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뚜바비앙
11월 어느 날 11시에 선바위 역 2번 출구로 나오란다.
전날에 가을비를 맞은 터라 몸이 으슬으슬한데
나가?
말아?
그래도 오랜만의 부름이라 잔뜩 껴입고 나섰다.
11월 어느 날 11시라...
전철에서 내리니 장난스럽게도 빼빼로 데이가 떠오르던데
무얼 먹어?
그런데 칼국수 집에 가자는 거였다.
만두찜에, 칼국수를 받아놓고 창밖을 보니
대숲이 뒤뜰을 에워 쌓고 있었다.
훈훈한 칼국수 국물을 마셔대도
소쇄원의 사운대는 대숲 찬바람만 느껴지더이..
후딱 한 그릇 치우고 찜질방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가을공원을 걷자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서로 얼굴을 보았으니 따뜻한 카페로 가자 했다.
카페 뚜바비앙!
잠깐 들러볼 양이었는데 실내장식이 요란했다.
“재미있는 장식물들이 많네요?”
“앤틱 카페랍니다”
잠시 둘러보는 사이에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곡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인사하는 주인을 보니 수수하게 차린 50대 후반의 여성인데
음악과 함께 다시 보니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여인이 떠올랐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홀의 중앙에 있는 사각테이블에 앉으며 물었더니
편하신 대로 하라 했다.
참 편하다.
“저 벽에 걸린 유화작품이 좋은데
제 앞사람도 화가랍니다.”
“네에, 그러시군요. 여기도 화가들이 자주 오세요.”
이때 내 옆사람이 한다는 말이
“제 옆사람은 시인이랍니다.”
“네에, 여기도 시인들이 많이 공부하러 와요.”
이러는 사이 잠깐 들렀다 간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눌러앉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강차 한 잔, 대추차 한 잔, 커피 한 잔.
<카페 뚜바비앙!>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불란서 말이었다.
'Tout Va Bien'
모두 잘 될 거라는 말,
우리네 사자성어로 하면 ‘만사형통’이 될 것 같은데..
생각은 또 멀리 건너 띄어
제부도 해변의 어느 카페에 들렀던 일이 떠오른다.
<카페 하꾸나 마타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잘 될 거야"라는 뜻이다.
서양의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의 주제음악.
초원을 지배하던 킹 사자가 노쇠해 쫒겨난 뒤에
그 후계자가 다시 평정을 노리며 울려나오던 노래였다.
모두 잘 될 거야..
만사형통..
나는 그 위에 “옴마니반메훔”을 얹어 응얼거렸다.
비록 낙엽은 떨어져 내리고 내 몸은 쇠락해 가도
우주에 가득한 기운이 대지에 충만하게 깔리기를..
이번 가을 나들이는?
이렇게 고풍스런 분위기에서 보냈다.
2023. 11. 11.
카페 뚜바비앙
그로부터 1년만인가보다.
오는 토요일이 동지(冬至)라 하니
미리 팥죽을 먹으러 가자는 거였다.
팥죽을 어디서 먹나...?
옛날 기억으론 전라도 광주에 팥죽거리가 있었는데
거길 가봐...?
허나 이건 객기로 하는 말일뿐이다.
동지(同志)들의 뜻을 모아
선바위 역 '밀숲'으로 가기로 했다.
거기 들깨국수 등등을 하니 팥칼국수도 하지 않을까...?
허나, 허탕을 치고 들깨국수에 만두를 먹고 나서
예의 그 카페 뚜바비앙으로 갔다.
"오랜만이에요!"
"어서 오세요, 그 팀들이시네요?"
"아닙니다, 저만 똑같고 다른 분들입니다.,ㅎ"
알아보는 건 고마웠지만
어디 한 팀이 일년 내내 뭉쳐 다닌다더냐~
세월은 흐르고 인정도 변하고
인걸도 가고 오고 하는 걸..
이제 12월도 하순으로 들어서나 보다.
그러면 또 새해가 오겠지.
해가 가고 해가 오고 해가 가고 해가 오고...
뚜바비앙!
모두 잘 될 거야~
카페 뚜바비앙
첫댓글 뚜바비앙 ᆢ 단어가 참 재미 있네요
선배님들 카페에 커피향에 뿍 빠지신
하루 이셨네오ㅡ ㆍ를 즐기는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뚜바비앙, 뚜바비엥...
발음이 재미있지요?
해피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