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生夢死(취생몽사)ㅡ 醉生夢死嘆(취생몽사탄)
邪誕妖異之說競起(사탄요이지설경기),
간사하고 허탄하고 요망하고 괴이한 주장이 앞다투어 일어나
塗生民之耳目(도생민지이목),
사람들의 귀와 눈을 가리고
溺天下於汚濁(익천하어오탁).
천하를 더럽고 탁한 데로 빠뜨린다.
雖高才明智(수고재명지),
비록 재주가 높고 지혜가 밝아도
膠於見聞(교어견문),
보고 들은 것에 얽매여
醉生夢死(취생몽사),
취해 살다가 꿈속에서 죽으면서도
不自覺也(불자각야)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 정자(程子) '염락관민서(濂洛關閩書)'.
醉生夢死(취생몽사),恆言也(항언야),
實至言也(실지언야)。
취생몽사란 말은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지만
사실은 지극히 심오한 말이다.
世人大約貧賤(세인대약빈천)、富貴二種(부귀이종):
貧賤者(빈천자),
固朝忙夕忙以營衣食(고조망석망이영의식),
富貴者(부귀자),
亦朝忙夕忙以享欲樂(역조망석망이향욕낙),
受用不同(수용부동),其忙一也(기망일야)。
세상에는 대체로 빈천하고 부유한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빈천한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둥지둥 의식을 걱정하기에 바쁘고,
부귀한 사람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락慾樂을 누리기에 바쁘니,
수용하는 것은 같지 않으나,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忙至死而後已(망지사이후이),而心未已也(이심미이야)。
그러나, 바쁜 몸은 죽고 나면 그만이지만
분주한 마음은 끝나지 않으니
齎此心以往(재차심이왕),而復生(이부생),
而復忙(이부망),而復死(이부사),死生生死(사생생사),
昏昏蒙蒙(혼혼몽몽),如醉如夢(여취여몽),
經百千劫(경백천겁),曾無了期(증무요기)。
그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가서 다시 태어나며,
다시 바쁘다가 다시 죽으니,
죽고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고 죽도록
정신이 아득하고 혼미한 것이 마치 술에 취한 듯
꿈을 꾸는 듯하여
백겁百劫 천생千生을 지낼지라도 벗어날 기약이 없다.
朗然獨醒(낭연독성),大丈夫當如是矣(대장부당여시의)!
아 , 여기에서 洞然(통연)히 깨어나는자는 누구인가?
대장부라야 가능한 일이로다.
- 雲棲袾宏 蓮池大師 운서주굉 연지대사
醉生夢死嘆 (十五歲作)
취생몽사탄
受命當年得其秀(수명당년득기수)
태어날 때 훌륭한 자질을 부여받고
形肖上下人其名(형초상하인기명)
서서 걷는 동물이라 이름하여 인간인데
一箇靈臺主萬善(일개영대주만선)
온갖 선을 주재하는 그 마음이 영대라
妙用觸處知虛靈(묘용촉처지허령)
접하는 일일마다 무불통지 묘한 작용
通神知化立人極(통신지화립인극)
사물의 신묘 변화 알아서 무상(無上)한 도를 세우고
踐形然後能順寧(천형연후능순녕)
천품 자질 구현해야 삶과 죽음 편안한 법
* 孟子曰 形色은 天性也니 惟聖人然後에 可以踐形이니라.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형체(形體)와 용모(容貌)는 천성(天性)이니,
오직 성인(聖人)인 뒤에야 타고난 형체를 실천할 수 있다.”
如何放倒一種人(여하방도일종인)
그런데 별난 사람 어찌 이걸 팽개치고
迷老醉夢終不醒(미로취몽종불성)
취중 꿈속 늙어가 끝내 아니 깨어나나
朝晝所爲致牿亡(조주소위치곡망)
밝은 낮에 하는 행위 본심을 잃어 버리니
可憐生意無由萌(가련생의무유맹)
가엾어라 선한 싹 돋아날 길이 없네
貪殘暴慢賊四端(탐잔폭만적사단)
탐욕 잔혹 난폭 오만 사단을 방해하고
食色臭味淪七情(식색취미륜칠정)
음식 여색 냄새 맛이 칠정을 무너뜨려
良心發處私已動(양심발처사이동)
어진 마음 싹트는 곳 사심 이미 움직이고
正念起時邪先生(정념기시사선생)
바른 생각 일어날 제 왜곡 먼저 이뤄지니
堪嗟十寒無一曝(감차십한무일폭)
추운 날이 열흘이요 따스한 날 아예 없네
醉邪夢邪長昏暝(취사몽사장혼명)
취중인가 꿈속인가 그 언제나 깜깜해
三綱旣淪九法斁(삼강기륜구법두)
삼강 이미 무너지고 구법 또한 막히어
*구법(九法) : 《서경(書經)》 주서(周書)에 있는 홍범 구주(洪範九疇)로,
천하를 다스리는 데 큰 법이 되는 아홉 가지 절목.
倀倀百年甘聾盲(창창백년감농맹)
귀머거리 소경으로 한 백년을 갈팡질팡
自將皇天付畀身(자장황천부비신)
하늘이 부여해 준 귀한 몸을 가지고서
擿埴迷路空墜坑(적식미로공추갱)
혼미한 길 더듬다가 함정 속에 빠뜨리네
雖然一脈尙碩果(수연일맥상석과)
그러나 다행이라 한 가닥 희망 있어
生意所以根於貞(생의소이근어정)
정도(正道) 속에 생의 뜻 뿌리를 두었거니
喚醒主人豈無道(환성주인기무도)
이 몸 주인 불러 깨울 그 도가 어찌 없으리
寸膠可使黃流淸(촌교가사황류청)
한 치 아교로도 황하수를 맑게 하리
*(포박자(抱朴子)) 〈가돈편(嘉遯篇)〉의 '한 치의 아교로는 황하수 흐린 물을 맑게 할 수 없고 한 자 높이 물로는 소구산(蕭丘山)의 불길을 끌 수 없다.'에서 인용한 것인데,
여기서는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기본으로 지니고 있는 천부적인 양심을 근간으로 하여 차츰 길러 나간다면 천성을 회복할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三軍旗脚勿字上(삼군기각물자상)
물勿이라는 글자에다 삼군 깃발 세우고
*물 자는 안자(顔子)가 공자에게 인(仁)을 행하는 방도를 물었을 때 공자가 대답한 '예가 아니거든 보지 말고 예가 아니거든 듣지 말고 예가 아니거든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거든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는 것을 말한다.
삼군의 깃발을 세운다는 것은 악(惡)과의 싸움을 전쟁으로 간주한 것으로, 그 비장의 유일한 계책은 예가 아니거든 무엇이든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天君正理要明誠(천군정리요명성)
천군(심장, 곧 마음)의 바른 이치 밝게 밝혀 되찾은 뒤
敬義夾持動靜間(경의협지동정간)
동과 정 사이에서 경의 함께 지키면
下梢遂使明德明(하초수사명덕명)
끝에 가선 마침내 명덕이 밝아지고
依然一朝透覺關(의연일조투각관)
하루아침 자연스레 깨달음의 문을 뚫어
得見爺孃與弟兄(득견야양여제형)
부모님과 내 형제를 똑바로 바라보리
却怕天日已遲暮(각파천일이지모)
하지만 서두르세 서산에 해 기울면
俯仰獨立愁前程(부앙독립수전정)
외로울사 홀로 서서 먼 앞길 한탄하리
-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년(중종 38)~1620년(광해군 12)
15세 때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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