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며칠 계속 춥다.
기온이 떨어져야 정상인 겨울임에도 더 춥게 느끼는 것은 부동산 불경기가 어제 멈출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입이 없다고 금방 끼니를 굶을 걱정은 하지 않더라도 오래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축되어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구실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돈을 쓰기로 했다.
불경기에 3만 원이면 3일 용돈인데, 결심을 굳히고 인터넷 쇼핑몰로 들어간다.
아동용 부츠를 사려고.
해마다 할머니에게 우선순위를 빼앗겨 올해 만큼은 내가 사주고 싶었다.
며늘아이에게 신발의 사이즈를 묻고 디자인 예쁜 것으로 주문하고 선포를 했다.
내가 샀으니 모두 사지 말라고.
녀석이 빠르게 성장하기에 언제나 신발을 한 치수 큰 것으로 산다.
부츠는 겨울만 신을 것이기에 두 치수 큰 것으로 주문했다.
양말 하나 더 신으면 내년 겨울까지 신어도 되기에.
옛날, 우리 어린 시절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겨울부츠는 다음 날 내게 배달됐다.
손을 넣어보니 북극에서도 발이 시릴 것 같지 않다.
발이 시리면 추위는 더 춥게 느껴진다.
개는 코를 따뜻하게 해 주고 사람은 발을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한다.
국민학교를 나올 때까지 검정고무신과 노랑고무신만 신고 다녔던 강원도 산골 추위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겨울이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손주에게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손주가 아닌가!
녀석이 없는 이 세상이라면 벌써 살 의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되고 나니 펼쳐진 새로운 세상 ㅡ
하나님은 참으로 공평한 분이 맞다.
사람에게 한평생 기쁨을 향유할 수 있도록 구간 구간 새로운 즐거움을 준비하여 주신다고 생각한다.
10대는 10대의 즐거움을, 40대는 40대의 즐거움을 주신다.
그리고 가장 인생의 황금기라고 불려지는 이 세상은 손주가 있는 60대이다.
빠른 분은 50대에도 손주를 볼 수 있겠지만, 나는 늦게 결혼해서 손주가 늦다.
그래서 손주 녀석이 있는 이 60대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생각 같아선 데리고 키웠으면 하는 무지한 생각에 휩싸일 때도 없진 않다.
그렇다고, 내 좋겠다고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순 없기에 참을 뿐이다.
아이들도 원하지 않겠지만, 자유를 빼앗길 아내가 원치 않을 것이다.
어쨌든 손주 녀석이 보고 싶어 아들집으로 갔다.
지금 간다고 전화를 하니 딸아이도 와 있단다.
큰일이다!!
이런이런, 3개 월 차이인 딸아이 손주 것은 사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나 내 생각 속엔 친손주만 있었지 외손주는 없었던 것이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면서 신발장 안에 숨겼다.
일부러 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왜 외손주 신발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자주 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용돈의 차별을 두는 딸아이의 소행을 못 마땅히 여겼기에 그랬을까?
딸아이가 집으로 간다며 나가고 아내 뒤를 따라나오며 신발장 안 신발을 꺼내주고 왔다.
큰지 작은지 신발을 신는 것도 보지 못한 채 ㅡ
엘리베이터를 타며 딸아이와 외손주 녀석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마음도 이랬을 것이다.
집으로 와서 아내가 내미는 작은 선물보따리 ㅡ
지난 주 토요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딸아이가 오지 못해 미안했다며 주려던 선물이란다.
남자가 쓰는 국산화장품 중 가장 비싸다는 크림이다.
미백, 주름개선, 보습 따위의 좋다는 내용을 보다 말고 가슴을 할키는 안타까움 ㅡ
작년만 하더라도 똑같은 구스다운 외투를 함께 사주었는데, 왜 올해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조금 전, 딸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 녀석 신발을 보내주겠다고 근무지 주소를 보내라고.
맞벌이를 하는 딸내미 집은 낮에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그럴까?
내 아내는 친손주 외손주 똑같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친손주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
아마 같다고 생각했다면 신발도 같이 샀을 텐데.
주소를 보내라고 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이제부터는 무얼 하나 사더라도 함께 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첫댓글 부렆습니다요
손주꺼 사주려 인터넷 쇼핑하는 마음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사는 기쁨이지요
지는 그런데 그럴기쁨 가져다 줄 손주도 없공
으아앙 ㅡ
그러세여~~~
친손주 외손주 가르지 마시고예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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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주 없는 지는 고래두?
친손주 헌티 더 맴이 솔릴 것 같은 심뽀?
우짠다요? ㅍㅍㅎㅎㅎ
커 보이소마
손주가 커는 거 맹큼 던 보따리두 같이 커진다는 걸예 ㅎㅎㅎ
둘 다 똑 같을 것 같은데... 친손주가 없으니...
생각난 김에 이번주 일요일이 외손주 생일인데
선물이나 하나 사주어야겠네요.
냉정한 할미인지 아직 선물 같은건 안 사주어 보았는데
현금으로 주는게 가장 좋을꺼라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외손자를 위한 선물을 골라 보아야겠네요. ^*^
외 손자 귀애 하느니 밤꽁이를 귀히 여기라는 속담이 있더이다 ㅎㅎ
밤꽁이가 뭔지 ㅎㅎ 요즘엔 워낙 둘이나 하나를 낳으니 외손이 어디 있고 친손이 어디 있나요
전 아직 외손만 있어서 ㅎ ㅎ 하옇든 저를 매일 웃게 만듭니다
참 잘하셨어요
우리 남편은 늘 그럽디다
장인이 손주 결혼에서는 500주고
외손주 결혼에는 100주니 그게 늘
마음에 편치않았나봐요..
양쪽 똑 같이.. ㅎㅎ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