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는 천심녹수/이현보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홍진이 엇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현대어 해석]
초장: 굽어다 보니 아득히 깊은 푸른 물이요, 돌아보니 겹겹이 둘러싸인 푸른 산이로다.
중장: 세속의 번잡한 붉은 먼지(속세의 부귀공명)가 얼마나 가려졌는가.
종장: 자연(강호)에 밝은 달빛이 가득 차오르니, 더욱 욕심 없는 마음(무심)이 깊어지는구나.
본 작품의 주제는 자연 속에 묻혀 사는 한정(閑情)과 속세의 부귀공명을 멀리하는 무심(無心)의 태도다.
화자는 푸른 물과 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위치하여 시각적 대비를 통해 자연과 속세를 명확히 구분한다.
속세를 뜻하는 '십장홍진'이 겹겹의 산에 가로막혀 완전히 차단된 상황은 정계에서 물러난 화자의 안도감과
만족감을 보여준다.
특히 달빛이 가득한 강호에서 느낀 '무심'은 욕망을 내려놓은 유학자의 정신적 경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강호가도(江湖歌道)의 대표작으로서 자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세속적 욕망을 씻어내는 성찰의 공간으로
형상화했다.禹
[이현보 (李賢輔, 1467~1555)]
호 / 본관: 농암(隴巖) / 진성(眞城)
주요 경력: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연산군 때 문과에 급제하여 형조참판, 도승지, 호조참판 등을 역임했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고향인 안동 예안으로 돌아가 자연을 벗 삼아 시가를 지었다.
문학적 특징: 고려 때부터 전해오던 어가(漁歌)를 5장으로 개작한 〈농암가〉와 〈어부가〉 등을 통해
조선 시대 '강호가도(자연을 예찬하는 시가 문학)'의 연대를 연 선구자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