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기 - 음식을 알아차리면서 먹는 것이 수행입니다
< 질문 >
도무지 정신이 흐리고 잠만 쏟아져서 먹는 것을 대폭 줄였습니다. 원래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양을 반 정도로 줄이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납니다. 귤 한개만 먹어도, 아몬드 한두개만 들어가도 빈 속이 채워져서 장운동에 쓰이던 에너지를 돌려받은 느낌입니다.
낮에는 현미를 갈아서 가지고 다니며 먹는 걸로 때웁니다. 생곡식이 좋다고 하고 또 간편하기도 해서요. 거의 일주일만에 2kg 정도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하던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혹시 제가, 수행을 하면서 몸이 변했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였어야 했는데, 그걸 여태 모르고 있었는지요?
< 답변 >
수행을 위해서 식사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사실 음식을 조절하는 문제는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수행이라는 목표가 있을 때는 양을 조절하려는 의도를 계속 가질 수 있어서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수행을 위해서 식사량을 조절하려고 하다보면 먹으려는 욕망과 먹지 않으려는 절제가 부딪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약 먹지 않으려는 의도가 강하면 이 각오가 느슨해질 때 오히려 더 먹게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 있어서 바라는 마음으로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해야 가장 이상적 결과를 얻습니다. 좋은 일도 바라는 마음으로 할 때는 반작용이 있으므로 무엇이나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본능이기 때문에 욕망으로 먹기 마련입니다. 상좌불교 비구들이나 일반 수행자들에게 먹는 것에 대한 계율이 많은 것은 먹을 때 욕망으로 먹기 때문입니다. 만약 음식을 먹을 때 알아차려서 욕망으로 먹지 않으면 그만큼 바른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하기 위해서 먹는 것을 조절할 것이 아니라 음식을 알아차리면서 먹으면 이 행위 자체가 수행이 됩니다. 이처럼 먹을 때 알아차리면서 먹으면 도과를 성취할 수도 있습니다. 주석서를 보면 혀에 불이 붙지 않게 먹으라는 스승의 말씀을 실천하여 도과를 성취한 기록도 나옵니다. 이때 혀에 불이 붙지 않게 먹는 다는 것은 탐욕으로 먹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탐욕으로 먹으면 음식의 맛도 모르고 몇 번 씹지도 않고 삼킵니다. 이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욕망을 먹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하기 위해서 음식을 조절할 것이 아니고 음식을 먹는 것에서부터 수행을 해야 합니다. 수행 따로 음식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려면 음식을 먹기 전에 “지금 무슨 마음으로 먹는가?”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뒤에 음식을 집을 때부터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렇게 음식을 먹으면 계율로 먹게 됩니다. 계율로 먹는다는 것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먹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누구나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것을 바라는 탐욕으로 많이 먹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먹고, 맛이 없을 때는 성냄으로 먹고, 이렇게 탐욕과 성냄으로 먹는 것이 어리석음으로 먹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알아차리면서 먹으면 음식물을 많이 집지 않고 적당히 집으며, 음식을 오래 씹게 되어 적게 먹고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맛을 알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자기 입맛으로 먹지 말고 음식의 맛을 알아차리면서 먹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음식은 각각의 맛이 있으므로 이렇게 음식이 가진 고유한 맛을 알아차리면서 먹으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먹지 않고 훌륭한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음식을 재료 맛으로 먹는 것입니다. 이렇게 먹으면 씹을 때마다 맛이 달라 무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물을 삼키면 그 맛도 한순간에 사라지는 무상을 느끼게 되어 과식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을 볼 수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일반적 인사는 "많이 드세요." 입니다. 하지만 수행자의 음식에 대한 인사는 "알맞게 드세요." 입니다. 알맞은 것이 중도며 팔정도고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묘원 올림
첫댓글 먹을 때 알아차림도 하면서 음미하면 더 좋을 듯 싶어요 _()_^^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알맞은 것이 중도이며 팔정도고 위빠사나 수행
사두 ~사두 ~사두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