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논술에서 출제 경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섣불리 패턴화시키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특징이 올해에도 반드시 관철된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출제 경향을 족집게처럼 파악해서 이를 중심으로 대비하겠다는 전략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채점의 경우에도 대학별로 미세한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기본 원칙은 유사하다. A대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글이 B대학에서는 중간 점수밖에 못 받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논술 학습은 정공법을 집중적으로 행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다.
그러나 대학별로 특성이 있는 것도 분명하고, 어떤 흐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실전을 앞둔 마지막 준비 과정에서는 자기가 지망하는 대학의 논술고사가 가진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효율적인 준비를 위해서 필요하다. 제시문을 주는 방식이나 자주 다루는 주제 영역, 작성해야 할 답안의 분량 등을 고려하여 준비하게 되면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지망 대학의 논술 고사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배경지식 있어야 유리 ■연세대학교
1998년 이후 연세대 논술은 몇 가지 특징을 유지해 오고 있다. ①이른바 ‘고전 텍스트 논술’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쓰기 능력만이 아니라 글읽기 능력도 강조한다. ②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문항의 요구사항을 통해 답안의 구조와 방향을 상당 정도 결정하는 문제를 출제한다. ③논술의 반영비율은 높지 않지만 변별력과 실제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학교보다도 높다. 논술 성적이 좋은 학생이 대학에서 우수한 수학 능력을 보여준다는 자체 분석에 기반하여 논술을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한 주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작성시간(150분)을 충분히 주는 이유도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여 심도 있는 평가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03학년도부터 연세대 논술문제의 성격에 미세한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2002년까지는 우선 제시문의 분량이 많았다. 그러나 긴 제시문을 정확히 읽으면 사전 지식 없이도 좋은 답안을 쓸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답안의 구조가 뻔히 보일 정도로 논술 문항이 구체적인 과제를 요구하고 있어서 제시문을 독해한 후 그 내용을 요구사항에 맞추어 배치시키면 무난한 답안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3년, 2004년의 문제는 이전과는 다른 특징을 다음과 같이 보인다.
①제시문 독해만으로는 답안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아서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문제들이 나온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이다. 자기의 지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폭이 커진 문제들이기 때문에 주제에 대한 식견이 있는 학생이라야 우수한 답안을 쓸 수 있다. 이는 결국 평소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높은 지적 수준을 갖춘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②제시문의 경우 고전 텍스트 논술의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분량은 적어지면서 난이도는 높아진 제시문이 출제된다. 그리고 텍스트도 단순한 문자 텍스트만이 아니라 그림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이용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결국 연세대 논술은 단기간의 갑작스러운 준비로는 대비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글쓰기의 기본 훈련을 충실히 하면서 우선 이미 쌓은 지식들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학습을 통해 한 단계 더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고려대는 작년 정시와 올해 수시 1, 2차 논술문제를 통해 볼 때 한 가지 유형이 자리잡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올해 정시 문제도 작년 문제와 매우 유사한 형식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2004년 출제 유형을 잘 분석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작년 문제를 보면 논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구체적인 작업을 요구한다. ①제시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공통 주제를 발견해내야 한다. 이는 제시문을 독해하는 작업인데, 단순한 독해가 아니라 다른 제시문과 비교, 평가하면서 독해하여 공통 주제를 명료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②제시문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하는 작업이다.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글을 분류하여 서로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해 내어야 한다. ③공통 주제에 대하여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분명한 논거를 바탕으로 밝혀야 한다. 따라서 고려대 논술은 내용이나 표현을 신경쓰기 이전에 우선 이러한 세 가지 작업을 모두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가 된다. 셋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히 다루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유형의 중요한 특징은 과거에 비해 고급 독해 능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제시문에 대한 단순한 이해와 요약에서 한 걸음 나아가서 자기 입장에서 평가하면서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면적인 글읽기 훈련에서 벗어나 비교·평가작업을 중심에 두는 비판적 독해훈련이 필요하다. 제시문은 현대 고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논술의 주제는 현대 사회의 문제와 관련된 쟁점을 선호하면서 특히 사회과학이나 사회철학의 이론적 쟁점과 관련된 주제가 자주 출제되는 편이다.
성균관대 논술문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뚜렷이 가진다. ①우선 고등학교에서의 인문사회 관련 교육 내용의 통합적 이해를 중요시하는 문제를 출제한다. 수능도 통합교과적 성격이 있지만 교과별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②이러한 통합적 이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제시문도 고전, 현대문, 신문기사, 사설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을 3~4개 정도 준다. 그리고 영어 해독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영어 지문을 반드시 출제한다. ③통합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현실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시사적인 쟁점을 논제로 출제한다. ④평가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를 3~4개의 요구사항으로 구분해서 출제하여 순서에 따라 서술할 것을 요구한다. 대체로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문항, 영어 지문의 해독 능력을 묻는 문항, 수험생의 견해를 묻는 문항들이 나온다. ⑤표나 그래프 등을 통해서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경우도 많다. ⑥답안의 분량을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균관대학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특히 주의해야 하겠다. ①현대사회의 일반적 쟁점 중 최근에 문제가 되는 시사적인 주제들을 정리한다. ②영어 지문을 답안에 충실히 반영하지 않으면 평가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영어 지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다. ③3~4개로 나누어진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순서대로 빠짐없이 다룬다. 요구사항을 빠뜨리거나 요구한 순서를 뒤바꾸게 되면 치명적인 감점을 당한다. ④표나 그래프로 표현된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훈련을 한다. 특히 통계 수치 해석의 경우 정시에서는 2002년에 출제된 뒤 지난 2년 동안 나오지 않았으므로 올해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⑤답안의 분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짧은 답안도 내용만 좋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3~4개의 요구사항에 충실히 답하려면 많은 논의가 필요하므로 최소한 1600자 이상은 작성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시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쟁점이나 민감한 이념적 입장을 선택하는 문제보다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에 대한 성찰이나 사회구조의 심층적 측면을 탐색하기 위한 문제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2004학년의 경우 소비 사회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현실적 차원의 논의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자연이나 사물과 어떠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차원을 논의하게 하는 문제를 출제하였다. 이런 원리적인 문제일수록 상투적이고 틀에 박힌 정형화된 내용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젊은이다운 신선한 상상력이 담긴 내용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전 논술이 학생들의 독서를 특정한 영역으로 제한한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현대의 다양한 저작에서 출제되는 제시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참고사항이다.
사회적 관심사 출제 경향 ■한양대학교
현안이 되는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쟁점을 출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 출제된 주제도 자살문제, 외국인 노동자문제, 중앙 집중 네트워크의 문제점 등 당시에 중요하게 부각된 쟁점 중에서 선택되었다. 그리고 제시문은 대체로 현상을 설명하는 지문과 그 현상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암시해주는 지문을 묶어서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지문을 바탕으로 현안에 접근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에 학문적 지식이 어떤 실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따라서 중요한 사회적 쟁점들을 정리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준비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글을 쓰기 힘든 경우가 많을 정도로 영어 제시문 해독이 관건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특히 영어 독해에 대비해야 한다.
다양한 주제들이 출제되고 있으나 특히 세계관이나 자연관의 문제, 그리고 사회적 쟁점 중에서도 철학적 토대에 해당하는 쟁점들이 선호되고 있다. 따라서 시사적인 쟁점을 다룰 경우에도 자연과학, 사회과학에서 원론적으로 다루는 쟁점들과 관련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양면성이 있어서 찬반 논란의 여지가 뚜렷한 주제들이 자주 츨제된다. 영어 제시문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작년부터 논술고사를 시행한 숙명여대는 논술 비중은 낮지만 상당한 변별력을 가지도록 채점하려고 한다. 두 개의 제시문을 주고 제시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 견해를 제시하는 전형적인 논술문제를 출제하므로 논술의 기본 훈련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주제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의예과와 간호학과만 논술을 시행한다. 인간 존중을 중요시하는 학교의 이념과 관련하여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와 더불어 학과의 특성과 관련, 의료 행위와 관련된 문제가 복합된 주제들이 많이 출제된다. 따라서 생명의료윤리의 중요한 쟁점들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으며, 의료 부분과 관련 있는 사회적 쟁점들도 정리하면 좋을 것이다.
올해 다시 부활된 부산대의 경우 제시문 독해의 비중이 큰 편이다. 제시문의 공통 주제를 파악한다든지, 한 제시문에서는 문제를 찾아내고 다른 제시문에서는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제시문 파악이 문제 해결의 토대가 되는 논제들이 출제된다. 따라서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는 훈련이 특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