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 도는 자주색 꽃으로 벌 유인… 쨍쨍한 날 꽃잎 활짝 펼쳐져요
용담
용담꽃이 폈어요. 용담꽃은 자주색에 푸른빛이 도는 경우가 많아요. 싹이 난 후 처음 몇 년간은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꽃도 피우지 않은 채 잎만 피우기도 해요. /국립생물자원관
아름다운 가을 야생화 ‘용담’은 비교적 높은 산의 햇빛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랍니다. 흔히 고산 초원의 풀꽃들이 무리 지어 있는 것과 달리 용담은 홀로 자라지요.
용담의 줄기는 해마다 땅속줄기나 뿌리에서 새로 나오며, 30~60cm 높이까지 큽니다. 잎은 폭이 좁고 길쭉한 모양이며, 지면에서 약간 떨어진 높이에서부터 줄기를 따라 마주 보고 달립니다.
꽃은 8~10월에 줄기 끝과 위쪽 잎의 겨드랑이에서 한 개 혹은 여러 개씩 핍니다. 꽃은 종 모양이며 신비로운 푸른빛을 띤 자주색입니다. 이러한 꽃색은 자외선으로부터 식물 세포를 보호하고, 추운 고산에서 부족한 벌을 유인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꽃부리(꽃잎 전체)는 5~6개로 갈라져 있습니다. 꽃부리는 해가 지거나 흐린 날엔 닫히고, 해가 쨍하면 왕관처럼 활짝 펼쳐집니다. 꽃부리는 주름져 있는데, 몸집이 큰 곤충이 꽃 속으로 들어가면 주름이 펴지면서 꽃의 통이 살짝 커져요.
여러해살이 풀꽃인 용담은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씨앗은 고산의 길고 혹독한 겨울이 완전하게 지난 후에야 싹을 내도록 맞춰져 있습니다. 싹이 난 후 처음 수년 동안은 뿌리를 굵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꽃도 피우지 않은 채 잎만 피우기도 해요. 땅속의 조직이 충분히 성장하면 용담은 그 자리에서 50년도 넘게 살 수 있습니다.
용담(龍膽)이란 용의 쓸개라는 뜻으로, 용담의 뿌리는 곰의 쓸개인 웅담처럼 엄청 쓰고 고약합니다. 뿌리 속 독한 물질은 토양 속 병원균들과 뿌리를 갉아 먹는 곤충이나 짐승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물질입니다. 오늘날 과학은 용담 뿌리의 이런 성분을 추출해서 사람들의 각종 염증을 치료하고, 특히 간이나 위에 도움이 되는 약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식물의 뿌리가 동물의 간을 보호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세계적으로 400종 이상의 야생 용담이 해발 700~1000m의 고산 초원에서 자랍니다. 이들은 각자가 속한 산지에서 햇빛과 토양과 습도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곳이어야만 제한적으로 서식합니다. 각 종들은 잘 이동하지 않아요. 그래서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용담이 생겨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식물학자들은 잘 이동하지 않고, 정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까다로운 용담의 성질을 순하게 길들이고, 다채로운 모양과 색을 가진 용담 원예 품종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고산의 들판에서, 그리고 우리의 정원에서 푸른빛을 띤 자주색 용담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차윤정 산림생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