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조용필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잔인한 4월 ‘봄날은 간다’ / 김종호 기자(문화일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라일락 꽃을 죽은 땅에서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미국 출신의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이 1922년 발표한 시 ‘황무지’의 일부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한 유럽의 정신적 공황 상태 속에
자연은 생명의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4월이야말로 잔인하다는
역설적 의미인 것으로 흔히 이해된다.
한국 대중가요 ‘봄날은 간다’도 배경이 비슷하다.
6·25 전쟁 막바지였던 1953년
대구 유니버설레코드사에서 음반에 담아 발표한 노래다.
화가이면서 작사가인 손로원(1911∼1973)이 지은 노랫말에
박시춘(1913∼1996)이 곡을 붙였고, 백설희(1927∼2010)가 불렀다.
당시 전쟁 참화(慘禍) 속의 봄날은 화창해서 더 슬펐다.
봄은 희망을 상징하지만, 역설적으로 슬픔을 자아낸다는 것을 노래한 셈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손로원은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어머니가 타계하기 전에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한 연분홍 치마의 한복을
아들인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입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사실을
시대 상황과 함께 떠올리며 그런 가사를 지었다고 한다. .........
계절의 봄이든, 인생의 봄이든 오고 가고, 또 오고 가는 것이라는 이치와 함께
4월의 잔인함과 역설적인 희망의 의미도 되새기게 하는 자리일 듯하다.
그런 기회가 모든 장르에서 더 자주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국민적 상처가 깊어진 상황이어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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