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br /><br />술, 그 영원한 로망(roman) <br /><br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br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br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br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br /><br />중국 당나라 시선(詩仙) 이백의 시 <월하독작<br />(月下獨酌):달빛 아래서 홀로 술을 마시다>의 <br />한 구절입니다.<br /><br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시 <화류(花柳)>에서<br />"하늘이 나로 하여금 술을 마시지 않게 하려면<br />꽃과 버들이 피지 말도록 하여라" 라며<br />"신이 주신 선물"인 술을 예찬하고 있습니다.<br /><br />술이란, 알코올 성분이 1% 이상 들어있는 <br />모든 기호 음료를 총칭합니다.<br /><br />기원전 45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 강 유역의 고대 수메르인들이 <br />포도주를 처음으로 만든 이래,<br />술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최고의 음식 중의 하나로 <br />여겨져 왔습니다.<br /><br />유럽의 목축문화는 포도주, 맥주, 벌꿀주, 위스키, <br />브랜디 같은 누룩을 사용하지 않은 술을 낳았고,<br /><br />아시아의 몬순 문화는 곰팡이를 이용해 술을 만들어, 유럽과 인상적인 대조를 이룹니다.<br /><br />세계에서 술을 가장 잘 마시는 나라는 <br />루마니아의 북동쪽에 있는, 집시음악으로 유명한 <br />"몰도바 공화국"입니다.<br />폭탄주와 술잔 돌리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은 1인당 <br />술 소비량이 세계 11위로 경제력 순위와 <br />거의 엇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나 할까요?<br /><br />◇ 술은 소울푸드(Soul Food)입니다.<br /><br />"한국인에게 술은 소울푸드다.<br />문화적인 미각으로 마시고 감성으로 취하는 것이다.<br />술을 고를 때, 중요한 건 절대적인 맛이 아니라 <br />거기에 얽힌 추억과 향수다.<br />한여름 불판 앞이라도 삼겹살에 소주가 정겹고, <br />비오는 날엔 어김없이 파전에 막걸리가 떠오르는 것은<br />바로 문화적인 미각인, 소울푸드인 우리 술을 찾기 때문이다.(김종호)"<br /><br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는 <br />"한 잔의 술은 재판관보다 더 빨리 분쟁을 <br />해결해준다."고 했으며<br /><br />의학의 성인 히포크라테스는<br />"술은 음료로써 가장 가치있고<br />약으로써 가장 맛이 있으며<br />음식중에서 가장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 이라며 <br />술의 순기능을 예찬했습니다.<br /><br />술의 미학을 깨닫는 순간<br />술은 더 이상 괴로움을 잊는 수단이거나<br />숙취로 인해 괴로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br />가끔씩 힘들 때 기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br />친구같은 존재로 다가올 것입니다.<br /><br />◇ 술은 지적(知的)입니다.<br /><br />심포지움(Symposium) 하면<br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연상하는데,<br /><br />원래 심포지움이란 말은 그리스어 "함께(Sym)"와 <br />"술을 마시다(Posium)"의 합성어로,<br /><br />그리스인들이 식사후 술을 마시며 학문, 사상, 음악, <br />미술 등에 대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 것을 뜻합니다.<br /><br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철학자들 명언 대부분이 술자리서 나왔습니다.<br /><br />◇ 술은 사랑의 묘약(妙藥)입니다.<br /><br />노르웨이는 갓 결혼한 부부가 한달 내내 벌꿀술을 <br />마시는 풍습이 있었습니다.<br /><br />젊은 남녀가 달콤한 술에 한 달 동안이나 취해 있었으니 사랑이 저절로 싹틈직 합니다.<br /><br />오늘날 신혼여행을 허니문(honey moon)이라 <br />하는 것은 여기서 유래됐습니다.<br /><br />◇ 술은 풍류, 즉 맛과 멋으로 즐겨야 합니다.<br /><br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br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 옴세<br />백년덧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자 하노라"<br /><br />조선시대의 명재상이자 청빈한 선비였던 <br />김육이 꽃피는 날 벗을 청하여 술을 마시자는 <br />정감이 무르익는 살가운 시입니다.<br /><br />주량이 적은 사람일지라도 술 향기와 분위기에 <br />취해 오묘하고 신비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게 <br />술의 매력이기도 합니다.<br />마치 우리가 그림을 그릴 줄 몰라도 그림의 정취에 스며들고 감상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br /><br />낭만 넘쳐 흐르던 1950년대 중반, 당시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명동의 대포집 "은성"에서 "명동백작"이라 불리던 멋쟁이 시인 박인환(1926~1956)이 <br />죽죽 써내려간 시 <세월이 가면>은 극작가 이진섭이 즉석에서 곡을 붙이고, 그 자리에 있던 가수 나애심과 테너 임만섭이 불러 더 유명해졌습니다.<br /><br />술집에서 대폿잔을 기울이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고 작곡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br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br />그것은 마치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습니다.<br /><br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br />그 눈동자 입술은 내가슴에 있어<br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br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br /><br />풍류를 즐길 때 술은 시가 됐고, 시대의 아픔을 <br />이야기할 때 술은 소설의 소재가 되었습니다.<br />이처럼 문학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br /><br />◇ 현대사회에서 술은 절묘한 절제의 미가 필요합니다.<br /><br />누군가 "술 마시지 말자 하니, 술이 절로 잔에 따라진다. 먹는 내가 잘못인가, 따라지는 술이 잘못인가. <br />잔 잡고 달에 묻노니, 누가 그른가 하노라."라며 <br />금주(禁酒)하기 어려운 절절한 심정을 <br />시로 읊기도 했지만, <br />술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파멸을 부르게 됩니다.<br /><br />한국 속담에도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br />술이 술을 마시게 되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이 있습니다.<br /><br />성경에서도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br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 <br />오히려 성령으로 충만해 지십시오."라며<br />술로 인한 일탈을 경고하고 있습니다.<br />(에베소서 5장18절)<br /><br />상징주의의 거장으로 "비탄의 시인", "랭보의 연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1844~1896)을 <br />어둠의 끝까지 몰고 간 것은 당시 유행했던 압셍트(absinthe)란 녹색 술이었습니다.<br /><br />압셍트는 19세기 후반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들이 열광하던 술이었습니다.<br /><br />베를렌, 랭보를 비롯한 시인들과 고흐, 모네 등 <br />인상파 화가들, 피카소, 헤밍웨이 등도 <br />이 술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합니다.<br /><br />압셍트가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br />환각을 일으켰기 때문인데,<br />에드가 드가는 이 술을 소재로 그의 대표작인 <br />"압셍트"를 그렸습니다.<br /><br />압셍트는 알코올 도수가 70~80도에 이르는 독한 술로, "악마의 술", "초록 요정"으로 불렸던 술입니다<br /><br />그러나 이 술의 마력이 예술적 혼을 불어넣은 <br />것만은 아니었으며, 이 술은 결국 광기와 중독을 <br />불러오게 됩니다.<br /><br />1900년대 중반의 청록파 시인 조지훈도 <br />술을 사랑한 문인인데,<br />그는 "주정도 교양"임을 강조하며 술을 많이 마시기 보다는 "잘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br /><br />조지훈은 수필 <주도 유단 (酒道有段)>을 통해 <br />바둑처럼 주도의 단수(段數)를 매겨 놓았습니다.<br /><br />등급을 18단계, 9단으로 나눕니다.<br />반주를 즐기는 사람은 2급, 애주의 단계에 이르면 초단, 퇴근 무렵 술 친구 전화 기다리는 사람이 2단, <br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은 7단, <br />열반주가 9단으로, 술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람입니다.<br /><br />술은 재료에 따라 곡주, 과실주로,<br />제법에 따라 발효주, 증류주로 나누입니다.<br /><br />원료가 다른 만큼 맛과 향이 다르고, <br />마시는 목적도 다릅니다.<br />위스키가 취기를 느끼기 위해 마시는 술이라면, <br />브랜디는 잠시 향기를 간직하기 위해 마시는 술입니다.<br /><br />"프랑스 남성들은 좋은 꼬냑이 한 병 생기면 <br />6개월이 행복하고, 여성들은 좋은 향수를 한번 선물 받으면 1년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br /><br />여성이 향수 한 병을 1년동안에 걸쳐 <br />몸에 살짝살짝 뿌리듯,<br />프랑스 남성들은 꼬냑 한 병을 무려 여섯달 동안에 <br />걸쳐 홀짝홀짝 입속에 털어 넣습니다.<br /><br />브랜디는 곧 "입속의 향수"이며, <br />여성을 사귈 때 "반모금쯤 혀로 굴리며 <br />향기를 남겨두는 술"로 많이 사용됩니다.<br /><br />이제 술이 남성의 전유물인양 치부하던 <br />시대가 지났습니다.<br />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시대인 요즘, <br />"감성" 못지않게 "기호"도 중요해졌으며,<br />술의 트랜드도 여심(女心)을 사로잡는 것으로 <br />바뀐지 오래 됐습니다.<br /><br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br />"술에 취하는 것은 소극적인 행복이며 <br />불행의 일시적인 중지" 라며 술의 존재가치를 옹호합니다.<br /><br />술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기에 <br />술을 건강하고 멋스럽게 즐길 줄 아는 <br />지혜와 슬기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br /><br /><br />♡"꽃 피면 달 생각하고<br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br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br />벗 생각하네<br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br />완월장취(翫月長醉) 하려노"♡<br />- 이정보 "해동가요" -<br /><br /></p><p><img 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1BgV1/b827fd0b596c72570a4d63f4b74aa1e09217ba72' class="txc-imag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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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술 마신지 어언 오십년
이제는 술을 끊는것이 로망이지 ㅎ
술에 관한 알짜야그 집대성!
제임스님 덕분에
술자리 대화가 풍요롭겠습니다
첨 이태백야그겠거니 했다가~~
굿하루되세여
어제 마신 술과
대화는...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촉매제였지요..ㅎ
와 술에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게 됩니다~^^
세월이 가면/박인희
https://youtu.be/25oXoRon05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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