括虛說괄허설
有客來問括虛子曰。子以括虛名軒。敢問其說。
어떤 객이 괄허자括虛子에게 와서 묻기를,
“그대는 괄허括虛로 헌호軒號를 삼았으니
감히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하였다.
括虛子曰。居。吾語子。
괄허자는 답하였다.
앉으시오. 내 그대에게 말하리다.
夫余之所謂括虛者。乃括十方之虛空。
非謂萬物虛僞之虛也。
무릇 내가 말하는 괄허라는 것은
곧 시방十方의 허공虛空을 감싼 것이지,
만물萬物이 허위虛僞하다는 뜻의 허虛를 말하는 것은 아니오.
所謂萬物之虛者。物物皆虛也。頭頭皆虛也。
이른바 만물의 허라는 것은 물물物物마다 모두 허요,
두두頭頭마다 모두 허인 것이오.
噫。千年文章。夕陽之外則一虛也。
아, 천년의 문장도 지는 해 밖이니 곧 하나의 허요,
萬代英雄。一電之中則一虛也。
만대의 영웅도 한 번의 번개 속이니 곧 하나의 허라오.
蝸角上蜀蠻之消息一虛也。
달팽이 뿔 위 촉蜀과 만蠻의 소식도 하나의 허요,
春夢中莊周之形影一虛也。
봄꿈 속의 장주莊周의 형체와 그림자도 하나의 허요,
邯鄲之枕得之而一虛也。
한단邯鄲의 베개를 얻음도 하나의 허요,
塞翁之馬失之則一虛也。
새옹塞翁의 말을 잃음도 곧 하나의 허인 것이오.
夏社旣屋。九鼎移奠則一虛也。
하 나라의 사당(夏社)이 없어지고
구정(九鼎:중국 고대 왕권의 상징)을 이전移奠함도
곧 하나의 허요,
漢炎不噓。銅仙垂淚則一虛也。
한조漢朝가 이미 망하고 금동선인(銅仙;금선金仙)이
눈물을 흘림도 곧 하나의 허요,
仙李之花飃零。夾馬之香消殘則一虛也。
선리仙李의 꽃이 표연히 떨어지고
六朝之丘墟。五季之風雨一虛也。
육조六朝의 폐허(丘墟), 오계五季의 풍우風雨가 하나의 허라.
海渴山崩。忠臣之憤一虛也。
바다가 마르고 산이 무너질 듯한 충신의 분개함도 하나의 허요,
天長地久。烈士之恨一虛也。
천지처럼 장구한(天長地久) 열사의 한도 하나의 허라.
乃至佛家所謂三千之世界。如海上浮漚則一虛也。
이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삼천三千의 세계도
바다의 뜬 물거품과 같으니 하나의 허요,
百億之佛身。如空中幻花則一虛也。
백억百億의 불신佛身이라는 것도
공중의 허깨비 꽃과 같으니 곧 하나의 허라.
四大之質。假三緣而扶持則虛也。
사대四大의 바탕은 세 가지 인연(三緣)을 빌려 부지하니 허요,
五蘊之心。對六塵而生滅則虛也。
오온五蘊의 마음은 육진六塵을 대하여 생멸하는 고로 허요,
十使煩惱。無根而發則虛也。
십사十使*의 번뇌는 뿌리 없이 피어나는 것이므로 곧 허라.
*수행자의 마음을 지배하고 구속하는 열 가지 번뇌를 말한다.
오리사五利使와 오둔사五鈍使로 구분한다.
신견사身見使· 변견사邊見使· 사견사邪見使· 견취사見取使·
계취사戒取使를 오리사라 하고,
탐욕사貪欲使·진에사瞋恚使·무명사無明使·만사慢使·의사疑使를
오둔사라 한다.
八風毁譽。不穴而生則虛也。
팔풍훼예八風毁譽*는 구멍이 없이 생겨나므로 곧 허로다.
* 팔풍八風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익(利), 손해(衰), 비방(毁),
찬양(譽), 칭찬(稱), 꾸지람(譏), 고통(苦), 쾌락(樂)의 여덟 가지 경계를
바람에 비유한 것이다.
훼예毁譽는 이러한 팔풍 중 비방과 칭찬.
張生也。李死也。但生死之虛也。
장張씨가 태어나고 이李씨가 죽으니 다만 생사가 허요,
鷺白也。烏黑也。但黑白之虛也。
백로는 희고 까마귀는 검으니 다만 흑백이 허요,
秦亡也。楚存也。但存亡之虛也。
진秦은 망하고 초楚는 남으니 다만 존망이 허요,
西得也。東失也。但得失之虛也。
서쪽에서 얻고 동쪽에서 잃으니 다만 득실이 허로다.
然則榮辱浮沉摠是虛。
그런즉 영욕榮辱과 부침浮沈이 모두 허요,
貴賤賢愚亦是虛。
귀천貴賤과 현우賢愚 역시 허요,
治亂興亡亦是虛。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이 역시 허요,
利害毁譽亦是虛。
이해利害와 훼예毁譽가 역시 허로다.
閱古今視萬物。愈徃而虛也。
고금古今을 조사하고 만물萬物을 살펴보니 가면 갈수록 허요,
馳上下籠百態。愈來而虛也。
상하上下로 달리고 백태百態를 담으니 오면 올수록 허로다.
冥冥然混混然。都作一場之虛幻也。
어둡고 혼탁하여 모두 한바탕의 허환虛幻을 만드는구나.
今將一場之虛幻。欲問於孔氏。則杏壇已虛。
이제 한바탕의 허환으로 공씨孔氏(공자)에게 묻고자 하거늘
곧 행단杏壇이 이미 허요,
欲問於釋氏。則靈山已虛。
석씨釋氏(석가)에게 묻고자 하거늘 곧 영산靈山이 이미 허로다.
問於神。神何言哉。
신에게 물은들 신이 무슨 말을 하며,
問於天。天何言也。
하늘에 물은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리오.
問於地。地何言也。
땅에게 물은들 땅이 무슨 말을 하며,
問于山。則山默默而不言。
산에게 물은들 산은 묵묵하여 말이 없고,
問于水。則水茫茫而無吾。
물에게 물은들 곧 물은 아득하여 말이 없도다.
開牕對月。月皎皎而已。
창을 열고 달을 마주하니 달은 밝고 밝을 뿐이로다.
捲箔臨風。風瑟瑟而已。
발을 걷고 바람을 쐬니 바람은 시원하게 불 뿐이로다.
湖上觀魚。魚不知我。
호수에서 물고기를 보니 물고기는 나를 모르고,
天外觀鳶。鳶不知我。
하늘 밖 솔개를 보니 솔개는 나를 모르는구나.
我將試問於上帝。上帝不自聽受。
내 장차 상제上帝에게 물어보고자 하나
상제는 스스로 들어 알 수 없고,
而歸之於太虛。還問太虛。則太虛默默不應。
태허太虛에 돌아가 다시 태허에 물어보나
곧 태허는 묵묵히 응답하지 않는구나.
但以無增無減。不生不滅之一體性。
다만 더도 없고 덜도 없으며,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한 덩어리(一體)의 본성이
遍十方而現示之。
시방에 두루하여 그것을 나타내 보이도다.
余是以名吾身生滅中不生滅眞性者爾。
客默然移席而點頭焉。
나는 이러한 이유로 내 몸을 생멸 중에 생멸하지 않는 참된 성품으로 명명했을 따름입니다.
足不足說
만족과 불만족에 대한 이야기
人固有知足者。又有不知足者。
사람 중에는 본디 만족함을 아는 자가 있고
만족함을 모르는 자가 있다.
夫不知足者。雖高臺廣室。而不知足。
무릇 만족함을 모르는 자는
비록 고대광실에 살아도 만족할 줄 모르고,
緫百官食萬鐘。而不知足。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만종萬鐘의 곡식을 먹어도
만족함을 모르며,
呑二周並六國。而不知足。
두 주周나라(서주와 동주)를 삼키고
육국六國을 병합해도 만족할 줄 모른다.
知足者。飯一盂蔬一盤而足。
그러나 만족함을 아는 자는
한 발우의 밥과 한 그릇의 반찬으로도 만족하며,
帶索負薪而足。甚焉則並日一食而足。
새끼를 띠로 매고 섶나무를 져도 만족하며,
심지어 하루 종일 한 끼를 먹어도 만족한다.
然則足與不足。不在於物。而在於我。
그러한즉 만족함과 만족하지 못함은
외물外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
我若不足。則於足常不足。
내가 만약 만족하지 않으면
곧 만족할 만한 것에도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我若知足。則於不足常足也。
내가 만약 만족함을 안다면
곧 만족하지 못할 곳에서도 항상 만족할 것이다.
常知足者。常爲不足者之所笑。而不以自笑。
항상 만족함을 아는 자는
항상 만족함을 모르는 자의 웃음거리가 되나
스스로 비웃지는 않는다.
故常知足。
고로 항상 만족할 줄 안다.
常不足者。常爲常知足者之所憐。而不知自憐。
항상 만족을 모르는 자는
항상 만족을 아는 자의 불쌍히 여기는 바 되나
스스로 불쌍한 것을 알지 못한다.
故常不足也。
고로 항상 만족하지 못한다.
然常知足者。無時而不足。
그러나 항상 만족함을 아는 자는
만족하지 않을 때가 없고,
常不足者。有時而禍生。
항상 만족할 줄 모르는 자는
때때로 화禍가 생긴다.
吾未知其孰爲智也。
나는 그 중 누가 지혜로운지 모르겠노라.
噫。有鳥于林。有魚于淵。
아, 숲에는 새가 있고 연못에는 물고기가 있다.
鳥待林而足者也。魚待淵而足者也。
새는 숲에 머물며 만족하는 자이고,
물고기는 연못에 머물러 있으며 만족하는 자이다.
天之生物也。使之各足其足而止已。
하늘이 만물을 내심은
각각 그 만족할 만한 것에 대해 만족하게 하는 것에 그칠 따름이다.
今之求足者。林處而欲淵者也。
오늘날 만족을 구하는 자는
숲에 처해서 연못을 구하는 자들이다.
求足不已。並與其所嘗足者而失焉。
만족을 구하는 것이 그침이 없으나
그 만족을 맛보고 있는 것도 잃어버리고 있으니,
亦足以鑑矣。
이 또한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而世之知足者常少。不知足者常多。
세상에 만족함을 아는 자는 항상 적고
만족함을 모르는 자는 항상 많다.
此何以也。
이는 무슨 까닭인가?
其足與不足。在物不在我也。悲夫。
만족함과 만족하지 못함의 기준이
외물에 있지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슬프도다.
『괄허집』
첫댓글
푸른 하늘과
초록빛 바다로 한
나눔이 아니어도 좋다
그대 달빛의 창호에
봄바람이 스칠 때
실바람이 숨어들고
별빛이 저며들
틈새 하나면 족하다
그래도
오갈 곳 다르지 않은
어느 한마음은
가득 차 피어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