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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전역하는 박병호(왼쪽), 오재영(가운데), 오재일은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사진 김수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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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빠져나가게 생겼어.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야.” 성남 상무구장에서 만난 김정택 감독은 내년 시즌 선수단 구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상무 야구단은 11월 10일 전역하는 선수가 20명이나 된다. 상무 선수단 전체 인원은 34명이다.
알짜배기 선수들도 모두 나간다. 당장 1군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유격수 손시헌(28)을 비롯해 올 시즌 팀 내 최다승인 11승을 올린 왼손 투수 오재영(23), 팀에서 가장 높은 타율인 3할3푼9리를 기록한 오재일(22), 24홈런 74타점으로 두 개 부문을 석권한 박병호(22)가 전역한다.
2군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록들이다. 최근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과거에 비해 1군과 2군의 수준 차가 많이 좁혀졌다. 두산 베어스를 보라”고 말했다. 두산 외야수 이종욱(28)은 2003년 현대 유니콘스와 2004, 2005년 상무에서 2군 197경기에 출전했다.
2루수 고영민(24)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2군에서 178경기를 뛰면서 1군 승격의 기회를 노렸다.
삼성 라이온즈의 최형우(25), 박석민(23)의 성공 사례를 봐도 2군 기록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지난해까지 최형우는 경찰청에서, 박석민은 상무에서 뛰면서 나란히 2군 북부리그 최다인 22개의 홈런을 날렸다.
최형우는 76타점으로 박석민보다 한 개 더 많은 타점을 올렸다. 올해 삼성 1군에서 최형우는 71개, 박석민은 64개의 타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홈런도 최형우가 19개, 박석민이 14개로 팀 내 1, 2위에 올랐다.
2군에서 최형우와 박석민을 지켜본 김감독은 “둘 다 파워히터는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를 돌리다 보니 안타도 많이 나오고 홈런도 곧잘 친다. 자신의 색깔에 맞는 야구를 하고 있어 좋은 성적이 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석민을 2년간 데리고 있었던 김정택 감독은 일찌감치 1군에서 성공 가능성을 예감했다고 한다.
박석민이 올 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삼성 선동열 감독에게 조언을 한 이도 김감독이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봐라. 곧 제자리를 찾을 거다.” 박석민은 김감독의 예상대로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 성장했다.
김독은 “(박)석민이는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석민이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무 박치왕 수석 코치는 “10년 넘게 상무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다 보니 1군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느낌이 온다”고 했다.
LG의 박병호올해 상무가 낳은 최고의 선수는 박병호다. 홈런(24)과 타점(74) 2개 부문에서 2군 북부리그 1위에 오르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타율도 3할3푼4리로 7위를 차지했다. 경찰청 조영훈도 24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경찰청의 홈구장인 벽제구장은 좌우가 91m, 가운데가 105m인 작은 구장이다.
김감독은 박병호의 타격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감독은 “(박)석민이보다 (박)병호가 더 파워히터에 가깝다. 타구의 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상무를 거쳤던 모든 선수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LG 김재박 감독은 “박병호가 돌아오면 기량을 시험해 보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박병호는 틈틈이 동료들에게서 LG 트윈스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훈련량이 많아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성적이 나빠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소식도 있었다.
박병호는 “LG에서는 1, 2군을 오간데다 출전 기회가 적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했다. 하지만 상무에서는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고 실력도 늘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삼진을 줄이고 찬스에 강한 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닮고 싶은 선수도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26)이다.
박병호는 “(김)태균이 형은 홈런 타자인 데도 불리한 카운트에서는 밀어서 칠 줄 안다. 정교한 타격을 한다는 증거다. 나는 그럴 때 삼진을 많이 당하는데 이 약점을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무에서 박병호는 주로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LG에 복귀한다고 해도 최동수(37)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김재박 감독이 신인보다는 베테랑을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걸림돌이다.
그래도 박병호는 “어차피 1루수는 주전을 차지하기 쉽지 않은 수비 위치다. 처음 1년은 적응기라고 생각하고 뛰겠다. 팬들께서 질책보다는 응원을 더 해주셨으면 한다”며 밝게 웃었다.
오 브라더스왼손 투수 오재영과 1루수 오재일은 전역한 뒤 히어로즈로 복귀한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오재영과 오재일을 내년 시즌 주요 전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상무에서 돌아오는 ‘오 브라더스’에게 기대를 건다. 오재영은 선발 한 자리를 두고 기존 선수들과 경쟁할 거다. 오재일은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많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야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재영은 “상무에서 활약이 주위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전반기에 체력이 떨어져 고전했는데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오재영이 닮고 싶은 선수는 이제는 히어로즈 1군 투수 코치가 된 정민태였다. 입대하기 전 룸메이트였던 정코치에게서 몸 관리와 사회생활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들었다. 오재영은 정코치에 대해 “정말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했다.
오재영은 팀에 복귀하는 데 대해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입대 전 김시진 감독께 실망을 많이 드렸다.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위축되지 않고 열심히 던져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호와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본 오재일은 상무에서 기량이 크게 성장한 선수로 꼽힌다. 유연성이 좋아 1루 수비가 뛰어나다는 게 상무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정확한 타격도 장점이다.
오재일은 “아직 젊기 때문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년에는 우선 내 이름을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전역일을 기다리고 있다. “히어로즈에 복귀하면 이숭용 선배 등 많은 경쟁자가 있어 부담스럽다. 그래도 운동을 즐기면서 여유 있게 경기를 하고 싶다. 사실 기량은 다들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재일은 최고의 1루수를 꿈꾼다. 그래서 야탑고 시절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타격 자세를 따라 하기도 했다. 오재일은 “이승엽 선배는 팀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때리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첫댓글 2군에서 한만큼 1군에서 제발좀 잘했으면 좋게네여...ㅋ
최동수를 꼭 좀 넘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최동수가지고는 힘들듯.. 최동수는 예전 김영직 선수처럼 대타에서 큰 몫을 했으면 합니다. 이제 주전 1루수도 변화가 되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