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지맥 완주
일월 둘째 화요일이다. 시내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는 대학 동기와 산행이 약속되었다. 둘이 산행을 가끔 다니는데 함안 지역 야산을 택했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하동 옥종과 진주를 근교 문산을 거처 창원에서 김해 신어산까지 뻗친 산세를 낙남정맥이라 한다. 여항산에서 무학산으로 건너오면서 광려산에서 북으로 뻗어간 산줄기를 화개지맥이라 이른다. 중리에 화개산이 있다.
화개산은 함안에서 북으로 뻗쳐 낙동강 강가 용화산에서 그 맥이 그친다. 그 산줄기가 너무 길어 우리 둘은 몇 구간 끊어 화개지맥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이미 상투봉과 화개산을 올랐다. 신당고개에서 고려동을 거쳐 자양산도 탔다. 이제 남은 구간은 칠원 도둑고개서 용화산까지 마지막 여정이다. 동기는 먼저 산행을 다녀온 이들의 블로그에 들어 산행 지도를 뽑아 놓았더랬다.
둘은 날이 덜 밝은 미명에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서 만났다. 칠원과 대산을 거쳐 남지까지 가는 농어촌버스를 탔다. 이른 아침인데 서마산을 벗어나니 승객이 다수 탔다. 아마 칠원 일대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인 듯했다. 중리삼거리에서 아파트단지를 지나 칠원 읍내를 거쳐 공장이 드문드문 들어선 어령마을에서 내렸다. 지난해 겨울 자양산에서 어령마을까지 걸었던 종점이다.
산인면과 경계를 이룬 데가 도둑고개라 불렀다. 함안 조 씨 무덤에서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길은 묵혀져 가도 오래 전 선행주자가 남긴 산행 깃이 군데군데 매달려 있었다. 여름이면 숲이 우거져 길을 헤쳐 나갈 수 없을 듯했다. 가을에 낙엽이 진 후 이듬해 봄까진 산행에 무리가 없었다. 지난봄에 남은 구간을 다녀갈 수 없었음은 수렵이 허가된 기간이라 어쩔 수 없었다.
숲에 드니 가랑잎과 솔잎이 쌓여 부엽토가 되어 이불을 덮어 놓은 듯 푹신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이른 아침 산등선을 따라 오르니 등에는 땀이 살짝 날 정도였다. 처음으로 오른 산꼭대기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안국산이었다. 동녘에선 해가 몇 뼘 떠올라 있었다. 내가 자주 다닌 천주산과 작대산과 무릉산이 나란히 펼쳐져 있었다. 남으로는 무학산과 서북산과 여항산이 감쌌다.
볕이 드는 무덤가에서 동기가 가져온 곡차를 몇 비우고 산비탈을 내려서니 산불감시원이 출근하고 있었다. 일흔 중반 나이에 몹시 가파른 산을 올라야 안쓰러웠다. 산중 농원에서 닭재에서 산등선을 타니 귀인봉이 나왔다. 북으로 구불구불 나아가는 산세는 점점 낮아져 산행은 힘들진 않았다. 소사고개에서 안산으로 올라 산등선을 따라 나아가다 무덤가에서 도시락과 곡차를 비웠다.
식후 우리가 나아갈 화개지맥은 계속되었다. 최근 산행객이 다니질 않아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묵은 깃이 매달리지 않은 구간에서 한동안 화개지맥을 벗어난 산줄기를 타기도 했다. 부촌마을에 이르니 레미콘공장이 나왔다. 산등선 따라 개척 산행을 하디시피 숲을 헤쳐 가니 산행 표지가 될 등산 깃을 만나 반가웠다. 이제 낙동강 건너 남지가 보여 산행 종점이 가까워졌다.
우리가 타는 화개지맥 구간은 뽑아온 지도에는 16킬로미터였다. 저만치 용화산이 보이는데 동기는 지쳐 그만 남지로 가서 버스를 타고 돌아갈 생각을 했다만 용화산까지 가자면서 부추키어 화개지맥을 완주했다. 나는 낙동강 강가를 몇 차례 답사하면서 장포에서 용화산을 두 번 오른 적 있다. 남강이 낙동강에 합수하는 지점 북쪽 벼랑엔 함안 조 씨 문중 합강정과 반구정이 있었다.
용화산에 발자국을 남기고 자전거 길을 따라 도흥마을에서 강변 벼랑 데크를 따라 작은 용화산으로 올랐다. 남지 시가지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가로지른 철교를 조망하기 좋은 명소였다. 능가사에서 철교를 걸어 남지로 건너니 해가 설핏 기우는 즈음이었다. 동기의 고향마을 친구가 운영하는 민물횟집에서 향어회로 맑은 술을 곁들였다. 마산으로 돌아오는 차창 밖은 캄캄했다. 20.01.14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B8A4E5E1E3E6413)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6BF445E1E3E7113)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5F7425E1E3E7B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