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뭔가를 말할 때 시원스럽게 하지 못하고 자꾸 ‘어어어엄마, 무무무물 좀 주주주세요’ 식으로 말을 더듬거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서 또래 아이들에게 말을 더듬는다며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욱 신경이 쓰인다.
주위에서는 스트레스로 그런 것이라며 커가면서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세에서 5세 사이의 아동에게 발생빈도가 높고 두려움과 창피함, 좌절감으로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린아이들의 말더듬에 대해 알아본다.
재발 막기 위해 지속적인 치료 필요
말더듬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자신을 표현할 때 말이 막혀 잘 안나오는 것을 말한다. 보통의 경우 ‘어어어엄마’, ‘여여여여기’ 등 문장의 첫 자를 반복하는 것을 말더듬의 전부로 생각하지만 증상에 따라 신체적 이상 행동이나 말하려는 단어를 다른 말로 돌려 말하는 단어대치 등의 모습으로 말더듬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더듬이 발생하는 시기는 두 낱말을 조합하여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기(1.6세)부터 사춘기(11~12세)까지다. 특히 2세에서 5세까지가 그 발생빈도가 제일 높은데, 이 시기가 언어발달에서 낱말이 급격히 증가하고 두 낱말을 이어서 문장을 사용하는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더듬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체적인 요인, 언어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말더듬은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치료 가능성이 높지만 성인까지 방치한 상태에서 치료를 하게 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어릴 적 말을 더듬었던 사람들은 사춘기 이전 자연치유되는 경우가 있지만 사춘기 이후 말더듬은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적 이상 행동으로도 표출
또 말더듬은 전문적인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6개월 정도면 많은 호전을 보이기는 하지만, 쉽게 재발이 되고, 한 번 재발되면 순간적으로 기존에 좋아졌던 증상들이 전부 다시 나타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말더듬의 초기에 있는 어린이들은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말더듬의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당황하고, 좌절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나 태도 문제는 종종 언어 문제만큼이나 심각해 말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심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말더듬의 진행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반복으로 시작해 연장, 막힘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반복은 말더듬 초기에 가장 빈번히 관찰되는 행동으로 “아아안안녕히계세요”와 같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 하는 것을 말하며, 연장은 반복보다 늦게 나타나는 말더듬 유형으로 “ㅅ----사람” 또는 “아-----아버지”라고 하는 경우이다. 막힘은 가장 늦게 나타나는 핵심행동으로 말의 흐름이 부적절하게 중단되고 조음기관의 움직임이 고착된다.
말더듬는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도 다른 행동을 보이는데 말더듬에서 탈출하기 위한 행동으로 머리를 흔들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말을 하거나 눈을 심하게 깜박거리는 등의 행동으로 말더듬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쓴다. 또 다른 행동으로 말을 더듬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회피하고자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상대와 눈을 맞추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말이 막히게 될 때 주로 혀를 앞으로 내밀거나 턱에 힘이 들어가 멈춰 있는 상태로 발성기관이 경직되어있기도 하다. 이러한 행동들은 자신의 말더듬을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들이다.
일단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는 것을 인식한 아이들은 잘 모르는 것을 말할 때,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 빨리 말을 하려고 할 때, 집이나 학교에서 스트레스가 심할 때, 부모가 말더듬는 것에 대해 자주 간섭을 할 때 더 말더듬 양상이 심해질 수 있다.
부모의 많은 인내와 노력이 중요
말더듬 치료의 방법은 말더듬 수정법, 유창성 완성법, 통합적 치료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말더듬 수정법은 말을 더듬는 순간을 수정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으로 긴장을 줄이고 좀 더 쉽게 말을 더듬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말더듬는 상황에 중점을 두고 일부러 더듬게 하거나 말에 대한 공포를 줄임으로써 말이 막힐 때 그런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말더듬을 받아들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느끼는 공포감이나 창피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유창성을 얻기까지 많은 기간이 걸리며 꾸준한 상담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유창성 완성법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핵심행동을 없애가면서 더듬지 않는 유창한 말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한 가지 상황에서 유창한 말을 하도록 연습한 후 차츰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말이 더듬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유창성 완성법은 한정된 환경에서 획득한 유창성이 일상생활로 연결되는데까지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는 단점이 있다.
근래에 와서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해 말더듬이 지속된다는 것에 의견을 일치하고 있어 말더듬 치료 역시 한가지로 치우치는 것보다는 개별적인 원인과 지속되는 요인들을 살펴 종합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의 통합적 치료법이 이용되고 있다.
을지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이창화교수는 “통합적 치료는 말더듬수정법과 유창성 완성법의 통합으로 대상자는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뿐 아니라 자신의 말더듬는 순간을 수정하도록 배우는 것”이라며 “또한 자신의 언어 행동과 습관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언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고 말더듬는 상황을 피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말더듬을 치료할 때는 부모의 많은 인내와 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잘 하다 갑자기 막히거나 더듬거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면 오히려 치료에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말이 잘 나오다 안 나오다를 반복하다 서서히 말더듬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믿고 인내를 가지고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즉 아이가 어떻게 말을 하는가보다는 아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아이가 말을 하는 동안 부모가 대신 해주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주면서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유도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준규 의학칼럼니스트·보건학박사
① 아이와 말을 할 때는 말의 속도를 천천히 하도록 한다.
② 말을 할 때 첫 자를 1~2초 정도 길게 발음하는 연습을 한다. 아이와 함께 길게 발음하는 연습을 일주일 정도 하면 막히던 말이 거의 막히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③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이야기해서 아이가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④ 아이 눈을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천천히 말한다.
⑤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자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아이의 말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해 주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