생이 안쓰러워서 더이상 주먹을 쓰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성을 찾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 국가가 ' 넌 마약한 놈이다 ' 라고 인정해주는 거야. "
" 그래서요? "
" 그래서요 라니. 우리나라 현행법상 마약은 금지야. 불법 이라고 "
" 알아요 "
"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어떻게 되지? "
" …… "
내 물음에 도현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식 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리고선 다시 피식- 하면서 웃었다. 저자식이 이제 형사를 졸로 보나.. 뭐하자는 거지..
" 불법을 저지르면, 교도서로 가지. 니가 여기서 입만 잘 놀리면, 교도서 안갈수도 있는데.. 어때? 괜찮은 거래이지 않아? "
" ……. 입을 잘놀려? "
" 그래. 너 내 성격알지? 불같은거. 이리저리 빙빙 둘러서 말못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거. 그래 길게 말하지 않을게. 어디서 어떻게 마약이 유통되는 거야? "
" ……. "
" 말하는게 좋아. "
" ……."
그날, 6시간이 넘는 취조임에도 불구하고, 도 현준은 끝까지 입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를 다시 유치장으로 밀어놓고선, 떨어지지 않는 말걸음을 떼야만 했다.
3일뒤.
경찰서 앞에 있는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나와 지율은 마냥 국밥이 맛있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경찰서에 있는 속옷만 대충 갈아입은지 일주일째인 나와 집에는 들어가지만 두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하고 다시금 경찰서로 와야하는지율. 둘다 다크써클은 턱끝까지 내려온채, 지금 당장 눈이 라도 감으면 이불을 가져다 주어야 할것 같은 표정이었다.
우리 둘은 국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도 모른채 마치 좀비처럼 우그적 우그적 씹어먹었다. 둘 사이의 침묵을 먼저 깬건 지율이었다.
" 제가 아직 말씀 못들였죠? 이 은지 부겸결과 나왔어요. 워낙 사체 자체가 손상이 많이 입어서 많은거 나오지 않았데. 다행히 혈액 반응 결과 이 은지가 엑스터시를 복용했다고 하더라구요 "
" 그럼 그 이 은지 친구? 걔 이름뭐지? 남..남 "
" 남 성은요 "
" 걔랑은 연락이 돼? "
" 아직요. 원래 대학은 다녔다고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안좋은 소문이 났는데, 참지못하고 그만 두었다고 하더라구요. 원래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하는데 한달전부터 그만 둔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원래 친구들이 몇없었고, 또 친구들은 이 은지 친구들이 남 성은친구들이다 보니, 별로 조사할 내용이 없었습니다. "
" 뭐야. 이 은지는 죽었고, 남 성은은 행방이 묘연하다라. "
다시금 나는 입맛이 똑- 하고 떨어지는 듯 했다.
" 선배님 책상위에 이 은지 약물반응 검사자료 올려두었습니다. "
" 뭐, 그거 볼필요도 없지. 넌 밥 먹고 어디 갈꺼냐? "
" 이 은지가 죽기전까지 일했다던 칵테일 바에 가 볼 생각입니다. "
" 그래? 그거 괜찮네. 같이가자. "
" 같이요? "
" 어 "
10분정도 나와 강 지율 사이의 대화는 단절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말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것같았다. 분명 기분탓임이 분명해! 이렇게 골치덩어리 사건을 맡았으니, 기분이 나빠지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희한하게 죽은 피해자, 폭력적인 남자친구, 친구죽은 다음날 돌연 출국해버린 친한친구, 밀린방세에 남편까지 꾜셨으니 단단히 쌓인게 많았을 주인집아줌마, 남들은 스토커라고 하는데 본인은 스토커가 아니라고 우기는 사채업자.
참나. 그저 입안에 밥을 틀어넣은채 그냥 이로 꾸역꾸역 씹어 삼킬뿐이었다. 그리고, 얼마후에 지율이 벌떡 일어나더니, '갑시다' 하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나갈 채비를 하였다. 설마, 저렇게 입고, 저렇게 수수하게, 저렇게 민낯으로 가겠다는건 아니지? 그것도 이 낮시간에. 설마? 나는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으로 지율에게 물었다.
" 그렇게 입고, 칵테일 바를 가겠다고? "
내 물음에, 지율은 특유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안되는 이유가 뭐냐?'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입안에 털어놓았던 밥들을 채 삼키지 못한채, 멍한 표정으로 지율을 바라보았다.
" 네..? 이렇게 입고 가면 칵테일 바에서 안 받아줍니까? "
그래, 그래. 너도 이제 잠복수사라는것도 배우고, 잠복근무도 해봐야하지 않겠니. 친히 이 형사계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인 내가 너를 보살펴 주겠다. 너무 고맙다고 안그래도 돼.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지율에게 조근조근 얘기해 주었다.
" 집에가서 머리도 감고, 옷도 갈아입고. 무슨말인지 알겠지? "
그제서야 지율은 '아-'라는 바보같은 효과음을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알겠습니다! "
" 한시간 후에 보자구 "
" 어디서요? "
" 너네집 앞에서 "
너네집 앞에서 보자는 말에 지율은 또다시 토끼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니가 우리집을 어떻게 알아?'라는 표정으로 내가 말했다. 바보같긴, 형사 8년차인 내가 니 신상정보하나 못캐날까봐.
" 우리집 어딘지 어떻게 아십니까? "
" 컴퓨터 켜서 니 이름 탁 치면 니 신상정보 다 나오거든. "
" 아! "
지율과 나는 국밥집을 빠져나왔다. 지율은 아마도 한시간은 너무 시간이 촉박할것 같다면서, 넉넉잡아서 두시간 후에 보자고 했다. 버스를 타고가면 둘러가서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길래, 나는 알겠다고 두시간후에 보자고 했다. 그러자 지율은 알겠다면서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빠르게 정류장을 뛰어갔다. 때마침 오는 버스를 타고서 지율은 집으로 향했다.
언제만에 들어오는 우리집인가. 하- 들어오자 마자 휑-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아왔다. 8년전에 형사로 발령받고서, 5년만에 전세금을 확보하고서, 대출을 받아서 얻게된 집이었다. 현재 3년째 열심히 대출이자에 허덕허덕 거리면서 갚아가고 있는 중이었다.하지만, 집을 사면 뭐하냐고! 집에 들어오는날보다, 잠복하는 날이 더 많고, 경찰서에서 자는 날이 더 많은데! 이렇게 불쌍하게 열심히 국가에 충성하는 형사가 어딨냐고!
나는 집안에 있는 휑-한 느낌이 더이상 싫어서 집안에 있는 불들을 모두켰다. 환하게 비춰진 조명, 그리고 나선 난방을 틀었다. 따뜻해지면 좀 더 휑-해질것만 같았다.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 무슨 남의 집 같다. 뭐가 이래 "
불평아닌 불평을 하면서, 금새 샤워를 마쳤다. 머리를 말리고선, 장롱을 열었다.
" 여기 어딘가에 있었는데? "
6개월 전쯤이었나? 부모님의 성화에 어쩔수 없이 맞선을 보게 된적이 있었다. 그 때, 나를 불쌍하게 여기신 서장님께서 사주신 수트였다. 수트를 사러가면서 서장은 내게 희한한 질문을 한가지 했다.
' 한 형사, 국가에 가장 애국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나? '
' 형사로써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국가에 해치는 놈들을 모두다 잡아 쳐넣는것. 그 것 뿐이죠. '
' 아니, 바로 결혼을 하는거지! '
' 네? '
' 이번에 맞선나가면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라네 '
' 하하- '
' 우리 딸도 자네같은 남자만 만나면 좋으련만, 남자에는 통 관심이 없다보니 '
장롱 가장자리 부근에 걸려진 블랙수트를 찾아냈다. 와이셔츠를 찾았다. 넥타이는 번거로우니깐 스킵했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단추를 다 잠그었더니, 답답한 느낌이 들어, 윗단추 두개를 풀었다. 그리고선 위에 마이를 입고선, 재빨리 집밖으로 나왔다. 엘레베이터를 잡고서, 뭐, 두고온게 없나 고민하고 있는 차에-
" 아! 차키 "
무음이 급해서 그런지, 깜빡하고 차키를 챙겨나오지 못했다. 재빨리 침대옆 서랍장에 놓여진 차키를 들고서 빨리 나와서 아까 눌러놓은 엘레베이터를 기막힌 타이밍에 탔다.
네이게이션에 지율의 집을 검색하고선, 겨우겨우 제 시간에 지율의 집앞에 도착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까지 약속시간 5분전쯤 되보였다. 나는 밖에 나와서 차에 기대어서 지율의 집앞에서 기다렸다. 지율의 집은 이층 저택으로 상당히 큰집이었다. 내가 여자집앞에서 이렇게 쫙-빼입고 에스코트까지 하러 오다니, 무슨 연인관계라도 되는듯 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내가 미쳤나 보네 "
고개를 흔들면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묘한기분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머리를 마구마구 흔들고 있는데, 때마침 현관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선 허겁지겁나오는 지율이 보였다. 고개를 마구잡이로 흔들고 있던 나를 보았는지, 입가에는 우습다는 미소를 가득 머금은채 나왔다.
" 선배? 나 어때요. 괜찮아요? "
그저 머리감고, BB크림만 바른듯 해 보였다. 내 성격은 너무나도 솔직했고, 내 눈에 그녀의 모습은 고등학생같아 보였다.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아니. "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는데, 지율은 나의 말보다는 내 차에 더 관심이 많은것 같았다. 그럼! 이 차가 어떤차인데! 내가 지난 4년동안 먹는거 아껴가며, 입는거 아껴가면 모은 돈으로 풀옵션으로 뽑은 SM5인데, 차마 6개월도 타지 못하고 SM5는 지난 두달도안 지하주차장에서 섞어났어야만 했다.
" 이 차는 웬거예요? 선배꺼예요? 우와! 예쁘다. "
내 차를 보면서 '예쁘다'를 연발하는 지율을 보니,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리고선 기분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오른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말은 귀뚱도 듣지 않은채, 또다시 지율의 관심사는 옮겨졌다.
" 우와! 선배, 수트도 입었네요. 멋있으시다! 이제 앞으로 맨날 맨날 그렇게 입고 출근하십시오. "
새로운 관심사는 내 수트! 멋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고맙다는 표현이 하기가 쑥스러워졌다. 멋있다? 그 언제 들어보고 못들어봤던 말인가!
" 나보고 명령하냐? "
" 네! "
" 이렇게 입고, 어떻게 범인잡으로 뛰어다닐수 있겠냐. "
" 아! 그래도 가끔씩 그렇게 입고 나오십시오. 너무너무 멋있으십니다! "
계속해서 멋있다를 연발하자 나는 겨우겨우 웃음을 숨기면서, 최대한 무던한 표정을 지을려고 애썼다.
" 생각해보고 "
지율의 집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던 나와 지율은 만난지 20분만에 내 차에 올라탔다. 일단은 칵테일바 보다는 지율에게 대책이 필요했다. 미용실도 가야했고, 옷도 사러가야했다. 나는 아까 지율의 집에 오면서 봐두었던 지율의 집근처에 있는 샵에 도착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나를 따라온 지율은 어리둥절 하면서 내게 팔목이 잡혀 거의 질질끌려 가다 시피했다. 문을 열자 '환영합니다. 고객님!' 이라고 90도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는 점원들에게 지율은 어설프게 고개를 까닥까닥 했고, 때마침 내게로 디자이너가 다가왔다.
" 안녕하세요. 여자분이 머리하실려구요? "
" 네. 최대한 예쁘게 부탁드립니다. 머리부터 메이크업 까지 "
"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내가 팔목을 놓자. 이번에는 디자이너의 손에 질질 끌려가 의자에 앉은 지율은 어리둥절하게 자신 앞에 놓인 거울만 멀뚱멀뚱 쳐다 보았다. 거울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은 부스스한 머리, 원래는 컷으로 잘랐는데, 어느새 길었는지 어깨선까지 닿아 너무 어정쩡해보였다. 또 억지로 비비크림을 발랐더니 목의 색이랑 얼굴색이랑 천지차이. 그제서야 상황판단이 된 지율은 얼굴이 시뻘개 졌다.
디자이너는 지율의 머리를 이래저래 뜯어보면서 어떤스타일이 좋을까라고 혼잣말로 말했다. 지율은 어설프게 웃으면 '어떻게든 해도 상관없어요. 그냥 최대한 아침에 말리기 쉬운 머리로 해주세요 '
" 말리기 쉬운머리요? "
" 네. 매일 아침아침이 전쟁이거든요. "
여자로써 꾸밀시간도 없고, 매일매일이 전쟁이 지율은 치장을 잔뜩하고 있는 디자이너에게 말하기가 부끄러워진것 같아 보였다. 디자이너는 '아, 네!' 라고 대답하고선 지율의 머리에 가위를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 그럼 머리는 조금 더 자를게요. 그리고 웨이브를 줘서 귀엽고 통통튀는 스타일로, 그리고 메이크업은 세미스모키로 할게요. 괜찮으시겠죠? "
" 저....스.....모키가 뭐죠? "
스모키가 뭐냐는 지율의 질문에 디자이너는 더이상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던지 근처에 있는 스모키한 후임 디자이너를 불러 지율에게 보여주었다. 눈매를 강하게 포인트를 준 화장에, 지율은 '헉' 하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다. 자신에게도 어울리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머리를 시작합니다 라는 디자이너의 말과함께 지율도 함께 잠이 들어버렸다.
지율이 한참동안 머리를 하는동안 나는 오랜만에 인터넷서핑을 했다. 이 얼마만에 눌러보는 인터넷익스플로러냐! 못본사이에 뜨거운 소식들이 어마어마 하지 않은가? 한시간쯤이 지났을까? 정말로 인터넷을 하면 시간이 잘도 가는 것같다. 시계를 문득 보고서, 벌써 한시간이네 지났네 라고 생각하고 지율이 앉은 곳으로 바라보았다.
디자이너는 마무리가 되어가는지 열심히 드라이를 하더니 마지막으로 왁스로 스타일을 살려주었다. 그것도 모르고 곤히 자고있는 지율의 보니 마냥 우스웠다. 나는 인터넷창을 끄고서, 성큼성큼 지율에게로 다가갔다. 얼마나 곤히 잤으면 이 시끄러운 곳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나와도 저렇게 편안하게 잘 나는건지..
나는 지율을 툭툭쳤다. 그랬더니, 역시나 반응하나는 끝내준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눈을 살짝 뜨면서 나를 보고선, 얇게떴던 눈이 갑자기 크게 떴다.
" 어, 어! 몇시간 지났습니까? "
" 한시간 반. "
" 네! 그럼, 빨리 가야겠네요. "
한시간반이 지났다는 소리에 지율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무슨 머리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한참걸리냐, 라는둥의 말을 내뱉으면서 입을 삐죽삐죽거렸다. 그리고선 성큼성큼 데스크로 걸어갔다. 계산을 하려나보다.
혹시 강 지율은 여자가 아닌걸까? 어떻게 머리와 메이크업까지 했는데, 거울도 한번 안보고 바로 나갈생각을 하는지.
" 넌 거울도 안보니? 니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싶지도 않아? "
" 네? "
계산을 하고서, 나는 다시 지율이 서있는 거울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온것을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선 처음으로 내뱉는 한마디가..
" 저, 이상하지 않습니까? "
" ........... "
예뻤는데, 왜 그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건지. 나는 그저 '바쁘다, 빨리 가서 옷도 사입을려면 시간이 부족해' 라는 말만 남긴채 먼저 샵을 나가 버렸다.
나는 먼저 차에 올라타서 휴대폰을 만졌다. 아까보다 더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였다. 좀있다가 차에 올라탄 지율은 쭈뼛쭈뼛거리면서 말을 꺼내었다.
" ..... 계산을 제가 해야하는건데 "
" .... 됐어. 그냥 해줄때 받아 둬. 이게 처음이자 끝이니까 "
차를 타고 다시 15분정도 이동하자 번화가가 나타났다. 겨울이라 그런지 6시에도 해는 지고 캄캄했다. 그래도 도시의 화려면 조명들이 번쩍거려 환하게 느껴졌다. 나는 근처에 아울렛상가가 보이자 차를 세워두고선 차에서 먼저 내렸다. 내가 내렸는데도 지율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차안에서 앉은채 멀뚱멀뚱 눈만 끔뻑끔뻑 뜨고 있었다.
답답한 나머지 차창문을 치자- 지율이 차창문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손을 움직이면서 '내려'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린 지율은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여긴 어딥니까? 벌써 칵테일 바에 도착했습니까? "
" 아니, 옷 입어야지 "
내가 이렇게 말하자, 역시 강 지율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 저도 옷 입었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질수가 있겠냐? 내가 무려 8년 짬밥인데.
" 그게 옷이냐? "
내 핀잔을 잔뜩 들은 지율은 기가 푹 죽은채 나를 따라 아울렛상점에 쭈볏쭈볏 따라 들어왔다. 화려한 옷들, 보기도 민망한 마이크로스커트, 미니스커트, 원피스들을 보자 지율은 최대한 관심 없는척 고개를 돌렸다. 지율이 고개를 돌린쪽에는 하이힐들이 가득했다. 처음으로 반해버린 하이힐들을 보면서 지율은 천천히 걸어갔다. 너무 예뻐서 한번 신어보고 싶었다. 예쁜 하이힐 중에서도 가장 자신의 맘에 드는 하이힐은 블랙의 벨벳소재에 예쁜 장미코사지가 뒷꿈치에 달려있었다. 블랙의 하이힐이었지만 높은 굽은 골드로 아름다움을 더했다.
지율은 멍한 표정으로 하이힐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도 여자라고 하이힐을 보니 신고싶은 마음이 들긴 드는가보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점원이 추천해주는 미니 원피스를 보았다. 블랙의 어깨부분에 스팽글이 달려있었다. 지율이 입은 검정색 라이더 자켓을 위에 걸치면 예쁠것 같았다. 나는 멍하게 구두만 바라보고 있는 지율을 불렀다.
" 야! "
구두를 멍하게 바라보던, 지율은 헉! 하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 이거 입어봐 "
내가 건내어준 옷을 보자, 다시 한번더 헉-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뭐하냐? 얼른 입어라 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자, 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아까 지율이 빤히 쳐다보았던 하이힐을 보러 걸어갔다. 예쁜 하이힐이었다. 선물해줄까? 말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머뭇거리면서 하이힐앞을 왔다갔다 거리자, 점원이 내게 말했다.
" 여자친구분께 딱 어울리실거예요. 아까보니, 하얀 운동화던데 "
" ..... 아.. "
여자친구? 아니라고 말하기에도 내 처지가 불쌍해 보이니.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 하얀 운동화라? 블랙에 하얀운동화는 좀 많이 에러겠지? 나는 결심했다. 그래! 선배형사로써 단지, 선물해주는 거야! 응! 그래. 뭐가 이상해 보여? 하나도 안 이상해 보여. 나도 서장님한테 수트 선물받았잖아. 다 받은건 돌려줘야하는 법이지! 그래.
" 이것 포장해 주세요 "
" 네. 여자친구분에게 딱 맞으실 거예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좀 있어서 탈의실에서 쭈볏쭈뼛대면서 나오는 지율이 보였다. 미니원피스를 입자 어색한듯 지율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점원이 건내어준 쇼핑백을 들고서, 카드를 내밀고선, 계산을 하고서 바로 샵을 빠져나왔다.
나를 뒤쫒아 나온 지율은 헉헉- 거리면서 겨우겨우 말을 내뱉었다.
" 제가.. 사도 괜찮습니다. "
조심스럽게 말하는 지율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 눈에 뜨인건 바로 '하얀운동화' 를 보자, 바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지율에게 천천히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 너 TV보지? "
" 네 "
" 그럼 TV에 보면 WORST, BEST 가리는거 알지? 옷 입은거 보고. "
" 네. 봤습니다.. "
" 거기서 막 사람들이 저건 NG POINT 라고 말하지? "
" 네.. "
" 지금 니 옷의 NG POINT는 뭐라고 생각해? "
" .... "
내 물음에 지율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본인도 자신의 하얀 운동화가 NG POINT라는 것을 아는것 같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발 쪽으로 향하면서, 내게 입모양으로 '운동화?' 라고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이 보였다.
나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여있는 지율에게 쇼핑백을 건네어다 주었다. 지율은 엉겹결에 쇼핑백을 받고선, 멍하게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차로 올라탔다. 그리고 지율도 따라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 마자 지율은 쇼핑백을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다. 나는 조심스레 지율의 표정을 확인했다. 점점 눈이 커져가고 있었다. 정말- 반응하나는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입 밖으로 '헉-'이라고 내뱉었다.
" 선..선배님 " " 내가 너한테 주고싶어서 주는게 아니라, 너같이 빈티나게 생긴 얘들은 옷이나 구두라도 좋은거 신어야지.."
" 고맙습니다. 선배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율은 내게 고맙다면서 입가에서 웃음을 멈출줄을 몰랐다. 나는 머쓱해져, 운전에만 신경썼다. 지율은 조심스럽게 하이힐을 꺼내어서, 하얀 운동화를 옆에 두고서, 천천히 하이힐을 신었다. 하이힐을 신자마자, 지율의 입가에는 웃음이 그칠줄 몰랐다.
" 너무너무 예쁘죠? "
지율의 물음에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쑥스러움을 겨우겨우 견뎌냈다.
" 돼지발에 아무리 예쁜 구두를 신겨줘바라. 그게 예쁠것 같아? 하나도 안예뻐! "
" 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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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미학의'허접함'입니다. 그냥^^; 맨날맨날 사건에만 열중하는 불쌍한 노총각 승헌과, 발령받자마자 어려운 사건을 맡게된 지율이 쉬는 타이밍이라고 봐요ㅋ.ㅋ 항상!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업쪽을 원하시면 motion*
첫댓글 motion* 어머어머어머어머 쪽찌에 재미없는....여튼 그런 내용이라고 적혀있어서 뭔가 했더니만 이거 완전 러브러브모드네요!! 이런 건 당연히...!!! 좋아요...♡ 중간중간에 이런 것들 좀 잔뜩 넣어주세요...♡ 근데 스토커가 사채업자라니... 쪼까 놀랐어요~ 가상을 보니까 전혀 그렇게 안생겼는데 순해보이더만... 쪼금 이상해보이긴 했어도..<실제강지환님사람해용♡ 여튼 남상은... 아무래도 걔가 수상해... 너 너 빨리 정체를 들라!!!! 그래야 ... 러브러브모드를 더욱 빨리 볼 수 있지.. 비록 안 이어진다고 하지만 ㅠㅠㅠ 연상연하 좋잖앙 ㅠㅠㅠㅠ 한낯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기다릴께요... 둘이 잘 어울리는데 ㅠㅠㅠ
어머나 나 일빠먹었져요♡<
& 앗! 샤르망의돌체님이 이번에는 일빠시군요>.< 항상 업쪽날려드라자마자 바로바로 오셔서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조만간 남 성은이 나타난답니다...핫! 남 성은이 너무나도 모습을 안내비치니깐 슬슬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셨나요?ㅠㅠㅠㅠ역시..허접한소설..ㅋ.ㅋ승헌지율커플의 이야기는 아주 소소하게 미약하게 끌고나갈거예요..<- 어쩜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달달?한이야기일수도 있어요<-...어쨋든! 감사합니다.
럽럽 모드로 고고해요
& 럽럽모드ㅠ.ㅠ 저두그렇게 하고싶지만..^^ 아무래도 추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다 보니깐, 럽럽모드보다는 사건을 바탕으로 후배형사와 선배형사가 의견을 잘 조욜해서 환상의 팀웍을 발휘하는.. 뭐 그런초첨?이랍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