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번역기가 없으면 이제 홍콩을 다닐 수가 없어요.” 지난달 29일 홍콩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 씨는 휴대폰에 깔린 구글 사진 번역 앱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홍콩에 왔을 땐 메뉴판에 중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표기돼 있었는데, 이제 중국어로만 적혀 있는 식당이 대부분”이라며 “구글 번역 앱이 없으면 음식 주문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980~1990년대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도시로 손꼽혔다. 자유로운 외환 거래, 유연한 노동시장, 낮은 세율과 최소한의 규제는 전 세계 큰손들이 홍콩으로 몰려든 이유다. ‘중국인 동시에 중국이 아닌’ 매력적인 지위를 활용한 홍콩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하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통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금융 중심지 홍콩의 위상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홍콩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의 자본 조달액은 102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2021년 533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과 비교해 81% 줄어든 수치다. 자본시장이 냉각되면서 골드만삭스, JP모간,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기업도 홍콩 지사 인력을 연달아 감축하는 추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금융업 인력 감축의 여파가 올해 홍콩 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콩의 추락에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빌미로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또 간접선거를 강화하는 선거제 개편을 통해 행정·입법부를 모두 친중파로 채웠다. 지난 3월부터는 반역·내란 등의 혐의에 대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는 ‘기본법 23조’를 시행했고, 지난달 30일 홍콩 법원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기소된 민주화 운동가 47명 중 14명에게 국가 전복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현지에서는 “이제 홍콩은 끝났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홍콩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할 말은 하는 옛 홍콩의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도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중국의 일개 도시
공산당의 힘이죠. 한 때 아시아 금융, 문화의 중심지를 불과 병합 10년만에 박살내버린.. 우리나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 일 날 겁니다.
안타깝네요.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지만 다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할수도 있는데요.
중국화된 우리나라의 미래모습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