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선수들은 오랫동안 투 핸드 슛을 사용해왔다. 남자선수들과 달리 공을 던지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여자선수들도 남자선수들처럼 한 손으로 슛을 던지는 선수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원 핸드 슛과 투 핸드 슛, 과연 어떤 방법이 더 정확한 슈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원 핸드 슛의 선두주자는 김정은
투 핸드 슛이 일상적으로 지속되던 여자농구에 본격적으로 원 핸드 슛 바람을 몰고 온 선수는 바로 신세계의 김정은(24, 포워드)이다. 2006년 혜성같이 등장한 김정은은 그 동안 보여졌던 여자선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선보였다. 일단 슈팅 폼이 남자선수들과 같은 완벽한 원 핸드 슛이었다. 오른손으로 공을 들고, 왼손은 공을 받치는 역할만 하는 완벽한 폼이었던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점프를 한 후 정점에서 슛을 던지는 등 점프슛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선수였다. 김정은 등장 이후 여자농구는 원 핸드 슛을 사용하는 선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김단비(신한은행), 박혜진, 고아라(우리은행), 박하나(신세계) 등이 바로 그들이다. 또한 삼성생명의 혼혈선수 킴벌리 로벌슨 역시 제대로 된 원 핸드 슛을 구사하는 선수다. 파워풀한 농구를 펼치는 선수인 만큼 먼 거리에서도 완벽한 슈팅을 구사한다. 원 핸드 슛을 애용하는 선수들도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김정은이나 로벌슨처럼 이마 위에서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있는 가하면 가슴에서부터 밀어서 슛을 던지는 선수들이 있다. 이것 역시 팔의 힘 차이에 따라 다르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볼 컨트롤이나 정확성에 있어서는 이마 위에서 슛을 던지는 것이 정석으로 불리고 있다.
원 핸드 슛은 하나의 상징성
김정은의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그동안 그러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없었기에, 한국여자농구 역사에 변화의 획을 그은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농구가 점점 파워를 중요시하게 되면서 여자농구 역시 기존의 스타일에서 탈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원 핸드 슛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 이외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여자농구의 남성화가 그 맥락이다. 예전에는 아기자기한 여자농구만의 매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더 육체적인 측면이 중요시되고 있다. 여자선수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며 근력을 키우고, 상대방과 몸싸움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힘을 키운다. 여자농구를 보면 남자농구 못지 않게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강영숙(신한은행), 신정자(KDB생명), 양지희(우리은행), 정선화(KB국민은행) 등 각 팀의 빅맨들은 모두 탄탄한 체격을 갖추고 있고, 이들의 파워게임에 따라 골밑의 우세 여부가 점쳐진다. 여자농구 최장신센터 하은주(신한은행)는 웨이트 트레이닝 예찬론자다. 공을 갖고 하는 운동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하은주는 골밑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수라고 말한다.
1.5핸드를 쓰는 이유는?
여자선수들의 경우 명확한 원 핸드나 투 핸드가 아닌 그 중간 단계의 폼으로 슛을 쏘는 선수가 많다. 원 핸드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투 핸드도 아니다. 마땅하게 붙일 이름이 없어 일단 1.5핸드라고 하자. 올 시즌 삼성생명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박언주가 대표적인 1.5핸드 슈터다. 박언주는 “고등학교 때 포지션을 포워드로 옮기면서 3점슛 연습을 했어요. 처음에 투 핸드로 슛을 던졌는데, 투 핸드 슛은 손이 크면 부정확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손이 좀 큰 편이라서 원 핸드로 슛을 던졌는데, 힘이 모자라다보니 왼손을 좀 더 사용하게 됐어요”라며 슛폼 탄생 배경을 밝혔다. 박언주 외에도 삼성생명의 이미선이나 신세계의 허윤자 같은 경우에도 1.5핸드에 가까운 슛폼이다. 박언주는 이러한 슛폼의 장점에 대해 “투 핸드 슛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것 같아요. 투 핸드의 경우 양 손이 조금만 엇나가도 밸런스가 무너지는데, 이 폼은 한 손에 비중이 더 크고, 나머지 한 손이 받쳐 주다보니 그런 위험이 좀 덜 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원 핸드? 투 핸드? 어떤 게 진리?
여전히 여자선수들 중에는 투 핸드로 슛을 쏘는 선수들이 많다. 여자농구 최고의 슈터인 박정은(삼성생명), 변연하(KB국민은행), 김연주(신한은행), 한채진(KDB생명)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투 핸드 슛을 구사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해설자로 활동 중인 박건연 대학연맹 전무이사는 원 핸드 슛 예찬론자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투 핸드로 던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없어져야 한다. 슛은 힘이 아니라 요령이다. 오히려 슛을 던질 때는 힘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이어 “투 핸드로 던지면 가슴에서 슛을 던지기 때문에 슛 타점이 낮다. 타점이 낮다보니 키가 작은 선수가 밀착 마크를 하면 슛을 못 던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 핸드로 던지면 키가 작더라도 슛 타이밍만 빠르면 슛을 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선수들 역시 골밑슛이나 가까운 거리에서는 모두 원 핸드로 슛을 던진다. 하지만 점차 골대에서 멀어질수록 투 핸드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박정은이 그렇고 KDB생명의 이경은이 그렇다. 이경은 같은 경우에도 중거리에서는 완벽한 원 핸드슛을 구사하지만 3점슛은 투 핸드로 슛을 던진다. 세계적인 추세 역시 여자선수들도 점점 원 핸드 슛을 쏘는 추세로 바뀌어가고 있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역시 대부분의 선수들이 원 핸드 슛을 구사한다. 70년대 여자국가대표선수였던 대한농구협회 강현숙 이사 역시 원 핸드 슛에 한 표를 던졌다. 강 이사는 “나보다 선배들 중에서도 원 핸드로 슛을 쏘는 선수들이 많았다. 무조건적으로 원 핸드로 슛을 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이사는 그 이유에 대해 “일단 투 핸드 슛보다 슛 타이밍이 빠르다. 정확도 면에서도 한 손으로 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본다. 수비가 붙은 상태에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슛을 가져갈 때도 원 핸드가 훨씬 편하다. 타점도 더 높기 때문에 수비에 막힐 위험도 더 적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정태균 감독은 “과거의 명슈터였던 최경희나 신원화 같은 선수들을 보면 다 투 핸드 슈터다. 정확도 면에서는 투 핸드슛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투 핸드는 양 다리를 기반으로 해서 올라가고, 원 핸드는 몸통을 이용해서 던진다. 때문에 자세만 잡히면 투 핸드가 더 낫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농구 흐름상 움직임이 많아지게 되면서 원 핸드 슛을 쓰는게 유리하다는 의견은 동감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한테 맡는 슛 폼을 쓰는 것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조기교육의 필요성
많은 농구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 핸드 슛보다는 원 핸드 슛을 권장하고 있다. 움직임이 많고 격렬해진 현대 농구에서는 원핸드슛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강현숙 이사는 “어렸을 때부터 자세를 잘 잡아야 한다. 프로에 와서 갑자기 슛 폼을 바꿀 수는 없다. 처음에는 슛이 날아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안정적인 폼을 잡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연 전무 역시 “초등학교 코치들이 적극적으로 원 핸드 슛을 가르쳐야 한다. 당장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이 슛을 던지면 안 날아가니까 두 손을 시키는데, 시간을 두고 꾸준히 연습을 시켜야 한다. 조급함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여자농구 역사에 비춰볼 때 투 핸드 슛을 쏘는 명슈터들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폼으로 슛을 쏘는 것이다. 정석 폼이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만큼 그 폼에 더 익숙해졌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태균 감독 역시 “원 핸드냐, 투 핸드냐 보다는 안정적인 하체, 부드러운 손목의 스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곽현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201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