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도론을 중요한 지침서로 삼는 남방 테라와다의 수행은 위빠사나 지혜 중 '생멸의 지혜' 단계가 핵심 같습니다. 사마타의 힘을 바탕으로 궁극적 실재의 무수한 생멸을 직관함으로써 염오하게 되고, 그 이후의 위빠사나 지혜 과정을 거쳐, 출세간 도과의 마음이 열반을 대상으로 하며 수다원이 되는 것이죠. 주석서엔 찰나에 1조번의 마음이 생멸한다고 합니다.
북방불교의 대표적인 아비달마 논서라고 할 수 있는 구사론에선 오정심관, 별상염주, 총상염주 등의 수행을 먼저 하고, 핵심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성제 16행상'에 대한 분석적 통찰을 통해 (난, 정, 인, 세제일법의 사선근을 거쳐) 견도에 이르러 수다원이 된다고 합니다. 하나하나 따져 생각하다 보면 점점 깊어지는 방식입니다.
남방과 북방은 소승불교적 수행법 측면에서 각각 직관과 분석적 생각을 중요시한다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북방 불교권인 티벳불교에서 공성에 대한 분석적 명상을 가르치는 것도 이 영향이 없진 않아 보입니다.
첫댓글 엄밀하게 말하자면, 구사론과 청정도론을 대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구사론은 백과사전 격으로, 당시 인도 북부의 여러 소승학파들을 총섭합니다. 구사론의 저자가 바수반두인데, 이 바수반두가 유식학파로 전향하여 세부적으로 정립합니다. 그래서 유식학파의 세부적 골격에서 구사론의 냄새가 강합니다.
청정도론의 저자는 붓다고사인데, 붓다고사가 원래 인도 북부 소승 계열 승려였습니다. 즉 청정도론은, 인도 북부의 (쇠퇴 일로에 있던) 특정 소승학파의 텍스트라고 봐야 합니다.
붓다고사 당시 인도 남부는 완전 학문의 변방인데요. 어느 정도냐? 우리나라가 해방됐을 때, 학부 졸업만 해도 대학 교수를 하고 그랬어요. 당대 인도 남부는 그보다 못한 깡촌이었다고 봅니다. 붓다고사 이후에야 비로소, 오늘날의 남방불교라고 이름할 체계가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리하면요. 구사론은 인도 북부 여러 소승학파들을 다루지만, 청정도론은 인도 북부 특정 소승학파의 입장일 뿐이다. 구사론은 인도 북부의 여러 학파를 총괄하여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청정도론은 (그 실질적 내용이 인도 북부 특정 소승학파로) 오늘날 남방불교라 이름할 것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붓다고사의 출신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어 보입니다.
https://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93883c6904af824affe0bdc3ef48d419
주장이야, 얼마든 할 수 있겠지만요.
[경]에 대한 각주인 론, 론에 대한 각주인 소, 소에 대한 각주인 초... 이런 체계를 벗어나서요. 애초에 독립된 [론] 자체가 인도 북부의 부파(학파,스쿨)에서 등장합니다. 그러한 [론]이 등장했다? 초기 불교에서 이미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뜻입니다. 부처님 입멸 후 5백년 정도?
구사론과 청정도론의 어떤 본질적 차이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적었듯, 구사론의 일부가 청정도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세부적 사항에서야, 원래 지엽적 스쿨마다 차이가 좀 있을 수 밖에 없는 거라서요. 그건 직계 스승만 달라도 차이가 나는 거라...
론이 부처님 입멸 후 많은 시간 뒤에 나왔으니 초기불교랑 일정 부분 멀어졌을 거란 의견엔 동의하는데, 실천적 수행을 하기엔 논서 없이 니까야나 아함경 같은 초기경전 텍스트만으론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대에 남아있는 초기경도 사실 각 부파불교에서 편집 과정을 거쳐 전승한 삼장 안의 내용일 가능성도 있으니 100% 친설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보이구요.
이전에 밝혔듯, 초기불교(부처님 입멸 후 100년 이내 정도?) 신봉자가 아니라서요. 대승불교 행자구요. 대승불교 그러니까 북방불교가 부처님 가르침을 잘 보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날의 상좌불교 그러니까 남방불교도 잘 보전했구요.
원음인 경전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냥 중생이 부족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구요.
문헌학적으로, [경]들 중 어느 것이 부처님의 직설이냐? 오늘날 우리가, 그거를 판정할 객관적 기준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학문적으로, 설득력을 가지는 나름의 기준은요. 오늘날 우리나라 일부 불자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아니구요. 논리적 체계 분석, 세련됨의 차이... 이런 것으로 선후를 나누는 것인데요. 후대의 것에 속한다고 분석되더라도, 그것이 부처님의 직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40년을 설법하셨기 때문에... 40년이란 시간은 말이죠... 점점 체계적으로, 그리고 다루지 않았던 부분까지 설법하셨을 거라는 예측이 당연한 기간이라서요.
위에서 초기 불교에서 최소 5백년은 지나야 일반적인 형식의 론이 나온다고 지적한 것은, 논점이 된 붓다고사가 북부 소승 부파의 승려라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친설이냐 아니냐 주제는 학자, 스님을 포함해서 현실적으로 어느 누구도 확실히 결론내긴 불가능해 보입니다.
전 이렇게 생각하는데, 학계의 주류 의견도 아마 비슷할 겁니다. '현대의 니까야/아함경은 100% 친설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텍스트 중에선 친설에 가장 가까울 것이고, 대승경전도 법성에 합당하기 때문에 불설이다.'
현존하는 니까야도 소실된 부분이나 편집된 부분이 있을 거라는 추정의 근거는 아쇼카왕 비석 얘기 나오는 밑에 쇼츠 영상 내용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rANB0qQkHgo?si=JEa8-n-mOkvBB7_3
(딴소리긴 한데요)청정도론의 가이드가 겁나 빡세가지고.. 출가자 중에서도 선정에 재능이 있는 분 아니면 들이댈 엄두도 못낼듯요.ㄷㄷ
지적으로 참고는 할 수 있겠습니다만..
네 수행처마다 가르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테라와다 수행으로 어느정도 성취를 얻으신 분들은 대단해 보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