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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호 태풍 차바가 내습할 당시 강정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해군 함정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피항을 해 항만이 텅텅 비어 있다. ⓒ제주의소리/독자 제공 |
[행정감사] “항만정온도 때문에 피항” 논란 예상되자 “군사작전일 수도” 번복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정박 중이던 해군 함정들이 이달 초 제18호 태풍 내습 당시 전부 육지부로 피난을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입지”라며 공사를 밀어붙였던 정부의 과거사(史)가 머쓱해지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25일 진행된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의 제주도 해양수산국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정항 크루즈선박 입항 관계를 질문하던 중 우연찮게 민낯을 드러냈다.
이경용 의원(서홍·대륜동, 새누리당)은 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계획과 관련해 “내년 7월 크루즈 입항을 앞두고 있다. 주민동의가 안되어 진척이 없는데, 강정마을의 제2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크루즈로 인한 지역발전계획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문 중에 이경용 의원이 “이번 차바 태풍 때 강정 해군기지에는 함정들이 없던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항만 정온도가 확보되지 않아 태풍이 오면 피항을 갈 수밖에 없다”는 김창선 해양수산국장의 답변이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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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가 위치한 강정항. 돌출부분이어서 태풍 등 내습에 취약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항만 정온도란 항만 내 수면의 파고 정도를 뜻한다. 선박이 접안하거나 하역작업을 진행중일 때 수면이 요동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항만 정온도는 매우 중요하다.보통 항만 건설 시 초대형선은 0.7m~1.5m, 중·대형 선박은 0.5m, 소형선에는 0.3m 이하의 정온도를 설정한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이경용 의원은 “그렇다면 입지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 아니냐”면서 “태풍을 전후해 공습을 하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우범 위원장(남원)이 이 문제를 그냥 넘길 리 없었다.
현 위원장은 “조금 전 강정항 관련 답변에서 정온도가 유지 안돼 해군 함정들이 피항했다고 했는데 맞느냐”고 확인한 뒤 “남방해역을 지키기 위해 강정 해군기지를 만들었는데, 태풍을 피해 함정들이 피난을 간다는 게 말이 되나”고 꼬집었다.
현 위원장은 이어 “해양수산국장 소관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며“이번 (제18호) 태풍 때도 피항한 게 맞는 것이냐”고 거듭 확인했다.
김창선 국장은 “해군 함정은 물론 해양경찰 함정 등도 모두 피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피항 이유와 관련해서는 “강정해군기지 함정 피항 관련한 답변 중에 ‘항만 정온도 때문에 피항을 갔다’고 답변했는데, 이 부분은 제 개인적 추측으로 답변한 것 같다. 군사 작전상 피항 갔을 수도 있기 때문이 저의 이전 답변내용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경용 의원은 “답변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태풍 때 함정이 피항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논란거리로 남겨지게 됐다. 이같은 과정은 의회 속기록에 그대로 남게 된다.
제주해군기지 입지선정 및 공사 추진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4년 7월9일 제주를 강타한 태풍 ‘너구리’로 인해 제주해군기지 남방파제 끝부분의 케이슨 3기가 자리를 이탈하거나 훼손된 적이 있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으로 케이슨 6기가 완전 파손되기도 했다.
당시 해군은 케이슨 속채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하면서 ‘입지 선정 부적절’논란을 피해나갔다.
하지만 이번 태풍 ‘차바’ 내습 당시 함정들을 전부 피항시키면서 해군 스스로 입지선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 됐다.
그 동안 해군은 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의 방파제는 50년 빈도의 태풍을 견디도록 설계됐다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