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소개
시인의 마음과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인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통과하는 우리들에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장석주의 인문 에세이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그리고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100권이 넘는 책을 썼지만 장석주 작가의 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이 세계를 경이로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침잠하고, 크고 작은 움직임에 귀 기울인다. 책을 읽고 사유의 덩어리를 잘게 부수고 헤집어서 그려낸 그의 글은 어떤 순간은 시인의 마음으로, 또 어떤 순간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회의 단면을 인문학자의 눈으로 깊이 있게 담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 이 책에서는 현실을 이루는 것, 즉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사유한다. 그에게 사유는 매일의 산책과 같다.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의식 같은 것, 매일 다른 날씨와 기분, 계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기는 것. 그렇게 발붙이고 있는 지금 세계에서 멀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는 것. 이 책의 글은 그 날들의 기록이다.
🏫 저자 소개
장석주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한 잡지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소장한 책만 2만 3,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광 장석주는 대한민국 독서광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고 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15년을 출판기획자로 살았지만 더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자 업을 접고 문학비평가와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보다 잘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있는 호숫가 옆 ‘수졸재’에 2만 권의 책을 모셔두고 닷새는 서울에 기거하며 방송 진행과 원고 집필에 몰두하고, 주말이면 안식을 취하는 그는 다양성의 시대에 만개하기 시작한 ‘마이너리티’들의 롤모델이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목차
책머리에 책과 책들 사이에서 서성이며
경이로운 날들
- 나는 산책자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내가 외계인이었을 때
수레국화가 피는 가을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나는 산책자다
숭고하거나 그렇지 않은 취향들
통영에서의 하룻밤
하찮은 악들을 바라보면서
봄날엔 그 노래를 듣는다
우리가 아침의 시로 빛날 때
〈섬머 타임〉이란 노래를 좋아하세요?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가을에 살아 있음을 기뻐하라
달리기의 경이로움
봉오리는 만물에 있다
여운공락(與韻共樂),딱 네 자다
생뚱맞은 무라카미 하루키 씨 이야기
침잠하는 날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일어나는 일들
나는 이상한 미래에서 왔다
상림의 춤곡을 연주하듯
난간을 붙잡고 견딘 것들
삶이 축제라면 그건 고통의 축제다
올해 벅찬 순간이 몇 번이나 지나갔을까
고독 역량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일어나는 일들
열대야에 대하여
국가가 짐승으로 변하는 까닭
조간신문을 읽는 보람과 기쁨
그 많던 한량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밤의 멜랑콜리에 대하여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책 읽기라는 모험이 사라진 시대
우리는 디스토피아에서 산다
그 많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왜 사라졌을까
기다리는 날들
- 미래는 게으름에 있다
요람과 관 사이에서
죽지 말고 살아보자!
삶이라는 기적
미래는 게으름에 있다
왜 기다리는 것은 더디 오는가
가을로 오라
떠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순간에도 시간은 있다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자는 누구인가
정치에 상상력을 허하라!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여름의 초입
습관이 존재를 빚는다
팬데믹 그 이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땅에서 멀어지면 행복에서도 멀어진다
사랑하는 날들
- 행복한 나라를 위한 지도는 없다
맨 정신으로 쓴 소설들은 시시해
누가 길고양이를 죽였는가
음악을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
고독은 당신이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
서울은 즐거운 지옥이다
행복한 나라를 위한 지도는 없다
고양이, 우리에게 온 기적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 중 하나
아버지 노릇하기의 고단함
사람은 제 등을 보지 못한다
사진과 세계
11월의 사랑은 11월에 끝난다
사랑의 빛과 그늘
나이 듦을 기피하는 세태
석가탄신일의 나무 생각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낭만의 대하여〉를 듣는 느른한 오후
기도하는 날들
- 당신이 망각한 걸 말해봐
누가 고통의 서사를 읽을까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
젊건 늙건 인생은 어렵다
여행이냐 관광이냐
갑질의 우둔함
당신이 망각한 걸 말해 봐
바둑과 리좀학
메멘토 모리
내륙의 인간은 바다를 그리워한다
살아 있음의 의미로 충만한 순간
기쁜 설날은 어디로 갔을까
왜 고장 없는 물건을 만들지 않는가
정동 시대를 돌아보다
개는 여름을 몇 번이나 날까
타인의 고통
이육사의 「광야」를 읽는 아침
늦게 찾아온 그리움
독립출판과 동네책방
귀 기울이는 날들
- 지구의 종말 시계는 몇 시인가
너의 얼굴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
날씨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라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
동네 기원들은 왜 자꾸 사라지는가
나는 몸이다
승리보다 더 값진 것
지구의 종말 시계는 몇 시인가
내가 기분에 따라 변할 것 같소?
잘 버려야 잘 산다
비누에 대하여
옥스퍼드 사전에 새로 오른 한국어들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
📖 책 속으로
행복해지려면 얼마나 더 불행을 견뎌야 할까? 내가 아는 것은 벚꽃이 지고 왔던 봄은 떠난다는 것, 봄이 끝나면 곧 여름이 다가온다는 것. 우리는 눈부신 햇빛 아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녹음 우거진 숲과 반점처럼 땅에 드리운 그늘을 바라볼 것이다. 땀 젖은 몸을 씻은 뒤 잘 익은 복숭아를 깨물 때 단 복숭아 즙이 입가를 적신 채 흘러내린다. 우리는 여름 과일의 풍미와 향기를 듬뿍 맛보며 행복감에 취할 것이다. 그렇건만 봄날의 화사한 꽃들, 여름의 빛과 찬란함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가?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향유에서 가능해진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중에서
여름의 신들이 가만히 속삭인다. 이 여름은 단 한 번뿐이야. 여름의 행복도 두 번은 없어.
---「〈섬머타임〉이란 노래를 좋아하세요?」중에서
행복은 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찰나를 향유하는 능력의 문제인 까닭이다. 불행에 눌린 사람도 찰나의 행복은 느낄 수가 있다. 똑같은 현실에 처하더라도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발명하고, 불행한 사람은 희한하게도 불행을 양조해낸다. 행복과 불행은 각자의 덕목이고, 자기가 품은 성분의 일부에서 비롯한다. 여름이 덥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에겐 잘 익은 복숭아나 자두를 깨물어 먹으며 그 달콤함이 주는 행복을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얼마나 자주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중에서
인생이란 태어난 자가 겪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암흑과 섬광이 뒤섞인 이 사건을 처음 겪으니 우리는 자주 시행착오나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 의지나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우연일 뿐이다. 태어남이 우연의 지배 아래에서 일어난다면 죽음은 필연의 일이다.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중에서
11월에 필요한 것은 담요와 보온양말, 약간의 사랑이다.
---「11월의 사랑은 11월에 끝난다」중에서
혼잣말로 외롭다, 외롭다고 하면, 하늘에선 선물처럼 눈이 푸슬푸슬 내렸다. 독수리 같이 외로움이 덮칠 때 날갯죽지가 두 개가 있다면 하나쯤은 부러뜨리고 싶었다. 4만 5천년이나 되는 고색창연한 외로움과 싸우느라 나는 지쳤다.솔직히 고백하자면, 낭만적 은둔의 날에 겪은 외로움은 감정의 사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로써 충만 했으니, 외로움은 오롯한 자유를 만끽한 시간이었을 테다. 사탕을 녹여먹듯이 외로움을 천천히 삼켰다. 그리움이 아무리 깊어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아득한 과거로 굳어진 그 시절에 나는 이상한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다.
---「나는 이상한 미래에서 왔다」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뻗어나가는
깊은 사유의 글
“인간이므로 우리는 나쁜 별 아래에서 태어났다.”라는 에밀 시오랑의 비관주의에 마음을 빼앗기며 불안에 대한 처방을 비관과 회의에서 구하던 시절을 통과해 이제는 에밀 시오랑을 읽으며 보내는 오후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급류 그 자체인 시대를 보냈다. 그 시간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빚고 이끌었던 것은 책이었다. '독서 편력은 내 자아에 윤곽을 부여하며 나를 사람 꼴로 빚어냈다.' 이 책 역시 그가 평생 동안 읽었던 시, 소설, 문학, 과학, 철학 등 갖은 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 에세이는 아니다. 길을 걷고, 차를 마시고, 뉴스를 보고, 여행을 하고, 모든 일상의 순간에서 뻗어나가는 넓은 사유를 정제된 글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책에 가깝다.
예를 들어, 길을 걸으며 걷는 행위를 생각하던 작은 순간에서 시작한 사유는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나는 산책자다. 걷는 자는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나는 산책자다〉)는 글처럼 인간의 걷기에 대한 본래적인 의미를 더듬고, 집 근처 단풍길을 산책하는 중간에는 걷기라는 무보상의 행위가 주는 숭고함을 생각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저서 『뛰는 사람』을 떠올리며 한 생물학자와 달리기에 대해, 인간은 왜 달리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감탄한다.
글을 쓰는 동안 지나간 팬데믹의 시기 역시 이 책에서 다양한 주제와 함께 풀어낸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고독과 두려움이라는 벽은 바이러스만큼이나 지난 몇 년간 우리를 갉아먹었다. 저자는 고독이라는 주제로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본 한편, 두려움이 가져오는 의심이라는 파국과 국가가 어떻게 사람들을 통제하는지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짚는다.
여름의 행복도 두 번은 없어
그러니까 죽지 말고, 살아보자
‘나이가 들며 얼굴도 취향도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영혼 깊은 곳을 두드려서 기어코 눈물 몇 방울을 쏟게 하는 〈섬머타임〉을 여전히 좋아하는 것, 그리고 덧없는 슬픔의 영역에 속한 아름다움에 속절없이 매혹 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죽지 말고 힘껏 살아보자.’ (〈섬머타임〉이란 노래를 좋아하세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한때 좋아했지만 사라진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삶은 행복과 죽음, 고독과 사랑, 걷기와 계절, 망각과 기억을 수없이 반복하는 중에 매 순간 찾아오는 다른 계절 같다. 이 책에는 긴 시간을 통과하며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을 통과하던 시기,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지나 사랑하게 된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저자는 한 글의 말미에서 그러니까 살아보자, 고 되풀이해서 말한다. 우리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봄은 돌아오고, 덧없는 슬픔의 영역에서 여전히 아름다움에 매혹 당하는 순간은 찾아온다. 따뜻한 봄과 눈부신 여름이 지나가고 언제나 계절이 돌아오는 것처럼. 그러니까 죽지 말고,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