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VCR0MllrO-4
어떤 노래는 사람을 과거로 데려간다.
첫 소절이 흐르는 순간 오래 잊고 지냈던 사람 하나가 마음속에서 걸어 나온다.
함께 걷던 골목길이 떠오르고, 오래전 나누었던 말 한마디가 문득 귓가에 되살아난다.
칼라 보노프가 부른 'The Water Is Wide'가 그런 노래다.
이 노래는 17세기 영국과 스코틀랜드 민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내 마음을 가장 오래 붙잡은 것은 칼라 보노프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 노래를 거의 속삭이듯 부른다.
사랑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
오래된 민요일수록 말이 없다.
절규하지 않고, 꾸미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노래는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곁에 앉아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놓는 사람 같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건너야 할 바다는 너무도 넓고 깊어, 나는 건널 수 없네. 날아갈 날개조차 없네."
곧이어 이어지는 한 구절이 이 노래의 심장이다.
"두 사람이 함께 탈 수 있는 작은 배를 만들어다오. 그러면 내 사랑과 함께 노를 저어 건너리."
사랑은 혼자 헤엄쳐 건너는 용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노를 젓는 항해다. 젊은 날에는 이 노래가 그저 슬픈 사랑 노래처럼 들렸다.
건너야 할 바다가 너무 넓다는 사실만 마음에 남았다. 언젠가 사랑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노래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 전혀 다르게 들린다.
이제는 바다보다 함께 배를 탔던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건넌 바다는 잊었지만, 함께 노를 저었던 사람들은 잊히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벗과 연인, 그리고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노를 저었던 시간들이 하나둘 내 기억 속에서 걸어 나온다.
어떤 배는 먼 항구까지 함께 갔고, 어떤 배는 중도에서 멈춰서야했다.
이유도 모른 채 헤어진 사람도 있었고, 뜨겁게 사랑했지만 끝내 같은 속도로 노를
저어갈 수 없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때는 모든 이별이 실패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그 관계들조차 강물 위에 잠시 반짝이던 윤슬이었다.
윤슬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짧게 빛났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노래는 이런 구절도 품고 있다. "사랑은 처음엔 곱고 아름답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차갑게 식어 아침 이슬처럼 사라지곤 하네."
젊은 날에는 이 대목이 서글프게 생각됐다.
이제는 다르게 들린다. 꽃은 오래 피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 노래에는 울부짖음이 없다. 원망도 없다.
그저 조용한 목소리로 사랑이 흘러간 자리를 노래할 뿐이다.
노래가 끝나도 한동안 마음속에서는 노 젓는 소리만 잔잔히 들린다.
돌아보면 내 삶도 그랬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멀리 갔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노를 저었느냐로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이렇게 멋진 🎵 노래를
올려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지맨장호열님.
좋은 밤 되세요...
빌보드 싱글 차트 TOP 10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둔 칼라보노프.
탁월한 작곡가로 린다 론스테드, 잭슨 브라운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1970 ~80년대 황금기를 이끌었다고 하지요. ^^*
맞는 말씀입니다.
뛰어난 아티스트입니다.
감사합니다. 수피님.
아름다운 발라드 곡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칼라 보노프"(Karla Bonoff)의 '바다는 너무 넓어'...
칼라 보노프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작곡가로 데뷔했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는군요.
그녀의 애잔한 노래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