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울산광역매일]따로 하지만, 또 같이하는 대면 수업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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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따로 하지만, 또 같이하는 대면 수업

학생들이 시원한 가을 공기를 담고 학교로 돌아온다. 함께 교실에서 나눌 수업을 준비하느라 꾀나 많은 생각을 흘려보냈다. 한 주 동안 온라인 수업에서 진행하였던 학습 내용을 함께 다시 살펴보고, 2학기에 들어와서 함께 배운 대단원의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다음으로 새롭게 들어가는 두 번째 대단원은 고민과 생각을 엮어 수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기능 중, 작년 이맘때의 사진을 무작위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열심히 대면 수업에서 함께 나눌 수업을 구상하던 중, 작년 이맘때인 2019년 10월 중순의 사진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지금은 2학년인 우리 친구들의 작년 자유학기제 국어 수업 장면이었다. 학생들은 물론, 나까지 한 달 정도 그 수업에 오롯이 몰입했었던 연극 수업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대본을 짜고, 배역을 나누고, 연극 포스터를 만들었으며, 주-조연이 모두 열연을 펼친! 마지막으로 연극제까지 잘 마무리 했었던 그 시간들이다. 230명, 전교생의 모습을 하나하나 휴대전화로 찍어두었으니, 일 년을 돌아 다시 `작년의 오늘날`이라며 사진첩에 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본 후로 많은 생각이 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저렇게 환하게 웃으며 조별로 수업 시간에 연극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학생들에게 저런 추억을 남겨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이었는지 말이다. 지금이라고 다시금 서로가 협동하여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생들의 내면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수업을 만들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다시 고민은 이어졌다. 따로, 하지만, 같이 하는 협동 수업을 구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블렌디드 수업을 정착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이 두 가지 질문 중 첫 번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은 듯하다.


학생들과 함께 배울 새로운 단원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쓰이는 반어법 등의 다양한 표현법을 알아보는 부분이었다. 우선 학교에 흔하게 있는 B4용지를 적절한 매수로 코팅하여 임시 미니 화이트보드를 만들었다.


`도전 골든벨`처럼 학생들이 답을 머리 위로 힘차게 흔들 수 있는 미니 보드 말이다, 당장 미니 화이트보드를 학생 인원수만큼 구매하거나, 혹은 이미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위생 상 돌려서 사용하는 것은 어렵기에 주변에 있는 재료들로 개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발표 도구를 준비하고 싶었다. 이 코팅한 종이 위에 자신의 형광펜이나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얼마든지 창의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요즘 위생상 개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물티슈나 티슈 등으로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니 수업에 사용하기에 얼마나 좋을까. 이것만 있다면 학생들의 따로 또 같이 협동 수업은 교실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 구성은 거리를 유지하고 앉아있는 학생들의 자리를 기반으로 한다. 횡이나 종으로 한 줄이 한 팀이 되는 것이다. (조 구성을 위한 이동이나 교류는 없다)


방법은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가장 먼저 수행하여 각자의 미니 보드에 작성하고, 이 보드를 조원 모두가 각자 머리 위로 들어올려야 한다. 시에서 반어법이 사용된 시구를 찾아 모두 같은 답을 들어야 성공이라고 제안할 수도 있고, 주변에서 쓰인 반어법을 각자 모두 다르게 써야 성공이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조원들에게 시를 나누어 다른 주제로 각색해보고, 모두 미니 보드에 쓴 후, 머리 위로 들면 조별로 완성된 한 편의 시가 완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교과에서 활용할 수 있고, 융합도 가능한 방법이며, 앉은 자리에서 다른 걱정 없이 떨어진 상태에서 협동심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작년 연극 수업의 완성만큼이나 뭉클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 위로 각자의 보드를 흔들며 좋아할 학생들의 표정이 떠오르고, 학생들이 이 시를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말이다. "얘들아. 진달래꽃 마지막 줄에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밑줄 그어볼래. 그렇지 반어적 표현이지.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겠다는 마음을 반대로 말하고 있어"라는 한 문장으로 학생들에게 시를 전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한 문장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