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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를 가 지 다 - Write By. 로맨스고양이
"하..하으..조..조금만 더..."
나는 방안에 틀어박혀 앉아 내 방까지 들려오는 역겨운 신음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듣기싫어."
나는 귀를 막았지만, 역겨운 신음소리는 사라지지않고 내 귀에서 웅웅대며 맴돈다.
"듣기싫다고!!!!!"
여기는, 최악이다. 빠져나갈수 없는 지옥같은 곳이다.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 침대로 파고들어가 이불에 몸을 파묻었다. 언제까지... 이런짓을 해야하는지. 정말 죽고싶다. 나는 한숨을 쉬고 귀를 꼭- 막은다음 잠을 청했다.
* * * * *
고등학교때 너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여자들이 한번쯤은 돌아봄직한 외모와 섣불리 다가갈수 없는 분위기. 어느 여자들과똑같이 나도 너를 좋아했었다. 티는 안냈지만 너를 힐끔힐끔 보며 남몰래 얼굴을 붉히기도 했고, 또 너의 사물함에 초등학생같이 조그만 쿠키봉지를 하나 넣어놓기도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예진아, 지환이야 지환이!"
소라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알맞게 줄인 교복을 입고 가는 너를 발견할수 있었다. 다부지게 다문 입술과 차갑게 식어있는 눈빛.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넌.. 참 차가웠다. 사람들을 다 얼릴만큼. 소라가 강지환을 정신없이 바라보는 사이 나는 고개를 돌려 이미 다 털은 분필지우개를 한번더 털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조용해지는 분위기에 나는 의문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고 곧 숨을 멈출수 밖에 없었다.
"니가... 박예진?"
내 앞엔, 내 첫사랑이던 강지환 니가 서 있었다.
"내..내가 박예진인데 ㅇ.."
내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오고 내 손에 들려있던 분필지우개는 힘없이 툭- 떨어지고 말았다. 크게 뜨인 내 눈이 서서히 감겼고 내 손은 너의 옷자락을 꽉 쥘수밖에 없었다. 짧았지만 길었던 입맞춤이 끝나고 너는 내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사귀자, 박예진. 잘해줄게."
얼음처럼 차가운 말이었지만, 난 그때 너의 말속에서 약간의 따뜻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말은, 우리둘의 비극적 사랑을 알리는 첫 시작이었다. 그때, 너의 고백을 받아주는게 아니었다.
* * * * *
거친 숨을 토해내며 눈을 살짝 떴다. 첫만남 꿈을 꾸다니. 입술을 질끈 깨물고 약간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집에 있는 동안, 난 5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었다. 늘, 12시에 잠이들어 5시에 깬다. 베란다를 열고 약간 어두운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보았다. 내가 잡기엔 저 멀리 있는 하늘. 나와는 다르게 늘 평화롭기만한 하늘. 조금 더 뻗어보다가 힘없이 팔을 접어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거실 한 중앙에는 어느때처럼 청바지에 얇은 스웨터를 입고있는 강지환이 서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어."
짤막한 대화를 나누며 나는 눈을 내리깔고 강지환 옆을 스쳐 지나가려고 했지만, 강지환이 내 손목을 붙잡는 바람에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고 말했지만, 강지환은 오히려 내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안기게 만들었다.
"뭐하는거야. 놔줘."
나는 이를 악물고 힘겹게 말했지만 강지환은 그런 내가 가소롭다는듯 살짝 비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나에게 입을 맞춰왔다. 다른년과 입술을 부빈 그 더러운 입술로. 내가 입을 꽉 다물고 열어주지 않자 강지환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입을 살짝 벌리자 그 틈을 노려 강지환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입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촉에 나는 내 입안을 헤집고 다니는 강지환의 혀를 꽉 깨물어버렸다. 강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에게서 떨어졌다. 내가 이를 악물고 강지환을 노려보자 강지환은 그대로 손을 올려 내 뺨을 때렸다. 거친소리가 나고 나는 거실 한가운데에서 옆으로 넘어져 버렸다. 볼이 화끈화끈 거린다. 카펫솔에 쓸린 팔이 쓰라린다. 입 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나는걸 보니 볼이 터졌나 보다. 또. 강지환이 쭈그려 앉아 내 턱을 잡곤 위로 들어올렸다. 거친 숨이 내 입안에서 나오고 강지환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내 가슴을 후벼팔 말을 했다.
"니가, 날 거부하면 안돼지.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넌, 내 물건이니까. 물건이면 물건답게. 알았어?"
악마처럼 내 귀에다가 속삭이고선 나에게서 떨어져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강지환이 들어가자 내 눈에선 참고 있던 눈물이 스르륵 흘렀다. 한쪽뺨을 감싸쥐고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않게 끅끅대며 울었다. 강지환의 집착에, 난 지쳤다. 참으려고 했지만, 이미 터진 눈물은 쉴새없이 흘러나갔고 곧 바닥에 깔려있는 카펫에 진한 눈물자국을 남겼다.
* * * * *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먹고 나는 강지환을 일절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와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거울을 바라보니 강지환이 때린곳은 약간 멍이 들어있었다. 얼음으로 열심히 문지른탓에 붓기는 가라앉았지만 볼 한가운데에 있는 멍은 보기 싫었다. 책상 서랍을 열어 캐릭터 반창고를 꺼낸 나는 볼에 반창고를 붙였다. 반창고를 만지작 거리며 방을 나선 나는 강지환이 나올새라 황급히 집 밖을 나왔다. 약간 추워진 날씨가 날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황급히 걸음을 옮기며 나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만큼은, 강지환과 달랐기에 내가 강지환에게서 해방되었다는 느낌을 들게하는 곳이었다.
"예진아! 어머, 그 반창고는 뭐야? 어디 박은거야?"
"아....응. 멍들어서 붙였는데 많이 이상해?"
"아니야. 음, 뭐랄까 조금 잘나가는 누님같달까?"
"거짓말. 잘나가는 누님은."
나는 약간 웃음을 터뜨린후 유리와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은다음 나는 누군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김재성. 강지환과는 정 반대인 사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언제부터였을까. 내 마음속에 김재성이 조금 차지하고 있던 날은. 아마, 그때였을거다. 내가, 반지를 잃어버렸을때 내 반지를 건네주던 그 모습을 보고.
* * * * *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내 앞엔 김재성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은채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하니, 김재성이 나한테 고백을 할줄이야. 하지만, 난 고백을 받아들이기엔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강지환이 알았다간 김재성은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 힘겹게 내뱉었다.
"미안해."
나답지 않게 쌀쌀맞게 내뱉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 약간 호감을 담아두던 인물이라 흘긋 고개를 들어 김재성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김재성의 얼굴은... 약간 상처받은듯한 얼굴이랄까.
"왜...인지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미안해. 이유도 말해줄수 없어."
강지환을 생각하지 내 눈빛은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럼, 하루만 내 여자친구 해주면 안될까? 나, 차였잖아. 그냥 동정하는셈치고."
"뭐...오늘 하루만이면 괜찮아."
"고마워."
김재성은 활짝 미소를 짓더니 날 살짝 안았다가 놓아주고 수업마치면 보자고 말하고 저 멀리 뛰어가 버렸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온기인지. 한숨을 내쉬었다.
수업이 마치고 정말 김재성은 나를 데리러 왔다. 크로스백을 매고 날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데 그 모습위로 누군가가 오버랩 되어 보였다. 내 눈속에 비치는 고등학생 때의 강지환. 그래, 강지환도 저런때가 있었다. 그때로, 돌아갈순 없겠지. 고개를 살짝 흔들어 흐트러지는 정신을 바로 잡은다음 김재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자신의 앞에 도착하자 김재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건가. 나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손을 살짝 얹었다. 따...뜻하다. 김재성이 내 손을 꽉 잡았고 곧 날 끌고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김재성을 따라 가는 와중에도 날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시선을 느낀 나는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날 바라보는 시선은 찾을수 없었다. 불안하다. 많이. 고개를 들어 그저 미소짓고있는 김재성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김재성과는 어느 연인들과 다르지 않게 즐겁게 놀았다. 내 입가엔 자연스레 미소가 살짝 지어졌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내 손엔 마지막으로 초코 아이스크림이 쥐어져 있었다. 극구 괜찮다는 나를 데리고 소프트아이스크림전문점으로 가더니 기어코 내 손에 초코아이스크림을 쥐어주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살짝 핥아보았다. 달콤했다. 달달한 기운이 내 몸속에 퍼지자 나는 기분좋은 느낌에 아이스크림을 한입 더 물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내 입안에 가득 퍼지고 곧 사르르 녹았다.
"여기, 아이스크림 묻었어."
"여기?"
손으로 닦기 귀찮아서 혀로 할짝였지만 여전히 묻어있는지 김재성은 풋- 하고 웃었다.
"보지만 말고 좀 닦아줘."
"이렇게?"
내가 살짝 퉁명스럽게 말하자 김재성은 갑자기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더니 내 입술에 입을 맞대더니 혀로 살짝 할짝였다. 금새 입술이 떨어지고 김재성은 쑥스러운듯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손으로 입술을 살짝 쓸어보았다. 나는 피식 웃고는 녹기 시작하는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동안 김재성의 여자친구처럼 손도 꽉 잡고 갔다. 김재성의 온기가 좋았다. 내 몸을 다 감싸주는듯하달까나. 그렇게 걸어 집에 도착하고 나는 손을 살짝 놓았다. 김재성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준다음 미련없이 몸을 돌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히고 나는 어두컴컴한 집안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발을 벗고 들어가 거실불을 켰다. 밝은빛이 거실에 쏟아지고 순간 내 눈을 가리는 거친 손길에 숨을 멈췄다. 시리도록 차가운 이 향기는... 그래 강지환의 것이었다. 강지환의 시린손이 내 허리를 거칠게 휘어감고 곧 내 입술은 강지환의 입술에 먹혀버렸다. 당황하여 벌어진 입술로 강지환의 혀가 들어오고 곧 내 입안을 거칠게 휘젓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르고 겨우 강지환의 입술이 떼어졌다. 나는 콜록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여전히 강지환의 손은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다른 남자 만나니까, 좋았어?"
강지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사람을 얼려버릴만큼 시린 목소리.
"넌, 내 물건인데. 다른사람한테 안기면 안돼지, 박예진."
"누가, 니 물건이라는거야."
'물건'이라는 소리에 나는 오늘도 예민하게 반응해 버리고 만다. 목소리가 낮게 깔리고 거실은 조용한 적막에 휘감겼다.
"손치워, 강지환."
"죗값은 해야지 박예지?"
강지환은 픽- 하고 웃더니 다시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입을 앙 다물고 있자 강지환의 입가가 올라가는걸 느끼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움찔했다. 아직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손 때문에 강지환이 무얼 하고있는지도 알 길이 없어 불안한 마음은 더 증폭될 뿐이었다. 강지환의 입술이 내 턱선을 따라 목으로 내려가고 나는 숨을 멈췄다. 설마...
"하, 하지마 강지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강지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입술을 움직였다. 싫다. 이런건, 싫다. 내가 입고있던 남방 단추가 툭 툭 하나하나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말란 말이야!!!!!"
소리를 지르며 강지환을 세게 밀었지만 강지환은 떨어지지 않았다. 눈물이 차올랐다. 눈물이 맺혀 볼 옆으로 후두둑 떨어지자 강지환의 손길이 멈췄다. 내 눈에 있던 강지환의 손이 떨어지고 나는 파르르 떨며 눈을 감고 있었다. 황급히 강지환에게서 떨어져 눈을 뜨곤 남방을 여몄다. 강지환을 바라보니 강지환은 차가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강지환이 성큼 다가오더니 내 턱을 잡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명심해, 넌 내꺼야. 넌 날 절대로 벗어날수 없어."
강지환이 내 턱을 놓아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 벽에 기대 스르르 주저앉았다.
"흐...으..."
서러웠다. 눈물이 차올랐다. 손에 꼭 쥐고 있는 남방을 생명줄이라도 되는듯 꼭 잡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고작 남자와 잠시 만났다고 이런 상황을 겪어야되는건지. 거친숨을 토해냈다. 강지환. 넌, 날 사랑하지도 않잖아. 매일 다른여자랑 놀아나잖아. 그런데, 왜 내가 이런일을 당해야돼? 강지환. 너의 집착의 끝을 보여줄게. 이 생에 더이상 미련없어. 반드시, 후회하게 해줄게. 반드시.
* * * * *
휴일이 되었다. 어김없이 5시가 되자 내 눈은 떠졌다. 평소와 똑같이 방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맞은편에 있는 강지환의 방문을 바라보다가 곧 베란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오랜만에 나갔다가 올까."
그저 무심하게 중얼거리며 어두운 빛을 띠는 밖을 내다보았다. 몇일 뒤면 일어날 '그 일'에 나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지독히도 증오스런 웃음을. 문득 눈을 감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너와 나는 이렇게 틀어졌을까. 어째서 이런사이가 될수밖에 없었을까.
* * * * *
"헤어지자. 나, 지쳤어."
내 입에서 나오는 '헤어지자' 라는 잔인한 말. 대학교를 들어와서 나는 정말 지쳤다. 날 어디든 가둬두려는 그런 너의 소유욕에 나는 한없이 지쳐버리고 말았다. 내가 이 말을 내뱉자 마자 너는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곧이어 얼굴에는 나에게만 짓던 부드러운 미소가 아닌 차갑고 서린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한번 말해봐."
"헤어지자고. 너의 그 소유욕, 집착. 질렸어."
눈을 살짝 내리깔곤 다시한번 말했다. 거침없이.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박예진. 후회하게 될거야."
강지환은 잠시 서있더니 가시돋친 말을 내뱉으며 뒤를돌아 멀어져 갔다. 나는 불안함에 잠시 몸을 떨었다. 어째서, 이런느낌이 드는거지. 내 몸을 휘감는 불안한 느낌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히도 불안하다. 지독히도.
"미안해, 예진씨."
"네..?"
"오늘부로 방 빼줬으면 좋겠어."
"그..게 무슨말씀이세요. 방세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냈잖아요."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주머니가 미안하다는듯이 날 바라보았다.
"어쨌든 미안해, 예진씨. 방 빼줘."
아주머니는 그 길로 들어가버리셨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제, 어디서 살아야 되는거지? 나는 서러움을 꾹꾹 눌러 참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조그만 원룸같은 방. 아기자기하고 좋아서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캐리어를 꺼내 옷가지와 세면도구등 내가 챙겨왔던것을 집어넣었다. 가방을 다 챙기고 휑-한 집안을 둘러보다가 집 밖으로 나왔다. 집을 슬쩍 바라보다가 캐리어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이제, 어딜가야되나. 다른사람같으면 냉큼 부모님집으로 달려가겠지만 고아인 나한테 부모님이 어디있겠는가.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누군가가 내 입을 막았다. 화들짝 놀라 캐리어를 붙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다.
"쉿."
내 귓가를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발버둥을 멈췄다. 이 목소리는 강지환이다. 내가 발버둥을 멈추자 강지환이 내 입을 막았던 손을 놓았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캐리어 손잡이를 집어들고 나는 몇걸음 떨어진다음 뒤를 돌아 강지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우리, 헤어진거 아니었어?"
"너, 갈데없지 않아?"
모든 걸 다 알고있다는듯한 말투에 나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당연히 알지. 널 그렇게 만든건 나니까."
"무..슨말이야."
"세상은, 돈이면 다 되더라."
강지환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십만원 짜리 수표를 꺼내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제야 나는 생각해냈다. 강지환은, 빌어먹게도 가진게 돈밖에 없다는것을. 입술을 깨물며 강지환을 힘껏 노려보았다.
"니가 어딜가도 이렇게 되는건 마찬가지일걸."
강지환이 표정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 집으로 와."
"....뭐?"
내가 잠시 멍해있는 사이 강지환이 나한테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곤 귓가에 유혹적으로 말했다.
"갈 데가 없잖아. 그냥, 내 집으로 오라니까. 꽤 괜찮지 않아?"
잠시 머뭇거리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강지환의 비릿한 미소를 보질 못하고. 그리고 그 끄덕임은 나와 너를 파멸로 몰고가는 고갯짓이었다.
* * * * *
강지환과 조용한 식사를 마친다음 방으로 들어가 시계를 보았다. 12시. 시계를 물끄러미 보다가 잠깐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옷을갈아입기 시작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에다가 위에 가디건을 걸쳐입고 화장대에 앉았다. 핏기없는 내 하얀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화장대 구석에 놓여있는 비비크림을 들고 얇게 펴발랐다. 생기없어 보이는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현관으로 가 하늘색 구두를 꺼내신고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가 멈칫했다. 내 허리를 휘어감는 차가운 손길 때문이었다. 내 어깨에 자신의 턱을 기대고선 내 귓가에 강지환이 소근거렸다.
"어딜가는건데."
"천사원에."
나는 평소같으면 신경끄라며 손을 뿌리쳤을텐데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만이라도 강지환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몇일후면 다 끝날일일테니까.
"같이가."
강지환은 조용하게 말을 내뱉더니 방으로 빠르게 들어가 버렸다. 문고리에 올려놨던 손을 힘없이 내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어째서 넌, 날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못하는거니. 몇분후 강지환이 간단하게 얇은 스웨터에다가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언제나 생각하는거지만 강지환은 무엇을 입든 다 잘어울린다. 얼굴이 좀 생겨서 그런가.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강지환이 먼저 문을 여는 바람에 고개를 살짝 흔들고선 또각 거리는 구두굽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바람이 내 몸을 스쳤지만 그렇게 춥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강지환이 내 옆에 서서 조용히 따라왔다. 연인같지만 어딘가 이상한 우리 둘. 조용히 걷고 걸어 도착한 천사원. 내가 자란 곳. '천사원' 이란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곧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그 중 한 남자아이가 날 보더니 소리친다.
"예진이누나!!!!"
"지호야, 잘 지냈어?"
날 부르며 달려오는 지호. 내 무릎까지 정도 오는 키에 굉장히 귀여운 아이였다. 내 무릎을 안고 큰 눈을 접으며 웃는 지호를 보고 나는 무릎을 굽혀 앉아 웃으면서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결좋은 지호의 머리가 내 손안에서 흐트러지고 지호는 기분이 좋은듯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런 지호가 너무 귀여워 나는 지호를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누나, 저 형아 누구야?"
지호가 내 품을 벗어나 강지환을 보고 물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누나...남자친구야."
"우와- 누나 남자친구도 있어?"
"응. 원장선생님은?"
"저기 계셔!"
지호가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키고 나는 지호를 한번 더 안아주고선 일어나 그 건물로 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멀뚱히 서있는 강지환을 본 나는 손을 까딱이며 오라고 했다. 그제야 발걸음을 옮기는 강지환. 금세 내 뒤에 따라붙어 소근거린다.
"무슨생각인거야, 남자친구라니."
"....어차피 이런걸 원했잖아."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하니 강지환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정곡을 찔렀겠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조그만 교회에 도착했다. 천사원 옆에 딸려있는 조그만 교회. 오래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빗자루를 들고 교회안을 이리저리 청소하고 계시는 원장선생님이 보인다.
"선생님."
고요한 내 목소리가 교회안을 울리고 빗자루질을 하시던 원장선생님의 손길이 멈추고 곧 고개를 드시다가 나를 보시곤 눈이 커지신다. 잠시 가만히 서 계시다가 황급히 빗자루를 떨어뜨리곤 나에게 달려와 나를 꽉 안아주신다.
"예진아... 오랜만이구나."
"잘 지내셨어요?"
나도 원장선생님을 꼭 안아주고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물었다. 주름살이 약간 있으신 얼굴로 웃으시며 잘 지내서 탈이라며 내 어깨를 두드려 주신다. 아, 그리웠다. 이런 품이.
"그보다, 예진아. 이 잘생긴 총각은 누구니?"
"아, 음.. 제.. 남자친구에요."
'남자친구' 라는 말을 억지로 내뱉고선 힘겹게 미소지었다. 선생님은 눈이 동그래 지시더니 곧 미소지으시며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고 교회를 나가셨다. 나와 강지환도 따라 나가고 우리는 조금 걸어 원장실에 도착했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렴. 차를 가지고 오마."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의자에 조심스레 앉았다. 옛날과 그대로였다. 칠이 벗겨진 책상과 낡은 의자. 익숙한 느낌에 나는 손으로 천천히 책상과 의자를 쓸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문득,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강지환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 강지환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는거야?"
조금은 딱딱한 목소리로 내뱉자 강지환은 날 잠시 더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어색한 침묵을 깨고 원장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커피를 내 앞과 강지환의 앞에 놓아주셨다. 진한 커피향이 내 코에 스며들어가고 나는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달면서도 쓴 커피맛이 내 목으로 넘어갔다. 잠시 눈을 감고 커피맛을 음미했다. 고개를 살짝 들어 강지환을 바라보니 강지환도 커피를 살짝씩 마시고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왔다. 내가 나오기가 무섭게 내가 이뻐해주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나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나는 웃으며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었다. 아마, 이것도 마지막이겠지. 금세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나는 원장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히계세요, 원장선생님. 꼭 건강하게 지내셔야해요."
"어머, 얘는. 평생 안올것같은 사람처럼 왜 그래. 조심해서 가~"
원장선생님은 인자하게 웃음짓고는 나를 한번 안았다가 놓아주셨다. 나는 살짝 미소 짓곤 정문을 나와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발 아래에서 바스락 부서지는 낙엽을 보니 꼭, 내 모습같아서 슬픈느낌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부서지겠지.
"소원 하나만 들어줘."
묵묵히 걷다가 난 문득 입을 열었다. 뒤따라 오던 강지환의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발걸음을 멈추곤 뒤를 돌았다.
"이틀후에 나랑 같이 별장에 가자. 예전에 놀러갔던 별장."
나는 강지환에게 짓지 않았던 미소를 지었다. 억지미소라는것만 빼면, 충분히 예쁜 미소로 보일만큼 활짝 미소지었다. 그런 나를 가라앉은 눈으로 보던 강지환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난 다시 뒤를 돌아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이제 됬다. 이틀후면,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수 있다. 영원히.
* * * * *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가 되야 눈이 떠졌다. 다만, 다른점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달까. 오늘은, 모든것을 끝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이 별장을 택한 이유는 절벽이 있어서였다. 절벽 위에 세워진 별장은 경치도 좋고 죽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고 나와 강지환의 방문을 두드렸다. 조금 멀기 때문에 일찍 출발해야 되기 때문이다.
"일어나. 밥 차려놓을테니까, 먹고 짐 챙겨."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작게 말하곤 발걸음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전날 미리 해놓았던 쌀밥을 밥그릇에 퍼고 북어국을 떠 밥그릇 옆에 놓았다. 나는 밥 생각이 없어 강지환의 것만 차려놓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강지환의 방문이 열리고 곧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제야 장롱속에 있던 흰색 캐리어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속이 보이고 나는 한동안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곧 정신을 차리고는 캐리어를 다시 집어넣었다. 어차피, 죽으러갈건데 옷가지는 챙겨서 뭘 하겠는가. 강지환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여기다가 남겨놓고 갈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조그만 가방을 꺼내 원피스한장만 챙기고 가방을 잠궜다. 가방을 침대위에 올려놓고 입고있던 잠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리에 달라붙는 스키니진에 얇은 후드티. 지극히도 평범한 나였다. 약간 웨이브져 있는 머리를 매만진다음 시계를 보니 어느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방을 매고 방문을 열고 밑으로 내려오니 강지환이 캐리어를 손에 쥔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강지환은 내 조그만 가방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고 말하려는듯 입을 벙긋 거리다가 다시 입을 다물어 버리곤 먼저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도 운동화를 구겨신고는 강지환을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강지환의 차에 올라타고 강지환은 내 안전띠를 매주는 척 하며 소름끼치게 소근거렸다.
"거기가서, 허튼짓할 생각하지마. 넌, 내 허락없인 죽을수도 아무것도 할수없어. 안그래 박예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강지환은 떨어졌고 나는 입술이 피가 나도록 꾸욱 깨물었다. 차가 서서히 출발하고 나는 공허한 눈빛을 하며 차창에 머리를 기대곤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이것도 마지막이겠지. 이것도 강지환과의 마지막 추억이겠지. 강지환. 지환아, 어째서 우리는 이런 추억밖에 만들수가 없었을까. 어째서 우리는 다른 연인들처럼 예쁜 사랑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차는 한참을 달려 저녁때쯤, 어느 외딴곳 별장에 도착했다. 누구 한명 죽어도 모르는 곳. 나는 가방을 고쳐매곤 차에서 내렸다. 강지환도 캐리어를 끌고 차에서 내렸다. 별장까지 나 있는 조그만 숲길을 따라 강지환과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낙엽이 바스락 거리며 내 발밑에서 부서진다. 조금 걷자 별장에 도착하고 나는 별장문을 열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별장안에 조금 놀랐다. 더불어 벽난로엔, 불까지 지펴져 있었다.
"관리하는 아저씨께, 해달라고했어. 들어가."
내가 놀란걸 알았을까 강지환은 조용히 말하곤 내가 들어가길 기다렸다. 나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별장안으로 들어갔고 강지환도 따라서 들어왔다. 별장안은 아늑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내가 여기오면 머물던 방이 보인다. 방문을 여니 내가 맨 마지막으로 봤던 것이랑 똑같이 되어있었다. 먼지도 한톨 없는 방. 나는 멍-하니 들어가 가방을 벽에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옛날과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문득, 배가 고파짐을 느낀 나는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주방으로 향했다. 강지환은 짐정리를 하고 있는지 거실에 없었다. 쌀을 씻어 밥솥에 얹혀놓고 냉장고에서 당근과 감자, 양파와 쇠고기를 꺼내곤 선반에서 접시와 카레가루를 꺼내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레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가고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밥솥에서 새하얀 쌀밥을 퍼 그릇에 담은다음 카레를 덜어내 그릇에 옮겨담았다. 내 몫과 강지환의 몫을 펀 다음 뚜껑을 닫아 불을 끈 다음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올려놓았다. 때마침 강지환이 편한옷으로 갈아입은다음 부엌으로 오자 나는 숟가락을 강지환의 앞에 내려놓은 다음 나도 자리에 앉아 밥을 한술 떠 먹기 시작했다. 강지환도 아무말도 없이 자리에 앉은다음 내가 해놓은 카레를 먹기 시작했다. 어느새 카레를 다 먹고 강지환은 거실로 나는 부엌에 남아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몇개없는 그릇을 깨끗히 씻은다음 나는 물기를 앞치마에 닦고선 앞치마를 벗어 의자에 걸어두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로 나가자 강지환은 나를 바라보더니 눈짓으로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 눈짓에 나는 반항없이 걸음을 옮겨 강지환의 옆에 앉았다. 강지환의 옆에 앉자마자 강지환이 내 허리를 손으로 휘감더니 내 고개를 돌려 짙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벌어진 내 입안으로 강지환의 혀가 엉켜들고 나는 눈을 꽉 감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이러지만, 강지환과의 키스는 싫다. 몇분 이 지나자 강지환이 입술을 뗐다.
"눈 떠. 박예진."
강지환의 소름끼치는 낮은 목소리가 조용한 거실을 울리고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강지환의 짙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주시하고 있었고 나는 불쾌한 기분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 강지환의 손길에서 벗어나 나는 벌떡 일어났다.
"산..책좀 하고올게."
더듬대듯 뱉어내곤 그대로 별장밖으로 뛰쳐나갔다. 계속 뛰어 절벽 가장자리쯤에 도착하자 나는 숨을 몰아쉬며 멈춰섰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절벽아래는 끝도없이 이어져 있었다. 문득, 생각이났다. 정말, 내가 죽는다면 강지환은 후회는 할까. 나는 피식- 미소지었다. 어차피, 버릴 목숨. 강지환이 후회를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난 그저 이 최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니깐. 다리를 접어 절벽에 피어있는 가녀리고 조그만 민들레를 한송이 꺾었다. 계절에 맞지않게 피어난 민들레. 나는 민들레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른 민들레보다 유독 색이 약하고 조그만게 꼭 나 같았다. 민들레를 바라보던 내 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민들레를 손에 쥔 채로 나는 일어나 빙글 뒤를 돌았다. 내 뒤에는 역시나, 강지환이 서 있었다. 어울리지않게 멍-한 얼굴을 한 채로.
"너, 뭐하는거야 박예진."
강지환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 강지환이 떨어? 하- 설마.
"뭐, 보다시피... 죽을려고."
나는 생긋 미소지었다.
"나, 정말 지쳤어, 지환아. 너의 그 소유욕 날 사랑하지 않으면서 강제로 키스하는거 안으려는거 정말 진절머리나. 우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픽- 매일밤 니 방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도 이젠 지쳤어. 지환아, 한가지만 물을게. 넌 날 사랑했었니?"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가운 바람이 나와 강지환의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강지환의 입에 벙긋거렸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강지환을 바라보며 나는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강지환의 눈이 커지며 강지환도 한걸음 내딛었지만 난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오지마. 오면 어떻게될지 나도 몰라!!!"
강지환이 걸음을 멈췄고 나는 절벽 끝까지 다가갔다. 이제, 뒤로 한걸음만 내밀면... 끝이다. 이 지독한 최악의 세상과는 바이바이다. 영원히. 떨어지기 직전 나는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지환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바람에 의해 내 원피스가 팔락거렸다. 원피스가 한번더 팔락거리는 사이, 내 시야는 어느덧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지환의 찢어질듯한 비명을 들으며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채 눈을 감았다. 감은 내 눈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강지환.
내 옛사랑.
잘있어.
* * * * *
"하, 하, 하..."
어느 정신병원 안. 한 병실안에는 어느 남자가 공허한 웃음을 터뜨린채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다.
"강지환 환자. 아침 드세요."
환자의 정체는 강지환. 예진이 죽은 뒤로 지환은... 한마디로 미쳐버렸다. 자신의 돌이킬수 없는 선택으로 인해 예진을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지환의 손목에 남아있는 희미한 흉터. 칼로 여러번 긁은듯 손목에는 흉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가져가."
"그, 그래도."
"씨발, 가져가라잖아!!!!!"
지환은 히스테릭 하게 소리치곤 병실을 나가버렸다. 뒤에서 간호사의 외침이 들렸지만 지환은 병원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옥상에 도착하고 지환은 난간에 올라섰다. 아찔했다. 박예진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지환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고개를 아래로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꽤 높은 고층건물인 병원. 강지환은 난간에서 발을 떼 허공으로 한발짝 내밀었다. 나머지 발도...
"미..안하다, 박예진. 난, 더이상 살 수 없을것 같아. 미안하다."
아무도 들을수 없는 사과를 한채 강지환은 영원히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첫댓글 끝에 간호사가 좀 뜬금없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내용 흐름은 괜찮았어요!ㅎ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 네 저도 잘 알고 있답니다ㅠㅠ 어쩔수 없었어요 ㅠㅠ 끝맺음을 어떻게 맺어야할지 흐규흐규 더군다나 해피엔딩이 아니라 끝맺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어쩔수없이 저리 애매하게 맺음 지어놨답니다ㅠㅠ 기회가 된다면 저걸 조금 더 다듬어서 새로 내보이고 싶어요 흐규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난 이런 소설 너무 좋더라ㅠㅠㅠㅠ 나 별하나!! 기억하닝 ㅜ^ㅜ? 그때 가상만들엇엇는데!! ㅎㅎ 소유욕소설 및 여주가 버림받거나 불쌍한 소설 짱조아ㅠㅠㅋㅋㅋㅋ; 이거 기다렸는데 마침 지루한 셤공부속에서 이거 발견해서 너무기쁘당 ㅎㅎ재밌게읽엇어, 추천!
♥ 음 급하게 결말 수정했어 ㅋㅋㅋ 응 당근 기억나지!!! 닉네임 고친거야?? 그럼 가인이라구 부를게>_<!! 아 부족한거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ㅠㅠ 추천땡큐!
슬픈 사랑이네요ㅠㅠ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으흠,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재밌다니 다행다행 ㅎ_ㅎ
하 소유욕 이란 -3- 그 중간중간에 예진이를 예지라고 되있넵 ㅋㅋ 무튼 잘봤어 누나! 추천!
♥ 달이 댓글보고 급하게 이름 후다닥 고쳤음 ㅋㅋㅋㅋㅋㅋ 추천땡큐!
간호사가 뜬금없긴하네요 ㅋㅋㅋ 잘보고 갑니다
♥ 얼레얼레얼레 간호사 엔딩 이상해서 지워버렸는데;;;; 음, 남아있었나요;;
아 헐...둘다 죽어버렸어 ㅊㅊ!!
♥ 응, 어이없는거 알아 ㅠㅠ 헐 이란 말 나오는것도 무리가 아니지 ㅠㅠ 추천땡큐!
괜찮았어요!! 두 사람이 그렇게된거는 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역시 로맨스 고양이님이라는 생각이들었어요!! 업쪽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 흠 그렇게 띄워주시면 부끄부끄한데ㅋㅋㅋ감사드려요!!
괜찮았어요!! 두 사람이 그렇게된거는 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역시 로맨스 고양이님이라는 생각이들었어요!! 업쪽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 위에거랑 중복입니다!!
잘읽었어요...!
♥ 감사드려요^ ^
유후우, 지환이는 예진이를 사랑했던거겠지? 그래서 정신병원으로 간 거겠지?ㅋㅋㅋ 여튼 푸욱 빠져서 봤엉!
잘보구 가께~ㅎㅎ
♥ 흠 나도 사실잘 몰라ㅠㅠ;;암튼 재밌게봤다니 다행이다ㅎㅎㅎㅎ봐줘서 땡큐!!
재미있었어요ㅎㅎ 추천이요~~
♥ 옷 추천 감사드려요~^ ^
아련아련 하네요..ㅠㅠㅠㅠ지환이랑 예진이랑 잘됐으면 더 좋았겠는데...ㅋㅋㅋㅋ추천 누르고 가요.
♥ 흠 아련아련한가요ㅋㅋ이건 음 해피엔딩으로 맺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구요ㅎㅎ그래서 결국 이런 엔딩을;;추천 감사드려요!
흑ㅜㅜ 슬프네요ㅜㅜ
♥ 네 슬픈이야기죠ㅠㅠ
흐흐흐.... 역시 마지막은 자살로 끝나야지 재밌어욤!!ㅋㅋㅋ(나 뭐래용,,ㅋㅋㅋㅋㅋ) 아아 완전 아려아련 슬프다...ㅋㅋㅋ 나 이렇게 집중해본적 ㅊ음..ㅋㅋ 추천!!ㅋㅋ
♥ 푸핫ㅋㅋㅋ오즐이 댓글보고 뿜었어ㅋㅋ나도 결말은 둘다자살로 딱 결론지어놓고 썼어ㅋㅋㅋㅋㅋ나도 이런이야기 결말은 자살이 캡짱임ㅋㅋㅋ추천땡큐!
삭제된 댓글 입니다.
♥ 네 예진이를 좀 슬프게만드는거에 염두를 두고 썼어요 새드를 싫어하시는구나;; 흠 기회가된다면 해피로 리메이크해봐야겠어요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조금 씁쓸하기도 하네요;;다 제가 못난탓이라ㅠㅠ다음번엔 좀더 완성작높은 작품을 들고오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로이 글 잘쓰네ㅠㅠㅠㅠ잘 읽었어!
♥ 고마움에 몸둘바를 모르겠어..// _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한 번 계획해볼까 생각중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쪽지보고 완-전 깜놀깜놀;; 비밀연애 업쪽 조만간 풀로 보내드릴게요^ㅇ^
저런사랑해밧면조켓네요 ㅠㅠ
♥ 저는 음... 소유욕은 그렇게 제가 원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ㅋㅋㅋ 꼴리는여신님은 저런 사랑을 하고싶으신가봐요 ㅎ_ㅎ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엇갈린 사랑..안타깝네요 ㅠ ㅎ여튼 잘 읽구 갑니다^^
아 이걸 아직까지 읽어주신분이 계셨다니..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헐. 슬픈 사랑이야기군요.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내용이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하하하하하하 과찬이에요...ㅠㅠ;; 이건.. 음.. 야심차게 기획한건데 마무리를 잘 못지어가지구...ㅠㅠ;; 감사드려요!
아...불쌍해..지환이도 예진이도...둘이 잘 될 수는 없었던 걸까
아.... 원래 엔딩이 새드라서...하하 요즘들어 이거 많이 읽어주시네요;; 완전깜놀;;
잘보고가용ㅎㅎ
아 헐ㅋㅋㅋㅋㅋ이거 진짜 옛날에 쓴건데;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