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고나마다 사정이 다른데 무조건 '연중무휴'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정부가 서울 시내 국립박물관.미술관 5곳을 휴일 없이 열기도 한 뒤
박물관 학예직을 만나면 이런 불만을 자주 듣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대한미국역사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이르면 9월 중순부터 휴일없이 문을 연다.
휴일 개장에 필요한 인건비, 운영비 25억원은 추경에서 확보했다.
관람객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중앙박물관은 매주 월요일에, 민속박물관은 화요일마다 문을 닫았는데
이제 휴관일 따져보는 수고로움 없이 언제든 전시를 볼 수 있게 됐다.
인력 167명이 추가 고용되고 고나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밑바닥 학예직일수록 부글부글 끓는다.
쉬는 날을 빼앗긴 것에 대한 단순한 불평일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관람객 이방에선 쉬는 날이지만 사실 박물관 업무의 많은 부분이 휴관일에 이뤄진다.
전시 유물 교체나 특별전 진열, 촬영, 안전 점검, 보수 공사 등이 그것이다.
원래 '휴관일 없는 박물관'은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구상이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처럼 우리 중앙박물관도
정기 휴관일 없이 운영할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한 나라의 얼굴인 중앙박물관은 늘 열려 있어야 한다.
전시품 교체가필요할 땐 해당 전시실만 닫아놓고 작업을 하면 된다'
실제로 해외 유명 박물관을 둘러보다가 '전시품 교체로 OO까지 문을 닫습니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일부 전시실만 닫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05년 경북궁에서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 후 관람객 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 연간 350만명이 찾는다.
연면적 13만8135m2, 소장유물 38만여점으로 규모나 관람객 수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이다.
상설전시관만 해도 전시실이 50개다.
일부를 닫아도 나머지 전시실을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 이 관장의 구상을 들은 문체부가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며 '다른 기관도 확대하라'고 해 일이 커졌다.
올해 시내 기관을 시범 운영한 뒤 전국 문체부 소속 기관으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중앙박물관을 제외한 나머지 박물관은 전시실이 2~5개 정도다.
일부를 닫으면 전부 닫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부분 유물이 진열장에 들어가 있는 박물관과 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작품 대부분이 외부에 노출돼 있어
교체 작업도 간단치 않다.
결국 무리한 밤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작품 파손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공사 소음 등으로 쾌적한 관람 환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앙박물관 네에서조차 '왜 무리해서 확대하는 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휴일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하나면 충분하다.
일자리 확대도 증요하지만 박물관은 그런 목적으로 활용할 대상이 아니다. 허윤희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