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15일 그래도 일찍 일어나 아들, 딸과 함께 길을 나섰다. 송천동에서 전주역, 아중리를 빠져 나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밀리는 편이었다. 아마도 나와 같이 고향에 체육대회 하러 가는 사람이 많은 듯 했다.
성수면 왕방리 저수지를 지나 고개를 넘어 가는데 구불 구불 핸들을 돌릴때마다 우리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마구마구 소리를 지른다. 그래 나는 더 재미있게 할 요량으로 핸들을 홱 잡아돌린다.
그렁저렁 깔막을 내려 산서초등학교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정문에서는 행사요원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차를 대 주차하고 학교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학교 정문은 왠지 작아보인다. 학교 다닐때는 그리도 크더구만
하여튼 학교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 옹기 종기 우왕 좌왕 모여 애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분주하였다. 나는 우리 신창리 막사를 찾았다.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우리어머니)를 보고 그리도 좋은지 소리를 질러댄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한바퀴 인사를 하고 보니 아는 얼굴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니 신창리대 오성리 배구 경기가 있단다 하여 나도 왕년의 솜씨를 믿고 출전을 하였다. 헌데 이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키가 작아 수비를 주로 하였는데 이리 저리 넘어져 보지만 공이 이미 간곳이 없다. 신창리는 여지 없이 패하고 말았다.
신창리의 패배 가장 큰 원인은 남원 인월초등학교 양해주선생님에게 있다. 왜냐하면 그가 오지 않아서 스파이크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양해주는 사유서 제출하고 신창리 주민들에게 백배 사죄할 것.
배구가 끝나고 나니 팔뚝에 멍이 두어군데 들어잇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아내가 누구한테 두들겨 맞아야고 물어본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우리 이 경기를 보고 말하기를 "아빠가 받은 공은 왜 머리 날아가 버려" 한다. 그저 나는 묵묵부답 할말이 없다. 이제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세월의 흐름을 누가 막으랴?
배구에서 여지 없어 패배하여 이제 헐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나더로 씨름에 출전하란다. 그래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허나 그것은 안될일, 상대편이 오산리란다. 오산리는 매번 씨름에서 우승하였다. 허여 포기하기로 했다. 씨름하다 허리라도 다친면 큰일 아닌가?
정말 헐일이 없게 되었다. 뭘하나 하고 있는데 저그서 성수의 얼굴이 보인다. 처음 만나는 우리 동창, 그러는 사이 완수는 동화리 배구선수로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인다. 두번째 만나는 우리 동창. 완수의 배구하는 모습을 잠깐 보기로 하자. 완수가 맨 가운데 서서 한마디로 거시기 나게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허나 결과는 동화리 패배. 아쉬운 일이다.
그러다가 장수군청에 근무하는 방극두가 나타나 맥주 한잔 같이하였고 이 자리가 커져 극두, 완수, 성수, 대섭이, 금자, 거기에 일권이까지 산서초등학교 동편 느티나무 아래서 적당하게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였다.
참 좋은 시간이엇다.
서편에 해가 자꾸 자꾸 넘어간다. 우리는 더이상 경기에 관심이 없어졌다. 술마시고 애기 보고 돌아다니고 하였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다.
허나 나는 끝까지 남았다. 왜냐하면 우리 딸 '정인'이가 노래자랑에 출전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끝나고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노래자랑이 시작되기 전에 품바 아저씨가 나와 분위기 잡고 노래자랑 중간 중간에 경품 추첨이 있었다. 경품 때문에 산서면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집에 가지 못하엿다. 제일 큰 경품은 김치냉장고였던가 칼라 티브이 였던가 잘 모르겟다. 하여튼 경품은 무지 많았다.
우리 딸 정인이는 판소리 흥보가 중 돈타령을 불렀다. 8살 먹은 꼬마 치고는 잘했던 것 같다. 그밖에 산서 사람들의 노래실력은 대단했던것 같앗다. 많은 출전자를 기다리기 힘들어 어머니에게 혹 상 타면 가져 오시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 11시가 되어 집에 들어오시는 어머니의 손은 빈손이엇다. 그래도 등수안에 들기를 기대했었는데 무척 아쉬웠다. 이리하여 우리의 2003년 8월 15일 산서면민의 날 체육대회 참가는 끝이 났다.
많은 친구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많은 친구들이 참가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8월 15일 산서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으면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끈을 느낄 수 있다. 친구들도 다음에 그 삶의 끈을 느껴보았으면 싶다.
산서라는 곳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산서라는 곳은 항상 거기에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우리들이 함께 했던 그 옛날의 시간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