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댓 뮤지컬]
아워 하우스
 
두 개의 인생 엇갈린 운명
 
‘그래, 결심했어!’ 영국판 인생극장… 1인 2역 흥미로운 전개
흰색·검은색 의상으로 스토리 구분… 치밀한 극적 전개 긴장감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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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뮤지컬에서도 재미난 운명의 갈림길을 다룬 작품이 있다. 영국산 뮤지컬 ‘아워 하우스’다.
주인공은 런던 북부의 캠던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조 케이시. 18세 생일날 여자친구인 사라에게 멋진 야경을 보여주려 몰래 들어간 고층건물 공사장에서 그만 순찰차에 발각된다. 도망갈까 아니면 순순히 체포될까. 그 순간 무대는 두 가지 다른 선택의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내기 시작한다. 착한 선택과 나쁜 선택을 한 조 케이시가 겪게 되는 엇갈린 인생 항로를 무대에서 세 시간 남짓 보여주는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야기의 결론은 사필귀정으로 이어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며 흥미진진하게 주인공의 엇갈린 인생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잠시 스치듯 등장했던, 그리고 이휘재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그래, 결심했어!"로 유명했던 TV 인생극장의 무대적 적용이라 부를 만하다.
'아워 하우스'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인들에게는 추억의 스카 밴드로 유명한 70~80년대의 인기 대중음악 밴드 매드니스의 음악을 차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스카(ska)란 레게 댄스음악의 한 부류로 자메이카 리듬에 R&B를 가미한 퓨전음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드럼, 베이스, 리듬 기타 그리고 대규모의 브라스 밴드로 이뤄진 구조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매드니스가 처음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8년이다. 남성 7인조인데, 이들이 오늘날까지도 영국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음악 스타일이 런던 특히, 캠던이라는 북부 런던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밴드 멤버들의 출신 배경이나 활동 지역이 모두 이 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한다.
우리로 치자면 하나의 구(區)에 해당하는 캠던 버러(London Borough of Camden)는 특히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캠던 마켓이나 고급 저택과 수려한 녹지대가 있는 햄스테드 히스는 말할 나위 없고, 이곳에 거주했던 유명인(예를 들자면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나 카를 마르크스 혹은 극작가인 버나드 쇼나 소설가 찰스 디킨스 같은)의 묘지도 놓치지 말아야 할 런던의 관광명소 중 하나로 통한다.
하지만 캠던의 재미는 역사 속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다. 20세기 후반부터 자리 잡은 대규모 그리스-키프로스 이주민들의 주거지역과 남아시아 방글라데시 커뮤니티, 그리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복잡다단한 다인종과 다문화의 현대성 또한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역사성과 다양성은 캠던만의 오만 가지 인종과 잡동사니 문화가 뒤섞여 있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북부 런던만의 독특한 신구 조화를 창출해 냈다. 블러나 오아시스 혹은 펄프 등 9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기록했던 브릿 록 주자들은 바로 이런 캠던 문화의 영향을 받아 잉태된 음악적 산물들이다.
매드니스가 런던 캠던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이들의 음악 스타일과 노래 가사에 기인한다. 가족들의 대소사로 시끄러운 캠던 지역의 전형적인 영국 중산층 가정을 묘사한 '아워 하우스'나 중고자동차를 몰기 좋아하는 런던 사람을 풍자한 '드라이빙 인 마이 카', 저녁 시간 선술집(pub)이나 파티에 모여 춤추거나 사교하길 즐기는 런던 젊은이들 모습이 담긴 '하우스 오브 펀' 등은 런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그야말로 너무나 런던다운 노래들이다. 매드니스의 뮤지컬이 특히 빠른 기간 안에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워 하우스'의 성공적인 흥행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음악적 매력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이 뮤지컬은 단지 유명한 음악의 활용에 안주하지 않고, 치밀하게 계산된 극적 재미를 더해 '듣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만의 특이성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손꼽을 만한 것은 주인공의 두 갈림길의 '경우의 수'가 같은 배우들에 의해 동시에 무대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전개, 그리고 이에 따른 1인2역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나오는 장면마다 무대라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 세트와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연출의 묘미가 이 작품만의 별미를 잉태해낸다.
예를 들자면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이중적인 이야기 구조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선한' 선택을 한 경우에는 하얀 의상을, '악한' 선택을 한 경우에는 검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극렬히 대비되는 색상만으로도 각각의 스토리를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무대세트 역시 상황마다 흑백으로 변화돼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얼굴을 파악할 수 없는 거리에 또 다른 후보 배우를 기용, 두 가지 경우에 주연 배우가 동시에 무대에 나타나는 별난 장면도 보여주는 세심한 정성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결국, 무대를 통한 제작진의 재미난 시도는 처음 막을 올린 2003년, 영국 무대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 상인 '올리비에 어워드'의 최우수 신작 뮤지컬 상을 받는 쾌거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뮤지컬은 10개월에 불과한 흥행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원작인 매드니스의 음악은 런던에서의 인기보다 글로벌한 수준으로까지 확장된 것은 아니어서,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끌어들이기엔 원천적인 한계가 있던 탓이다. 웨스트엔드에서의 종연 후 3년여에 걸쳐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순회공연이 진행됐고, 인터내셔널투어팀이 일본과 이스라엘 등지를 찾아 해외 공연의 막을 올린 적이 있다. 2015년에는 런던의 유니온 극장에서 소극장 버전이 제작됐다. 아무래도 작아진 무대의 재미 요소는 더욱 현장감이 느껴지는 무대적 변환과 가까워진 거리에서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속도감을 더한 극 전개에 있다.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한층 강화된 버전인 셈이다.
우리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던 음악가가 많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빛바랜 대중문화 콘텐츠라도 효과적으로 재가공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다는 문화산업의 지혜를 알려준다. 우리의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로는 어떤 소재들을 다룰 수 있을까? 고민해볼 일이다.
‘아워 하우스’ 감상 TIP
스카를 즐기자 아무래도 주크박스 뮤지컬이니 음악을 알고 보면 더 흥미롭다. 매드니스의 음악은 브릿 록의 시금털털한 재미와 스타일을 담고 있어 좋다. 무대 말고 음악만으로도 꽤 즐길 만하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춤 아워 하우스 제작진에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안무감독인 피터 달링도 있다. 통통 튀는 춤의 재미는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쉬지 않고 춤추며 노래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멋지다.
인터넷에는 영국 공연 실황이? 우리말 자막은 없지만, 영국 공연 실황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스토리는 칼럼에서 소개했으니 궁금하면 검색하자. 물론 음악을 미리 알고 보면 더 즐겁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니까!
원종원 교수 뮤지컬 평론가
Songs From a Secret Gard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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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Songs From a Secret Garden
Secret Garden 1995–present
No.1 - Noctur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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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Title: Songs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Studio/Live Studio Mono/Stereo Stereo Audio CD (April 16, 1996) Label: Polygram Records / PHILIPS (P) 1995 PolyGram A/S Norway (C) 1996 Philips Classics Marketed in the UK by Philips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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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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