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눈 무게 못이겨 주저앉은 장작집 지붕
2024년 甲辰年 1월 29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섣달 열아흐렛날
한파가 또 몰려왔다. 어제 하루 잠시 멈칫 하더니
오늘 이른 아침 기온이 다시 곤두박질 영하 18도,
한겨울이니까 그렇기도 하겠구나 하는 수밖에...
그래도 한낮에는 영상에 가깝게 기온이 올라간다.
그만큼 일교차가 심한 요즘 산골의 겨울 날씨이다.
어찌되었거나 어언 1월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앞으로는 그렇게 심한 한파는 그리 많지않겠지?
올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고 뒤늦게 한파도 심하다.
그러다보니 땔감용 장작을 꽤 많이 소비하고 있다.
난롯불은 주로 아침과 저녁으로 지피는데 날씨가
추워서 오래, 많이 장작을 땠기 때문이다.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한 것이기에 아깝다는 것은
아니다. 장작이 줄어가는 것은 그만큼 겨울이 많이
깊어가고, 많이 지나가고 있으며,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는 흔적이다. 그런데 바깥 장작집 지붕이 자주,
많이 내린 눈의 무게를 못이기고 주저앉아 버렸다.
나름 견고하게, 튼튼하게 짓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는 것 같다. 사실 허술하긴 했다. 온갖
것을 가져다 재활용을 하여 지었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장작집이라고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지은 촌부의 생각이 짧았던 것, 아무래도
봄이 오면 제대로 번듯하게 새로 지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너무 한가롭게, 너무 여유롭게, 너무 게으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다가 완전 게으름뱅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없다. 한겨울에는 체력을 보충하면서
지내야 하는 것인데 사방 눈으로 뒤덮혀서 운동을
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저런 핑계삼아 푹 쉬고있다.
집에서는 난로에 장작을 가득 넣어 불을 지펴놓고
불멍한답시고 멍하니 앉아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카페에 내려가면 곧장 이서방이 지펴놓은 벽난로
불앞에서 또 불멍이다. 오나가나 불멍이라고 할까?
이렇게 남다른 쉼을 할 수 있는 것은 산골살이에서
누리게 되는 촌부만의 특혜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하지만 산골 아낙들은 다르다. 엊그제부터 겨울날
소중한 시간의 문화생활이라 할까, 취미활동이라고
할까? 청바지클럽 아낙네들을 위해 처제가 퀼트를
가르쳐 준다며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겨울날의 한가로운 시간을 이렇게 값진
활동으로 채우려는 그 열성과 의지가 감동적이다.
그제는 모두 모였는데 어제는 승현 엄마가 바빠서
못왔단다. 이제 다들 노안이 왔다며 돋보기를 쓰고
자그마한 바늘에 실을 꿰어 한땀 한땀 바늘질 하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 보이고 참 아름다워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내는 틈만나면 거실에 앉아서
멸치를 다듬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멸치똥 뺀다는
그 일을 하고 있다. 아내는 멸치를 꼭 촌부의 고향
남해에서 택배로 시킨다. 이번에 주문을 한 멸치는
국물용 대멸치이다. 흔히들 다시 멸치라고 하는데
다시는 일본말이기에 사용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찌되었거나 멸치는 청정해역 남해산이 좋다면서
줄곧 남해에서 시켜 먹는 아내이다. 어느해 촌부의
고향 친구인 트롯가수 하동근 엄마의 소개로 남해
멸치를 시켜 먹기 시작했는데 장에서 사는 것과는
품질은 물론 가격과 양, 맛까지 비교가 안될 만큼
남해산이 우수하고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단다.
한번 단골이 되면 주구장창 고집스레 충성스러운
소비자가 되어주는 아내의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리는 품질이 우수한 것을 얻게 되고
파는 분의 입장에서는 단골고객이라 좋은 것이다.
서로 믿음으로 신뢰하며 상부상조하면 좋은 것...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정말 눈이 많이도 왔더군요.
불멍 하시면서 행복 많이 누리세요~
감사합니다.^^
마냥 여유를 부리며
많이 게으른 촌부가 되고 있습니다.ㅎ~
인사도 못 드리고 왔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제가 죄송하죠.
하필이면 그날 늦잠을 자서...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자료에 잠시머물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멸치똥 빼기는 한가할때
한거번에 해놓으면
먹을때마다 안해도 되니
편리합니다...
옆지기님이 지혜롭고
현명한 아낙네 시네요..^^
내년봄...새로운 장작집을
지으시고...더 많이 장작 쌓으시면..더 뿌듯하겠지요.....^^^
오늘도 행복하시길요...^^
고향 남해에서
한 박스를 샀는데
그걸 이틀만에 해치웠다네요.
잠시 해봤는데 쉽잖더군요.ㅎ~
장작집을 너무 허술하게
대충 지었던 것 같습니다.
오는 봄에 제대로 지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나
폭설이 사고를 냈군요
그래도 장작지붕이어서 다행이네요..
불멍~~ 언제 해봤나 모르겠네요
즐기시며 사는 모습 부럽습니다
장작집을 허술하게
대충 지은 것이 원인이죠.
제대로 지어야겠습니다.
불멍은 거의 매일 합니다.
겨울철이라 난롯불을 매일 지피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