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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늘 평탄한 길로 인도하려 했다"
첫 행부터 강렬하다. 대개 어둠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여기서는 시련을 가려주는 '평탄함'으로 다가온다. 삶의 치열함을 잊게 만드는 달콤한 유혹이리라.
"그런 골짜기를 바람은 더 좋아했다"
바람은 뿌리내려 안주할 곳이 없는 '절박한 골짜기'를 오히려 택한다. 흔들릴 뿌리조차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시인은 타성에 젖는 평탄한 삶보다, 결핍과 시련이 있더라도 자유로운 단독자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거다.
2연: 쓴 소리와 푸른 바람, 그리고 성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이로움"
역설법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고독 속에서 오히려 시적 직관(눈빛)이 번쩍인다.
"푸른 바람이 문풍지처럼 울었다"
'쓴 소리'가 살아나는 날, 현실의 안방(세계)을 뒤흔드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이때 바람은 청각적(문풍지 소리)이자 시각적(푸른색)인 이미지로 다가오며, 잠든 의식을 깨우는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예지력을 보여주고 있다.
3연: 소외 속에서도 본질을 직시하는 의지
"울퉁불퉁한 길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별의 몫이었다"
세상은 '또렷한 빛을 밝히는 별'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본이나 권력 같은 세속적 가치에 초연한 존재(시인 혹은 예술가)는 늘 외롭다. 하지만 그 고독한 별이 하는 일은 화려한 곳이 아닌, 소외되고 거친 '울퉁불퉁한 길'을 묵묵히 비추고 응시하는 것이다. 시대와 이웃을 향한 시인의 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4연: 세상의 안쓰러운 주문과 연민
"핀다 쓴다 핀다 쓴다 손을 흔들었지만"
'길의 안전지대'가 바람을 멈춰 세우려고 유혹하는 몸짓이다. 꽃을 피우고 글을 쓰는 행위(혹은 삶의 달고 쓴 맛)가 반복되는 정형화된 삶으로 돌아오라고 손짓한다.
"세상은 늘 안쓰러워 / 제 꽃을 피울 바람의 길을 열어놓고"
그러나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은 그런 바람이 안쓰러워 결국 그가 달릴 수 있는 '바람의 길'을 열어준다. 여기서 '반복의 주문'은 굴레가 아니라, 바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생의 원동력이 아닐지.
5연: 묵묵한 실천과 영원한 여정
"절절해서 붉어지는 아침이면 / 바람은 / 또 무심코 길을 쓸었다"
밤새 고뇌와 시련(붉어지는 아침)을 통과한 뒤, 바람은 거창한 유세 없이 '또 무심코' 길을 쓴다. 여기서 '무심코'는 체념이 아니라 경지에 오른 담담함이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묵묵히 세상의 거친 길을 청소하고 다듬는 시인의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4.김종웅 시인의 <바람의 길>은
'시인이란, 그리고 깨어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뜨거운 답가다.
남들이 좋아하는 평탄한 길(안전지대)을 과감히 버리고, 외롭고 울퉁불퉁한 골짜기를 택해 문풍지를 울리며 달리는 바람의 모습은 참으로 당당하고 고결하다. 마지막 연에서 새벽녘 붉은 빛을 받으며 무심하게 길을 쓰는 바람의 뒷모습은, 매일 아침 시의 언어로 세상을 맑게 닦아내는 시인 자신의 뒷모습과 겹쳐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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