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이 / 한영채
비가 내렸다, 그날 어둠 깊이 잠든 시간의 언어는 풀어지는 고요를 채울 수 없다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렸다 고개 들어 기억할 수 없는 미로迷路 빛이 들지 않은 시간 족장은 물처럼 사라지고 화석 속 젊은 미소는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엔 빛보다 깊은 그림자 그를 사랑한 나는 순장이었을까 새끼줄로 묶인 나였을까 납작한 돌이 수형번호를 달고 돌 덧널 된 가시개미가 진흙 속에 빠진 듯 켜켜이 쌓은 성城 안에 빈자리만 남았다 홍가시 이파리가 붉어질 무렵 쏘아 올린 빛의 한 켠 그가 달아준 귀고리 구석을 지키다 깨어났다 빗소리가 들리고, 겹으로 된 긴 항아리 볍씨와 콩, 밤과 복숭아씨가 궤적으로 엇돌다 굳어버린 씨앗 뚜껑달린 바리 속 그들이 여기, 사랑의 증표는 무엇, 무엇일까 구름과 햇볕과 우레의 문양들이 지나고 참꽃 나눠 먹던 나이테 출렁거리는 유리벽 물속에서 족적을 찾는
* 송현: 창녕 송현동에서 발굴된 소녀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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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한 시인께서 보내주신 두번째 시집 <신화마을>이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메일을 받고 淸韻詩堂의 새주소를 보내드리고 아침 저녁 우편함을 확인했는데, 시인의 서명과 함께 귀한 시집이 도착한 것이었다. 이동 중에도 틈만 나면 서둘러 읽어나갔다.
오늘 밤에는 한 시인의 시편에 빠져들겠다. 감사합니다, 한 시인님!
/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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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를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