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은 박근혜만 돋보인 선거였다고 한다. 자기식구 챙기기로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계파정치로 퇴행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던 ‘박근혜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이 상징적인 멘트는 18대 총선 내내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박근혜를 속였던 하수인 이재오와 이방호는 맥없이 무너졌다. 박근혜를 개의치 않고 희희낙낙하던 사천방주 이방호의 낙마는 박근혜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친박연대와 친박계 무소속의원들의 한나라당 복귀문제와 정몽준과 벌일지도 모를 박근혜의원의 당권도전 빅 매치 가능성여부가 언론에 의해 점쳐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복당으로 입지가 강화될 박근혜의 당권도전 여부이다.
그러나 복당은 박근혜나 친박계가 요구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친박계의 복귀를 원하나를 물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주류는 이명박계이기에 그들의 동의 없이 복당은 가능하지가 않다. 그러기에 복당에는 사전교섭이 필요하고, 박근혜의 한나라당 대표 재취임에도 이명박계의 협조가 선결되어야 한다.
‘나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라는 주문한마디에 대구에 적을 둔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은 지역구를 포기했다. 대구의 맹주 박근혜의 눈밖에 난 강재섭이 지역구에서 살아남을 길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최측근이라는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박형준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 의미는 누가 이명박의 대리인이 되더라도 박근혜의 적수는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정몽준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정몽준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다면 물론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박희태도 마찬가지이다. 한나라당에는 훌륭한 대표 감들이 여럿 있다. 박근혜는 당대표가 아니더라도 당내 위상이 위축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박근혜가 당대표 경선에 나설 일은 없다. 왜냐하면 박근혜는 주류인 이명박계의 동의 없이 당대표가 될 수도 없고, 이명박의 대리인과 경합할 처지도 아니다.
총선 후 박근혜의 행보는 조용한 기다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당대표 경합은 있을 수 없다. 박근혜의 당대표취임은 이명박의 제안으로 당대표에 추대되는 길뿐이다. 왜냐하면 당내에서 박근혜를 대적할 사람은 이명박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명박이 그 동안 이재오를 시켜 박근혜와 대적하게 했으니 한나라당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었다. 박근혜는 그저 나무 닭같이 조용히 전기(戰期)만 기다렸다고 보여진다.
이명박이 진정으로 박근혜의 도움을 요청한다면 박근혜는 화려하게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명박이 다른 길을 택한다면, 박근혜는 잠룡으로 돌아가 조용히 다음 승천기회를 기다릴 것이다. 복당 전에 친박계는 자유선진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의원을 빌려주는 융통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복당을 하지 않고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한나라당도 국회전문위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려 말고, 통합민주당에 몇 자리, 자유선진당에 한자리를 나누어주어, 국회에서 상생의 정치를 펴기 바란다.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된 친이와 친박의 총선게임은 한나라당이라는 찻잔 속을 휩쓴 태풍이었다. 찻잔 속의 태풍이 찻잔을 넘치면 주변이 어지럽게 된다. 이명박은 이 태풍을 찻잔 속에서 조용히 잠재우기 바란다. 박근혜가 적이라면 한나라당은 안팍으로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2008-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