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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
1
“글쎄 저 아이가 말이에요.”
“어쩜 그럴 수가 있대요? 그래놓고 표정 하나 안 바뀌는 거 봐요.”
“내 동생만 불쌍하지. 어쩌다 저런 자식 놈을 낳아서.”
그래, 마음껏 지껄여라. 허영과 위선에 가득 차서 정작 아무것도 보지 않는 당신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아마도 이 세상 그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난 다 알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결단코 후회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했어, 난 참 잘한 거야. 어차피 외로웠잖아. 그 전과 다르게 사람들이 날 보는 눈초리가 차가워졌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어. 아니, 오히려 날 불쌍하게 쳐다봤던 그 눈빛들 보다야 지금의 경멸하는 눈빛들이 차라리 나은 것 같네.
“야 이 불효막심한 놈아. 네가 뭔데 우리 미영이를 그렇게 보내!”
“…….”
“네가 뭔데 맘대로 그딴 짓을 하냐고! 흐윽.”
“이거 놓으시죠, 이모님.”
우악스럽게 나의 멱살을 잡고 늘어졌던 여자의 손을 떼어내자, 마치 나를 처음 보는 사람 마냥 쳐다보는 여자. 조용했던 덕분에 장례식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모두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해 하는 눈초리. ‘그래, 이 자식아. 어디 한번 변명이라도 해봐.’ 라는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는 사람들. 이상하다.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까. 피식, 한쪽 입 꼬리를 끌어올려서 웃는 내 모습을 보자 질렸다는 듯 이모가 뒷걸음질을 친다. 무엇인가가 생각날 것 같은데. 왠지 어디서 본 것만 같다, 이 모습. 언제였지? 아, 그래 맞다. 며칠 전에 집에서 방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를 본 적이 있었다. 어디선가 조그마한 과자 부스러기를 발견했는지 뒤뚱뒤뚱 기어가기에 들고 있던 책을 길 앞에 세우자 책에 가볍게 콩 부딪히더니 뒷걸음질을 쳤었다. 슬금슬금. 그리고 바보같이 다시 앞으로 왔다가 콩 부딪히고 다시 뒷걸음질. 그나저나 이모의 모습을 보고 개미를 떠올리다니.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너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니?”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던 노래에요.”
“그래서, 그걸 아는 새끼가 그런 끔찍한 짓을 해?”
내 앞에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 꼭 안아주던 한 여자가 악에 바쳐 소리를 지르지만 나의 시선은 그녀를 스쳐서 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하얀 벽이 돌출되면서 빙글빙글 천천히 돌고 있다. 그리고 소용돌이를 치며 불쑥 솟아나온다. 아, 익숙한 실루엣. 까칠한 입술을 간신히 벌리고 그리운 단어를 입에 올린다.
“엄마.”
엄마는 항상 이 노래를 부르셨다. 아침에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면서도,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빨래를 하면서도, 그리고 밤에 자려고 자리에 누우셔서도 낮은 허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셨다. 그 음성은 꽤나 감미로워서 나는 어려서부터 조용히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물론 이제는, 아니 거의 2년 전부터는 들을 수가 없었지만. 아직도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귓가에서 엄마가 낮게 허밍을 하는 듯한 소리가 웅웅 거렸다.
“엄마는 이제 행복하실 거예요.”
“뭐라고?”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얼마나 죽고 싶으셨을까.
“이제 자유로워 지셨으니까. 분명히.”
분명히. 행복하실 거다. 이제는.
2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겨울 방학 중이었지만 학교에 보충수업을 가야 했기 때문에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춰놨었다. 알람이 2번 정도 울리고 난 후에야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부엌으로 가니 역시나 막 잠에서 깬 눈을 하고 토스트를 만들고 계시는 엄마가 보였다. 짧게 여-라며 남자 아이들이 하는 것 같은 인사를 하시고는 다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냉장고에서 잼을 꺼내신다.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하암. 새벽 3시였나?”
“아, 나 2시까지는 깨어 있었는데.”
“나 오니까 쿨쿨 잘만 자고 있던데, 아들.”
“왜 그렇게 늦게 다녀.”
“일이 많아서 그렇지. 나도 그렇게 길어질지는 몰랐어.”
하얀 우유를 유리컵 가득 채운 후 우유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식탁으로 돌아오자 엄마는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빵을 그릇에 담아 내 앞에 놓아주시고는 웬 서류뭉치를 들고 건너편에 앉으신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들어오는 일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엄마의 경우에는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도대체가 일주일에 3번은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시니 만성피로 같은 불치병에 걸리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내가 입버릇처럼 말한다. 엄마는 항상 예의 상큼한 미소를 보내시며 “나는 무쇠팔, 무쇠다리니까 괜찮아 아들.”이라고 받아 넘기시지만. 아침을 먹고 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신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으셨다. 내려가서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지각을 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고 중얼거리며 그렇게 학교를 갔다. 그리고 그 날 아침 내렸던 나의 이기적인 결정은 그 뒤로 나를 내내 괴롭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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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장학금 탔다. 사실 2학기 때 전공과목이 너무 어려워서 못 받을 줄 알았어. 근데 다행히도 받은 거 있지? 아, 그리고 어제 눈이 엄청 많이 왔었잖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 하다가 엄마한테 들리려고 했는데 눈이 내 무릎까지 쌓여 버린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도서관에 있는 남학생휴게실에서 자버렸어. 기숙사까지 가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 거야. 어제 내가 안 와서 밤에 쓸쓸했지? 아니라고? 에이, 그렇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쌕쌕.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삑삑. 규칙적인 기계음이 들려온다. 엄마는 아주 안정적인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이다. 어떠한 움직임도 반응도 없으시지만 저 규칙적인 소리들은 엄마가 행복한 꿈에 빠져계시는 거라고 나에게 습관처럼 알려주고 있다. 2년 동안 지겹게 들어오고 있는 소리였고 조금의 변화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감사하다고 여기고 있다. 저 소리들은 내게 말해주고 있으니까. 아직 희망이 있는 거라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수건을 물에 적셔서 엄마의 얼굴을 닦아주고, 그 사이 자라버린 손톱과 발톱을 잘라 드렸다. 계속 한쪽으로 누워 있으면 엉덩이가 무를 수도 있어서 엄마가 누운 자세를 이리 저리 바꿔주기도 한다. 사고가 있고 나서 한동안은 밤에 자리에 눕기만 하면 엄마가 겪었다는 사고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나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인데도 그 아수라장이 선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엄마가 느꼈을 공포를 함께 느끼며 소스라치며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꿈은 어느새 꾸지 않게 되었고 한동안은 예전의 엄마가 꿈속에서 보였다. 여느 때처럼 장난 치고, 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나와 티격태격 다투는 엄마가 밤마다 나에게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행여나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나 않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 꿈이었구나.”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이상했다.
“엄마 그런데 말이야. 어제 꿈에서 왜 울고 있었어? 날 보더니 막 서럽게 울었잖아. 내가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주고 말이야. 다음에는 울지 말고 왜 힘든 건지 말을 해줘. 알겠지? 엄마가 말을 해줘야 내가 해줄 수가 있잖아. 아니면 꿈속에서 하기가 귀찮으면 지금 해도 돼. 지금 눈 뜨고 나한테 웃으면서 말을 해. 우리 아들, 엄마 늦잠 잤어, 라고 말하면서 웃어줘. 엄마가 일어나면 나 맨 먼저 그 말 해줄 거야.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 날 아침에 해줬어야 되는데.”
아,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눈에 눈물이 그득해져 버린다. 서둘러 손을 들어 슥슥 눈을 문질렀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 오는 것이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막 밤10시를 지나고 있다. 오늘은 그냥 병원에서 자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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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흐읍.”
“엄마? 엄마, 엄마 왜 울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많이 본 뒷모습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어깨가 심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울고 있는 것이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서둘러 다가갔다. 꿈속이라 그런 건지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엄마, 말을 해줘. 왜 울어. 왜 그러는 거야.”
“아들.”
“응, 그래. 아들 여기 있어. 왜 울어.”
“나 너무 힘들어. 답답해. 나가고 싶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엄마, 그럼 나랑 나가자.”
엄마의 손을 붙잡고 내가 걸어 온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엄마가 손을 빼내는 것이 느껴졌다. 의아한 표정으로 엄마를 돌아보자 나를 보면서 고개를 저으며 “그쪽은 못 가. 가면 안 돼.”라고 중얼 거리는 엄마가 보인다. 그리고는 내가 걸어왔던 반대 방향을 향해서 몸을 돌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쪽으로 가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엄마가 저쪽으로 가버리면 왠지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엄마의 팔을 잡아챘다.
“엄마 그쪽으로 가지 마. 나랑 저쪽으로 가자.”
“아들, 그쪽으로는 내가 갈 수가 없어. 나는 이쪽으로만 갈 수 있대.”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내가 같이 가줄게.”
“싫어. 아들은 여기 남아 있어. 엄마 혼자 갈게.”
“싫어. 이제 엄마 혼자 가지 마. 나랑 같이 가자.”
“나 보내줘. 너무 답답하고, 괴로워. 아들 나 잡지 마. 나 그냥 놓아줘.”
한참을 엄마와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엄마의 고집은 완고했다. 그래도 나는 손에 잡은 그녀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진정됐던 엄마가 다시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너무 힘들다, 괴롭다, 외롭다, 아프다. 그리고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느새 그녀의 팔을 놓아버렸고, 그녀는 눈물이 번져있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이라고.
3
“형법 250조에 의거 존속 살인죄에 해당하므로, 피고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다.”
탕탕탕-
단번에 판결이 내려진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결론이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괴롭거나 슬프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 뒤에서 뒤틀린 웃음을 베어 물고 있을 이모부와 이모를 떠올리니 안타까울 정도랄까. 경찰 두 명이 내게 다가와 각각 내 팔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으킨다.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 의해 ‘호송.’이 되고 있다. 철창살이 쳐져 있는 버스에 오르자 나 말고도 교도소로 향하는 죄수들이 몇 명 보인다. 그들 중 몇 명이 내가 버스에 오르자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분명 부모를 죽인 불효자식이래, 라는 식의 말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내가 내 어미에게 한 짓이 단순한 살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괜찮다. 엄마만 행복하다면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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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을 고민했다. 엄마가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하신 것이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고민을 했다. 설마, 설마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떨쳐내기를 수 십 번. 친구 녀석이 작은 갤러리에서 동아리 친구들과 작품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얼굴이라도 비출 생각으로 그 곳을 찾았다.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식으로 전시회를 여는 동아리라고 했었다. 가서 친구에게 얼굴 도장이나 찍고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갤러리에 들어선 순간 전시회의 주제가 눈에 들어왔고, 나는 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미술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갸웃 거렸고, 도저히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전시회 한쪽에 있는 작은 그림이 눈에 들어 온 것은. 제목은 ‘죽음, 그 후.’ 사람의 영혼이 죽은 후에 하늘로 가는 것을 표현한 그림 같았다. 그리고 내 눈은 그림 속 영혼의 표정에 집중되었다.
“자유.”
그 모습을 누군가가 봤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한순간 나의 눈이 뭔지 모를 거에 번득인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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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들이 오늘은 술을 좀 마셨어요. 그런데 혼내지는 마세요. 왜냐하면 말이죠, 오늘 엄마한테 선물을 주려고 그러거든요. 잠깐만요, 아무도 방해 못하게 문을 잠가야겠어요.”
찰칵, 하는 쇳소리와 함께 방 안은 완벽한 정적에 사로 잡혔다. 엄마가 계신 병실은 2인실 이었고, 며칠 전 옆의 사람은 갑작스런 발작으로 수술실로 갔다가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두 명이 쓰는 병실은 현재 엄마만의 병실이 되어 있었다. 제정신으로는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른 저녁부터 술을 마셨지만, 오히려 정신이 더욱 또렷한 것만 같았다. 온 몸의 신경이 죄다 곤두 서 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옷마저도 따끔따끔하게 느껴졌다. 거칠게 윗옷을 바닥에 내려놓고 엄마의 옆으로 다가갔다. 오늘도 여전히 규칙적이 소리들이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과정들은 순식간이었다. 아니, 과정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었다. 나는 그냥 손을 뻗었고, 뻗은 손은 떨리지도 않았다. 마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서 마스크를 벗겨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엄마의 생명줄을 들어 올렸다. 몇 초 되지 않아 규칙적이었던 삐- 소리가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간호사와 의사가 문 밖에 보였다. 문을 두드리며 얼른 열라고 소리를 쳤지만 나는 그들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열쇠 가지고 와!” 의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스럽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엄마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아.”
여전히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평온해지실 것이다.
“엄마, 이제 편히 쉬어요. 자유롭게 이곳저곳 다녀보면서 그렇게 지내세요. 2년 동안이나 엄마 붙잡고 있던 거 미안해요. 내 욕심 이었어요. 있지, 다음 주에는 MT를 가요. 나 지금까지 한 번도 MT 안 갔거든요. 알잖아, 엄마도. 주말에는 엄마랑 지내고 싶어서 나 대학 입학하고 나서 한 번도 MT 안 간 거. 그런데 이번엔 갈 수 있을지도. 엄마 편하게 해드리고, 그리고…. 아, 왜 목이 메이냐. 바보 같이. 어쨌든 나 걱정 말고. 잘 가요.”
삐- 자유를 자축하는 기계 소리가 조용한 병실을 일정하게 가르고 지나간다. 나는 허리를 굽혔다. 메마른 입술을 엄마의 입술에 살짝 가져다 댔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자유로워진 엄마를 축하하는 눈물이 흘렀다.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엄마의 얼굴에 떨어져서는 그녀의 얼굴을 따라 흘러 내렸다. 꼭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이 보이네, 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과 동시에 내 몸이 크게 뒤로 넘어졌다. 하얀 가운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저 사람들이 조용하지는 못 할망정 소란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부산한 몸짓을 보며 나는 눈을 감는다. 그렇게 잠이 들면 행복한 엄마를 만날 것만 같아서 나는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눈을 감는다. 감겨진 눈에서 또르르 마지막 눈물이 흘러내린다.
첫댓글 저는 주인공의 행동도 이모의 행동도 이해해요. 엄마는 아들에게 집이 되기 싫었을 거예요.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기 전에 가족들과 상의해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ㅎㅎ 아들입장에서 써내려가서 아들의생각만 나타나서,,ㅎ 엄마도 이모도 슬픈걸거에요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