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논쟁을 일으킨 이른바 '뉴라이트 사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29일 "지금 대통령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은 헌법 바깥에 있는, 보수 일각의 극단적인 사람들의 견해"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교양의 공백상태인데, 거기에다 뉴라이트로 채워버리고 있다"고 직격했다. 진 교수는 정부의 홍 장군 흉상 이전과 광주 정율성 공원 사업 백지화 등에 대해 "독립운동사 자체를 아예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1945~1950년 사이 해방 전후사로 돌아가 이념의 판타지들을 펼치고 있다. 이분들 굉장히 한가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도 "윤 대통령이 뒤늦게 뉴라이트 의식의 세례를 받은 것 같다"고 직격했다. 유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나름대로 잘하려고 하는데 지지도가 안 오르자 '세상이 나를 안 알아줘, 날 지지하지 않는 놈들은 반국가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래 좀 늦깎이 뭐가 되면 더 열정적이다. 윤 대통령도 지금 이게 뉴라이트 늦바람이 분 것 같다"고 말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서도 "홍 장군을 왜 건드리는지,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역사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역사라는 건 정말 객관적 사실이나 허물이 드러날 경우에만 손을 댈 수 있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함부로 손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내가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뉴라이트 이념에 너무 경도되어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동력이라는 것은 유한하고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이건 보수진영의 보편적인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그저 일부의 뉴라이트적인 사관에 따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윤 대통령은 직접 국민의힘 연찬회를 찾아 사실상 '이념전'을 치를 것을 예고했고, 국방부도 홍 장군 흉상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정면 돌파를 택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 운동 핵심 세력들을 속속 요직에 중용할 때부터 이러한 역사관 논쟁은 예견돼 있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대북 강경파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과거 뉴라이트 학자들의 싱크탱크인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 역사단체 '교과서포럼'에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보다 앞서 임명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한오섭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모두 뉴라이트 성향 단체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