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차를 타고 안양 방면으로 6㎞쯤 달리자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인 대규모 택지지구가 눈에 들어온다. 광명시 일직·소하동, 안양시 석수동 일대(195만7000㎡)에 조성되는 경기도 광명역세권지구다. KTX 광명역을 중심으로 개발 중인 광명역세권에는 아파트 등 9014가구가 들어선다.
2003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뒤 2007년 첫 삽을 떴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2012년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가 입점을 결정하고 대형 쇼핑몰 코스트코가 개장하자 개발이 다시 속도를 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등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곳엔 분양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전매제한이 풀리는 단지가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이어서다. 다음달 말 광명역 푸르지오를 시작으로 11월 초 광명역 파크자이, 12월 초 호반베르디움 등 3000여 가구가 시장에 나온다. 광명역세권지구는 수도권 공공택지로 민영아파트의 경우 1년간 전매제한이 적용된다.
이들 단지는 청약 당시 인기가 높았다. 최고 3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광명역 파크자이를 비롯해 신규 분양 단지들이 좋은 청약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2월 나온 광명역 호반베르디움도 평균 8.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벌써 아파트 분양권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광명역 푸르지오와 호반베르디움 분양권엔 이미 4000만~6000만원가량 웃돈이 형성돼 있다. 광명역 파크자이 분양권엔 이보다 웃돈이 좀 더 붙어 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아직 계약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합법적으로 사고팔 수는 없지만, 공원 조망이 가능한 파크자이 로열층의 경우 웃돈이 8000만원까지 붙었다"라며 "근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매물 자체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명역세권에서 인접해 있는 아파트도 몸값이 뛴다. 광명역세권 휴먼시아 3단지 84㎡(이하 전용면적)형은 4억7000만~5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74㎡형은 4억5000만~4억7000만원 선이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수요가 꾸준해 시장 분위기는 좋다"며 "다만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서 매수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 오는 11월 전매제한이 풀리는 경기도 광명역세권지구 광명역 파크자이 공사 현장.
웃돈 상승 기대감에 매물 많지 않아
이 지역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교통·입지여건 때문이다. KTX 광명역이 코 앞에 있어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이용도 편리하다. 안산시에서 광명을 지나 서울역으로 가는 복선전철 신안산선이 2017년 착공할 예정이다. 이케아·코스트코·롯데프리미엄아울렛 등 편의시설도 넉넉하다. 주변에 개발 호재가 풍부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이 오는 11월 광명역세권 3블록에서 광명역 파크자이 2차 물량을 내놓는다. 일반 아파트(59~115㎡형 1005가구)와 오피스텔(432실)이 섞여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요즘 광명역세권의 시장 분위기가 좋은 만큼 1차 때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명시 일직동 K공인 관계자는 "파크자이 2차가 분양되는 시점에는 기존 아파트 분양권에 붙은 웃돈이 더 뛸 수 있다"며 "실제로 투자자들이 이런 점을 고려해 문의해 온다"고 설명했다.
분양권을 매입할 경우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무리한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 적지 않은 웃돈을 내야 해 신규 분양 단지보다 가격 부담이 크다.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웃돈이 추가로 붙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투자 용도보다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 목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