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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만 이번에도 해낸다. 사실 MCU의 우주는 매우 좁다. 빌런의 욕망과 상상력은 매우 지구적인 규모에 국한되고 우연과 행운이 남발되는 전개는 상당히 단순하다. 그럼에도 이 우주가 좁게 느껴지지 않는 건 충분히 학습된 캐릭터, 다채로운 액션, 매 시퀀스가 하이라이트라 해도 좋을 스펙터클의 연쇄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타노스라는 실로 형형색색의 캐릭터를 꿴 값비싼 목걸이는 서로의 빛을 깎아내지 않고 조화롭게 빛난다. 오늘의 마블을 만든 힘은 그 탁월한 조율과 균형감각에 있다. 기대를 완벽히 배신하는 결말 덕분에 <인피니티 워>는 온전히 타노스의 영화, 다크 히어로물이 된다. 모든 게 과잉인데 그게 또 미덕인 (자본)집약의 정수.
‘마블 영화 피로감’에 대한 이야기는 몇 해 전부터 있었으니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진짜 새삼스러운 건 그런 위기론 속에서도 마블이 매번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에 불을 지펴왔다는 사실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의 성공신화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임을 호방하게 과시하는 선언문 같다. 호감 가는 캐릭터가 떼로 나오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영웅이 많아서 (볼거리가) 이득인 영화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분량 배분이) 오히려 문제인 난이도 상급의 미션이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보이는 미션을 루소 형제는 균형 잡힌 앙상블 지휘 능력과, 타율 높은 위트와, 볼거리와 비장미를 두루 끌어안은 화려한 액션 등으로 하나씩 클리어 해 나간다. 늘 아쉬움으로 지적되던 ‘악당의 존재감’ 문제는 타노스라는, 무지막지한데 의외로 정(情)이 있는 사연 두터운 캐릭터를 통해 막아냈다. 여러모로 마블러스(marvelous)하다. 마블이 잘 던지는 ‘떡밥’은 이번엔 그 크기가 비대하다. 후반부 이야기가 아주, 대단히, 매우 충격적인데 이에 대한 해석을 1년이나 기다려야 볼 수 있다니. 또 낚였... ‘타임 스톤’이 있다면 1년 후로 갔다 오고 싶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