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나는 성묘를 드리러 시골 길을 걷고 있었다.
문득 눈에 띄인 눈 덮힌 논...
그리고 추수 후에 태웠는지 끄트머리가 약간 탄 잘린 벼 줄기
그 장면을 본 순간 나는 잊고 있었던 듯 문득
어떤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때는 모두가 한복을 입고 농사를 주로 짓던 신분 차별의 시대.
한복이라 하지만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골 한 마을에 부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부자는 일찍 아내를 여읜 탓에
하나 밖에 없는 외동딸이 유일한 혈육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딸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고
금이야 옥이야, 부족한 것도 하나 없이 딸을 키웠다.
그런데 하늘은 종종 그런 귀한 딸을 하인에게
점지해 주기도 하나 보다.
외동딸과 그 집 하인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도
않커니와 기억 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하인은 어렸을 때 형편이 어려운 부모에게서
버려져 굶어 죽으려는 것을 부자가 불쌍히 여겨
길러 주어서 그 집 하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인은 외동딸을 좋아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조차 할수 없었다.
부자는 딸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귀한 딸을
천한 하인에게 줄 수는 없었기에 이웃마을
부자의 아들과 혼인을 약속했다.
외동딸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에게 자신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혼인을 할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언제나
딸의 말에 따르던 아버지도 이번 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마침내 혼인 날짜가 따뜻한 봄날에 정해졌고
그러자 외동딸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사랑하는 그 하인에게도...
그리고 혼인 전 날, 온 마을이 잔치 분위기인 그때
외동딸은 방 안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잔치분위기는 장례분위기로 바뀌었고
혼인은 당연히 파기 되었다.
외동딸을 잃은 부자는 통곡했고 사흘이 넘도록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다.
하지만 외동딸을 사랑했던 하인은 슬픈 기색 하나 없이
묵묵히 일할 뿐이었다.
그 부자에게 원망의 표정 한번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도 거의 끝나가 추수를 끝낸 무렵
별안간 부자댁 논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이미 추수를 끝낸 후라 논에는 짚더미 뿐이었다.
화재 후, 뒤늦게 사람들은 그 하인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타버린 논에는 그 하인으로 보이는 유해가 발견됬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이상하게도 부자댁 논은 전에 없는
풍작을 맞이했다.
혹시 그 하인은 주인의 은혜를 배반할 수가 없어
부자에 대한 자신의 원망과 분노 만을 표시하고 풍년의
선물을 가르쳐 주고 간것이 아닐까?
그 후로는 추수를 끝낸 논을 불태우는 풍습이 생겼고 전보다
풍년인 해가 훨씬 많아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잘못한 사람은 과연 누구 일까?
사랑 때문에 바보 처럼 자살해 버린 아가씨?
외동딸에 대한 사랑과 주인에 대한 원망을 제대로
표현조차 하지 못한 하인?
아니면 와동딸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내려 한 부자?
하지만....
결국에 가장 잘못하고 있는 사람은...
잊혀져야 할 이야기를 기억해 내어 그들의
잘못을 따지고 있는 내가 아닐까...
---------------------------------------------------
내용 그대로 잊고 있었던듯 떠오른 이야기 입니다...
떠오른 내용 그대로 쓰고 싶었는데 잘 전해지지 못한 것 같네요
아, 퇴마록 후속작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
내용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럼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 시구요.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늦은 새해인사)
카페 게시글
창작소설연재
창작소설[단편]
잊고 있었던 듯 문득 떠오른 이야기
푸른별무리
추천 0
조회 43
03.02.04 16:42
댓글 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