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봉
김경숙
분봉 중인 아까시꽃들
새로 생긴 나뭇가지 끝으로 한 뭉치
꽃무리가 부풀어 갑니다.
저건, 분명히 벌들에게 배운 방식일 겁니다.
꽃들은 벌의 속도로
봄밤과 초여름 밤을 날고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선 알전구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합니다만
똑딱, 피고 지는 스위치들 주변은
늘 거뭇한 구름들이 끼어 있기 마련입니다.
분봉 속엔 한 마리 중심이 붕붕거립니다.
마침표 하나가 막아버린 벌통 입구를 오해라 말하지만
오해를 직역하면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중심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나뉘면서 생기는 일이니까요.
오늘 밤엔 꽤 먼 곳까지 벌들이 날아갔다 오려나 봅니다. 북두칠성 부근에서 가뭇한 벌 한 마리가 밤나무 한 그루를 몇 센티쯤 여름 쪽으로 끌고 간 것이 보인다면 그쯤, 텅 빈 새 벌통을 가져다 놓기 좋은 장소일 것입니다.
세상은 좁아지고 다시 넓어지고
다시 좁아져도 늘 똑같은 크기를 유지합니다.
가령, 사과 씨 하나가 옮겨놓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는 새로운 태양계의 군락지가 탄생하니까요.
밤새 꽃들은 아득한 별자리를 향해 분봉하려나 봅니다.
그사이, 달콤한 봄이 몇 킬로미터를 북상했습니다.
― 2024년 제14회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작
첫댓글 참, 좋습니다.
소래 사람들과 분임 샘의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식에
참석하러 가던 날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가는 길도 이곳저곳 오솔길을 들렀고
인적이 드문 길가에서
허물을 벗고 있던 뱀의 모습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조용히 응원해주던
소래 식구들도요.
천강문학상을 수상하신 최분임시인과 2024년 시도 탁월합니다.
세상에는 시 잘 쓰는 시인들이 많아서 눈이 호강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