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악착같이 내리고 주가도 하염없이 흘러내리니, 증시 바깥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로 심신을 달래보는 것도 나쁠 것 없을 것이다.
6.25이후 국제사회의 원조로 사지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이 이제는 남을 돕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데뷔했던 무대인 동티모르. 0000년 0월0일.
(혹시 있을지 모르는 관련자들의 명예손상과 군사기밀 유출 우려 등을 감안, 계급과 실명은 사용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세세한 상황묘사도 자제했음)
막 선발대와 임무교대를 하고 막사를 정리하던 한 장교의 눈에 낡은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들어왔다. '모기장 설치법' 제목부터 수상쩍다. 더구나 라벨도 손으로 대충 적어넣었다. 경험들 해보셨겠지만 전혀 '수상쩍지 않은 제목'이 씌여진 비디오테이프는 십중팔구 '수상한' 비디오이다. 파병 수개월 전부터 가족 연인들과 격리돼 훈련을 받아온 특전용사의 끓는 피가 장교라고 다를 리가 없다. 사주경계를 확실히 한뒤 테이프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TV 화면에서는 홈쇼핑 호스트가 가정용 모기장 설치법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천정이나 벽의 못을 이용, 한쪽을 먼저 걸고..."
여기서 또,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이런 은밀한 비디오들은 '날파리'들을 쫓기 위해 앞부분에 '건전화면'이 있는 게 보통이다. 여기서 포기해서 안되는 것은 물론이다. 건전화면 중간중간에 '주요화면'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함부로 'FF'버튼을 눌러 테이프를 앞으로 감아서도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숨죽이며 화면을 응시하던 우리의 국군용사는 어떻게 됐을까...근 1시간동안 모기장 설치법을 완벽하게 익힐수 있었다.
파병 병사들을 위해 누군가가 한국의 케이블TV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보낸다는게 홈쇼핑채널의 모기장 판매 광고 프로그램을 녹화한 것이었다. 어디다 말도 못하고 책상위에 집어던질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책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부하 장교 한명의 시선이 자꾸 한 곳에 머문다. "아휴 뭐 재밌는 것 없나..." 말을 빙빙 돌린 끝에 어렵사리 꺼낸말 "근데 저 테이프는 뭐죠?" "응, 모기장 설치법이야" "에이~설마. 그럼 저 봐도 될까요?" "그래" "진짜요?" 그래, 모기장 설치법이라니까..." 그 다음날 아침, 테이프를 돌려주는 부하장교는 고국의 동지섣달로 돌아가기나 한듯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며칠뒤 이번엔 장교보다 나이가 훨씬 많이 든 상사 한 명이 "00님, 이상한 테이프 갖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아~ 모기장 설치법요?, 그거 갖고 가서 보세요" "(어 이렇게 쉽게 주다니) 좀 쑥쓰럽긴 하지만 고맙슴다" 그날밤 선임하사 인사계 등등 고참 하사관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끙끙 신음소리를 내야 했다.
유감스럽게 여기가 끝이 아니다. 또 얼마뒤, 정훈용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러 장교막사를 찾은 옆부대 김하사가 뭔가를 품속에 집어넣고 나가다가 장교에게 들켰다(일반 사병이 없는 공수부대는 하사가 제일 졸병이다). 바로 그 '모기장 설치법'이었다. 300개가 넘는 비디오테이프 가운데 (방금 누가 본 듯) 맨 위 구석자리에 놓여 있는 '모기장 설치법' 테이프에 김하사의 손이 간 것은 '본능'이었다. 김하사는 공식 대여용이 아닐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훈련소에서 배운대로 잠시 '자리이동'을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적발한 장교는 의외로 씩~ 미소까지 지으며 "가져가"라고 할 뿐이었다. "(역쒸~ 고생하는 부하들 다룰 줄 안다니까)캄사함다!" 그날 새벽 2시, 24인용 야전텐트 안에는 60명의 공수부대 용사들이 그림자처럼 모여들었다. 두 눈에 시퍼런 광채를 내뿜으며 숨소리조차 흐르지 않은채 1시간이 그렇게 흘러간뒤....비디오 테이프를 빌려간 김하사는 다음날 아침 기상 점호에 참석할수 없었다. 동티모르 최초의 전사자(?)가 나올뻔한 상황이었다.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 동티모르에서 철수하는 날. 부대 활동을 서류속에는 비디오테이프 대여목록도 들어있었다. 특전용사들 취향에 딱 맞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을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오른 불후의 명작이 있었으니...그렇다, 바로 그 '모기장 설치법'.
이쯤 해서 명색이 주식시장을 논하는 '스톡 톡스(Stock Talks)'에 웬 동티모르 모기장 이야기냐는 핀잔이 나올만하다. 모르시는 말씀 무릇 인간세상의 축소판이 주식시장인데 동티모르의 모기장이라고 해서, 배워야할 투자의 지혜가 없을리 없다.
우선 심리학 용어로 '예단의 자기함정'이다. 한번 믿기 시작하면 진실을 들어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모기장 설치법'이라고 얘기해도 이미 야릇한 환상속에 빠져든다. 믿질 않는다. 한 코스닥 등록기업은 중국 진출설로 곤욕을 치렀다. 아직 구체적인 진전내용이 없다고 설명해도 "2분기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소문이 밑도 끝도 없이 퍼졌다. 결국 기다리던 '대박'은 없었고, 투자자들은 욕설을 퍼부어대고 있다. 이후 이 회사 사장은 '절대 입조심'을 신조로 삼고 있다.
두번째는 '행동감염'이다. 남들이 다 보는 비디오를 자기만 못 보는 건 참을 수 없다. 남들이 하면 나도 반드시 해야 한다. 한명 두명 번지다 보면 어느새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의 신호등에서 한 사람이 빨간불에 건너가면 우루루 뒤따라들 몰려가는 것과 같은 현상이 행동감염이다. 행동감염은 버블을 낳기도 하고, 반대로 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단의 자기함정'과 '행동감염'은 낭패를 부른다. 동티모르에서야 새벽 두시에 모기장 설치하는 법 공부하는 걸로 그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주머니에 남는게 없어지기 십상이다.
이상 동티모르 모기장 설치법에서 배운 투자자의 지혜...끝!
*이 글은 오로지 투자참고와 정신건강을 위해 쓴 것일뿐 대한민국 군대의 사기와 관계자들의 명예에 누를 끼칠 의도는 추호도 없으므로 (특히 공수부대원들은)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혹여라도 국방부에서 관련자 색출이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는 등 '오버'해서 '모기장 설치법' 후속편을 쓰게 되는 일도 없기를...^^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시 법적제재를 받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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