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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부분 수정했습니다)
'폐암 말기입니다.'
터벅 터벅 병원을 나오던 이혁이 얼마 걷지 못하고 근처 벤치에 털석 주저 앉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주머니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다 문득 손에 쥐여진 담배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공이혁,담배 왠만하면 끊어. 그거 몸에 안좋잖아. '
피식하고 바람빠진 웃음이 몇번 흘러나오더니 어느새 하하하 하고 소리까지 내 웃음을 터트린다. 웃음. 그래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배까 아플만큼 그렇게 이혁은 미친 듯이 웃어제겼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흘깃하며 쳐다봐도 이혁은 한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리고 잠시후 자세히 들어야 느낄 수 있을만큼 웃음소리 속에 작은 흐느낌이 섞여 들었다.암,그것도 폐암 말기란다. 길어야 여섯달. 하 연 말이라면 죽으라면 진짜 죽을만큼 충실한 그가 왜 그때 그말은 따르지 않았을까. 담배... 그녀가 피지 말라고했을때 왜 그것만은 한귀로 듣고 흘렸을까.
나 어떡합니까, 아가씨.. 연아.. 나.. 어떡합니까….
마지막 보디가드
“아,형! 어디 갔었어!”
“왜?”
“아가씨가 형 오면 당장 방으로 오랬어. 형도 알잖아,아가씨 오래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거. 그러고도 두어번은 더 형 아직 안왔냐고 엄청 닦달했다니깐!빨리가 봐.”
또 무슨일일까. 이혁은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며 흐트러진 옷깃을 다듬은 뒤 연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 와.”
이혁이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서자 활짝 열린 창문 앞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던 그녀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이혁의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어댄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있는 그녀는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님 같았다. 선녀가 진짜 있다면 그녀처럼 생겼을까. 이혁이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쯤 그녀가 이혁의 이름을 불렀다.
“공이혁.”
“아..찾으셨습니까.”
“응,저기 저 위에 꽃힌 책 좀 꺼내줘.”
오늘은 책이구나.이혁은 군 소리 없이 그녀가 가르킨 곳으로가 큰 키를 이용해 손쉽게 책을 집어들곤 그녀에게 건냈다. 그녀는 요즘 따라 이런씩으로 이혁을 자주 불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예전에도 가끔 이런씩으로 이혁을 황당하게 만들긴 했었지만 요즘 처럼 매번 이런 적은 없었는데. 언제부터 연이 이런 행동을 했더라,아마 한달 전부턴 것 같다.
“나가 보겠습니다.”
“잠깐.”
왜 그러냔 듯 이혁이 연을 보자 연은 그런 이혁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이혁을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내일 지헌씨랑 만나기로 했어.”
“예.”
“이제 나가 봐.”
꾸벅 인사를 하고 이혁이 연의 방을 빠져 나와 이층방으로 올라갈때, 같이 아가씨의 경호를 맡은 정민이 이혁에게 다가왔다.
“형,아가씨가 또 왜 부른거야?”
“책 꺼내달라고.”
“흐음~또? 요즘 아가씨 좀 이상하지 않아?”
이혁이 무슨 소린냔 듯 정민을 쳐다보자 정민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요즘 따라 부쩍 형을 자주 찾는 것 같아서. 뭐, 이건 내 생각이지만 요즘 아가씨 시선이 형한테 자주 머무는 것도
같고….”
“...피곤하다. 나 들어간다.”
“어?응,쉬어.”
문을 탁 닫고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이혁은 서랍 구석에 박혀있는 하얀 약통하나를 꺼내서 입안에 머금고는 물과 함께 꿀떡 꿀떡 넘겼다.
“하아-.”
입가에 묻은 물기를 손등으로 닦아 내며 침대에 털석 앉았다. 약으로 버틴지 세달이 다 되갔다.항암치료라도 해보는게 어떠냐 권하는 의사의 말에 이혁은 단박에 거절을 했다. 그 시간에 이혁은 소중한 그녀를 하루라도 더 보며 사는 길을 택했다. 앉은 그 자리서 그대로 누워버린 이혁이 하나 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앞으로 세달... 조금만 더 버티자. 조금만..조금만 더 그녀를 이 두 눈에,이 가슴에 새기고 그때 떠날 것이다. 그러니깐 빌어먹을 몸뚱아리야, 제발 그때 까지만 버텨줘라. 그때 까지만….
“쿨럭! 쿨럭! 컥...하아….”
잠을 자던 이혁이 격하게 쏟아지는 기침때문에 눈을떳다.혹시 아랫층에 있는 연의 귀에까지 들릴까봐 입을 틀어막으며 연신 기침을 해댔다. 그 순간 쿨럭하고 뜨뜻한 무언가가 그의 입을 통해서 쏟아졌다.
“!”
그가 손에 묻은 진뜩한 피를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봤다.눈물도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그 순간 이혁의 머릿속엔 단 한사람
연이 떠올랐다.
“젠장!”
피가 묻은 손을 꽉 쥔 채 바닥을 내리치며 이를 악물었다. 약해빠진 새끼! 젠장!젠장!젠장! 빌어먹을! 너무 빠르다. 의사가 말한 시간보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죽어 준다잖아! 단지 여섯달 만 다 채우는거 그거 하나 바란 것 뿐인데 왜!
“으으윽”
그대로 머리를 감싸며 그는 흐느꼈다. 그것은 울음이라기 보단 차라리 고통스런 신음소리에 가까웠다.이 지독한 좌절감과 두려움을 그녀라면 멈춰줄 것만 같은데, 이혁은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나 좀 꽉 안아줄 수 없겠느냐고 말할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온 몸을 떨며 소리없이 고통을 삼켰다.
마지막 보디가드
이혁은 새벽에 눈을 뜬 이후로 더 이상 잠들지 못한 채 뜬 눈으로 시간을 지새웠다. 어쩐지 오늘따라 몸이 더 무거운 것만 같은 느낌에 이혁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침대에 털석 주저 앉았다.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있을때였다.
달칵-
“형!뭐해?아가씨 기다리셔.”
“아..그래,가야지.”
이혁이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던 정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뭘?”
“안색이 안 좋아서.어디 아파?”
“피곤해서 그래,나가자.”
그렇게 말을 내뱉은 이혁이 정민의 시선을 피하듯 먼저 1층으로 내려가다 현관에 서 있는 연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천천히 멈췄다.그런 그를 발견한 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내려 와?”
“아,죄송합니다.”
“받아.”
엉겁결에 연이 던지 무언가를 받아챈 이혁인 그것을 쳐다봤다.차키? 차 키를 왜...
“오늘 운전은 네가 해.”
오늘은 또 뭐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이혁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그런 이혁의 대답이 끝났음에도 연이 나갈 생각을 않고 그를 쳐다본다.
“무슨,할말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런 그의 말이 또 거슬렸는지 연이 인상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
“용건 없으며 쳐다도 보지 말란 뜻이야?”
“죄송합니다.”
“너….”
“예.”
“... 아니야,빨리 가.늦었어.”
마음에 안 든다는 티를 팍팍내며 걸어가는 연의 뒷 모습을 이혁이 가만히 응시하며 서 있자 연이 다시 뒤를 돌아보며 빨리 오라 외쳤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혁은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이 아릿해왔다.화를 내는 그녀를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마지막 보디가드
이혁은 조용한 눈길로 창밖을 응시했다. 길 건너편에 그와 서있는 연이 활짝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이혁은 연의 웃음소리를 머리로 상상해보았다.자신과 있을땐 항상 화난 사람 처럼 인상을 구기던 그녀가 그 남자 이지헌을 보면 항상 웃는다.이게 그와 나의 차이일까. 이혁의 눈에 씁쓸함이 깃들다 곧 사라졌다. 이렇게라도 그녀의 웃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다면 행복했으니깐.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더 부드럽게 올라간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그의 입꼬리도 부드럽게 풀렸다.그때였다. 문득 고개를 도로변으로 돌리던 이혁의 눈에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있는 오토바이 한대가 띄었다.이상할 만큼 인도 근처에 붙어서 달려오는 오토바이,그리고 한손에는 쇠파이프를 들고있는….
“아가씨!!!”
위험을 감지한 이혁이 황급히 차에서 내려 길 건너 편에 있는 연을 불렀지만 연은 반응이 없었다. 이혁이 다급한 눈길로 오토바이와 연의 거리를 빠르게 재었다. 점점 더 높게 쇠파이프를 치들고 위험한 속도로 오토바이가 달려오고있다. 더는 생각 않고 이혁이 빠른 속도로 연에게로 달려갔다.갑자기 뛰어든 이혁으로 인해 지나가던 차들이 거칠게 컬렉션을 눌렀고, 씨끄러운 도로변을 틈타 오토바이가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 순간, 이혁은 빠른 동작으로 앞에 있던 지헌을 보도 안으로 밀어낸 뒤,쇠파이프가 바로 옆으로 다가 온 순간 온 몸으로 연을 감싸 안고 뒹굴었다.
“으윽!”
연을 안고 피하는 속도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속도 보다 조금 늦은건지 피하는 순간 이혁의 어깨가 쇠파이프에 비켜 맞았다.어깨의 통증으로 반사적으로 신음이 새어나왔지만 이혁은 그 순간 조차 연의 머리를 소중히 감싸안았다.꽉 껴안은 품속에서 연의 놀란 숨소리가 느껴졌다. 이혁은 눈을 한번 감았다 천천히 뜨며 품 속에있는 연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으십니까?”
그 말에 이혁의 옷깃을 꾹 움켜쥐고있던 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혁을 쳐다봤다.순간적으로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에는두려움이 아닌 누군가에 대한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이혁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이혁은 자신에 대한 걱정인것인가, 순간적인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런 이혁의 생각을 비웃듯 그녀의 속 눈썹이 한번 파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이혁의 가슴을 거칠게 내치며 품에서 빠져나온다. 품에서 빠져나와 그를 내려다 보는 그녀의 눈은 어느새 차갑게 변해있었다.
“위험할 뻔 했잖아!”
“죄송합니다.”
연이 그렇게 이혁을 쏘아보다가 넘어져있는 지헌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가 나같은 놈의 걱정을 생각할리 없지...이혁은 쓰러진 지헌을 부축하고있는 연의 모습을 쳐다보며 속으로 피식,허탈한 웃음을 터트리곤 몸을 일으켰다.그 순간 미처 느껴지지 않던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이혁은 작게 욕을 읊조리고는 다치지 않은 쪽 팔에 힘을 싣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보디가드
쫘악-
“이건, 보디가드로써 제 때 변호하지 못한 죄.”
쫘악-
“그래서 지헌씨 다치게 만든 죄.”
쫘악-
“마지막으로, 내 몸에 손 댄 죄.”
연의 매서운 손길이 이혁의 뺨을 아프게 내리쳤다.고작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이혁의 뺨에는 빨간 손자국이 선명이 찍혀버렸다.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그를 연이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그 따위로 경호하면 이 정도로 끝내지 않을거야.나가 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하고 방을 나가는 이혁의 뒷 모습을 노려보다 그의 뺨을 내리친 오른쪽 손을 꾹 움켜쥐었다.
“공이혁….”
연은 뭐가 그리도 맘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리곤 큰소리로 가정부 아줌마를 불렀다.
“예,찾으셨어요?”
“장박사님한테 연락 넣어줘요.어깨를 좀 다친 것 같단 말도 덧 붙이고.”
“예,아가씨.”
그 날 밤 어깨의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던 이혁이 답답한 마음에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나오자 자신처럼 잠이 오지 않은건지 마당에 마련 된 의자에 연이 앉아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밤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이혁은 일부로 발걸음을 멈춰서선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만해도 어떻게 눈치챈건지 장박사님을 보내 자신의 어깨를 치료하게 했다. 그녀는 원래 그랬다.어릴때 부터 속이깊고 착한 여자,그것을 오래전 부터 알고있었기에 이혁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지도.이혁이 다시 발길을 돌리려 할때였다.
“이혁아.”
흠칫,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이혁아…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게 얼마만이지.
“가지말고 이리 와.”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며 손짓한다. 알고있었구나. 이혁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태연히 그녀의 곁으로 걸어갔다.
“키 크다고 자랑해? 목 아프니까 앉아.”
그가 그녀의 곁에서 조금 떨어져 앉았지만 개의치않은 듯 그녀는 다시 밤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잠깐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그 침묵을 틈 타 이혁이 연의 옆모습을 몰래 훔쳐볼때 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초등학생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엄마는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 울고있는 내 손을 꼭 움켜쥐며 말하셨지.내 딸 연아,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단다.그러니 연이도 엄마가 보고싶을땐 울지말고 하늘을보렴.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엄마 별이란다.엄마가 연이 항상 지켜줄게…."
“...”
“그래서 난 매일 밤 하늘을 쳐다봤어.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으니깐.하지만 별이 하나도 안 보이는거야. 지금처럼 얄미울정도로 새카맣기만 했어…. 이제는 그저 피식 웃어 넘기겠지만 어릴땐 그게 어찌나 속상하고 슬프던지."
“...”
“..그 날도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 너무 야속해서 온동네가 떠나가라 울음을 터트렸던 날이었지.울다 지친 내가 침대에 누웠는데 그렇게 찾던 별들이 내 방에 다 있는거야. 알고보니깐 누군가가 날 위해 천장가득 야광 별을 붙여놓았더라구.덕분에 난 더 이상 별이 없다고 울지 않았어.내방에 그렇게 많은 별들이 떠 있는데 눈물이 날리가 없지….”
연은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이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흔들리는 이혁의 눈을 쳐다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때 내 방에 별 붙여놓았던 사람, 너지?”
연의 시선에 이혁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랬었다. 어린나이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별에서 찾던 소녀.그런 그녀가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연은 알까? 할 수만있다면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그녀는 알까.말이 없는 그에게서 애초에 대답을 들으려고 했던 말이 아닌지 그녀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엄마는 죽어서 별이 된다고 했는데,그럼 공이혁 넌 죽어서 뭐가 될래.”
연이 물었다. 이 물음은 최근들어 연이 처음 이혁에게 묻는 사적인 물음이었다. 하필이면 왜 사후의 얘기를 묻는 것일까. 곧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이혁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바람..이 되고싶습니다.”
“바람?”
예, 당신은 바람이 불때면 항상 기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만약 바람이 되어 당신을 찾아온다면 그땐 환하게 웃으며 반겨줄테니까요.
“그래..바람,좋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한 동안 무리하면 어깨에 좋지 않다고 하셨어. 당분간 내 경호는 하지마.”
“하지만..!”
“그러게 누가 다치래?다친 네 잘못이니깐 그 동안 반성이나 하고있어.”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혁은 인상을 찌푸렸다.하나도 반갑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 만큼 줄어든다는 거니깐.
마지막 보디가드
연의 선전포고(?)이후 이혁은 한 동안 집안에서 요양을 해야만했다. 항상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던 자신의 일상이 한순간에 바뀌자 죽을 맛이었다. 뭣 보다 연이 외출할때면 그녀의 신변에 대한 걱정때문에 좀 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아 하루종일 불안했다. 그도 그럴것이 연의 집안은 대대로 물려져오는 유명한 조폭집안으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더욱이 요즈음 상대 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는 이때, 몇일 전의 기습처럼 또 다시 사건이 일어난다면 큰일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감당 못해서 골골대는 모습을 연이 보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벌써 집에서 쉬는 동안 각혈을 세번이나 토해냈다. 이혁은 약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깁스가 감긴 어깨를 슬슬 움직여보았다. 그래도 회복력은 빠른 편인지 하루가 다르게 낫고있었다. 어깨의 부상이 낫는것 처럼 이 암덩어리도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혁의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질때 쯤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혁은 쥐고있던 약병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는 거실로 나갔다.
“무슨 일이야?”
급하게 열리는 문 밖에서 연을 부축하며 정민이 들어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급하게 다시 나오는 정민을 이혁이 붙잡았다.붙잡힌 정민의 꼴도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였다.
“기습이 있었어. 난동중에 상대가 휘두르는 칼이 아가씨 팔을 스쳤어.”
“이 새끼야! 넌 그 동안 뭐 했길래 칼이 아가씨 몸을 건드려..!”
순간적으로 흥분한 이혁이 정민의 멱살을 붙잡았다. 정민 역시 할말이 없는 듯 고개를 숙였고, 이혁은 그런 정민의 태도에 짧은 욕을 내뱉으며 멱살을 잡은 손을 풀었다.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값은 아가씨 치료 이후에 받을 줄 알아.”
이혁이 탁자에 위에 놓인 구급함을 들고 연의 방으로 다급하게 들어갔다.방안에 들어서자 연이 옷을 찟어 다친 팔을 내 놓고 의자위에 앉아 있다가 이혁이 들어오자 인상을 찡그렸다.
“왜 네가 들어와?”
“제가 하겠습니다.”
“너 어깨 아직 안 나았어.유정민 들어오라 해.”
“치료하나 못할 만큼 다치진 않았습니다.”
이혁의 고집에 하는 수 없단 듯 연이 포기한 채 빨리 치료하란 듯 손짓을 해보였다.연의 앞에 의자를 끌고 와 앉은 이혁이 벌어진 연의 상처를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에게 말했다.
“아플겁니다.장박사님 안 불러도 되겠습니까?”
“됐어.살짝 스친거뿐이야.”
연의 대답에 이혁은 익숙하게 상처를 치료해 나갔다. 간간히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연 때문에 이혁은 잔뜩 긴장하며 손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묵묵히 이혁이 치료를 끝 마쳐 갈때 쯤 연이 말했다.
“장성파에서 도전장이 날아왔어.”
마지막으로 붕대를 감던 이혁의 손이 멈추었다.
“아마 오늘 날 건드린 것도 내일을 위한 일종의 도발일테지.”
“내일...입니까?”
“그래, 비겁한 놈들.. 지금쯤이면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아시겠지. 내일 나도 따라나갈 생각이야.”
“안됩니다!”
“시끄러,내가 간다면 가. 그리고 한가지 더, 넌 내일 싸움에서 빠져.그 어깨론 무리야.”
연이 내일 싸움터에 따라 나선다는 것으로도 이혁으로선 가만있을 수 없는 일인데 자신더러 빠지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럴 순 없었다.
“절때 안됩니다!저까지 빠질 순 없습니다!”
“걱정마 고작 장성파야.아버지도 나가시는 자린데,나 한테 무슨일이 생길리가 없잖아. 그 동안 심심찮게 파티를 벌여 준 보답,되돌려 줘야지 않겠어?”
“그럼 저라도 데려가 주십시요.아가씨 말대로 고작 장성파입니다. 그러니 저도 데려가 주십시요!”
연은 그런 이혁의 요청에도 듣기 싫단듯 인상을 찡그리며 이만 나가란듯 손을 휘저었다.그리고는 피곤한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그런 연의 태도에 이혁이 잔뜩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연의 팔을 잡아세웠다.이혁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듯 흠칫한 연이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뭐냔 듯 이혁을 올려다본다. 그런 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혁이 낮게 말했다.
“저도 갑니다.공이혁은 하 연,당신의 보디가드입니다. 당신한테 쏟아지는 어떤 것도 이 몸으로 다 막아야 되는 존재 입니다. 당신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붙어있어야 할 보디가드란 말입니다. 이깟 어깨 조금 다쳤다고 무시하시는 겁니까.제 실력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공이혁.”
“그런게 아니라면 데려가 주십시요.안된다 하셔도 소용없습니다.어떻게든 따라갈 겁니다.”
“휴...알겠으니깐 이 손이나 놔. 팔 아파.”
이혁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하던 연이 하는 수 없단 듯 이혁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때가 되서야 이혁은 자신이 말을 하면서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단 사실을 자각하고 얼른 팔을 놓았다.연은 팔이 자유로워지자 다시 침대로 걸어갔다.그녀가 이불을 덮고 눈을 감자 이혁은 그런 연을 한동안 지켜보다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마지막 보디가드
“준비 다 됬으며 출발하지.”
온갖 무기를 트렁크에 싣고 총 5대의 승용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두번째 차엔 연의 아버지 하종욱회장이, 세번째 차에는 이혁과 정민,그리고 연이 탔다.차가 출발하는 동안 이혁은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젯 밤 통증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이혁은 밤새 이어졌던 통증의 여파로 몸이 불편한지 안색이 어두웠다.그러다 갑자기 기침이 터져나왔다.
“쿨럭,쿨럭-!”
“형,괜찮아?”
“어,괜찮..쿨럭..!”
어떻게든 기침을 막으려고 입가를 틀어막으며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그런 이혁을 옆에서 지켜보던 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으로 막지마.기침 나오는거 못 참으니깐 그냥 해.”
옆에서 들려오는 연의 말소리에 이혁은 연을 돌아봤다.연의 얼굴을 본 순간 이혁은 심장이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순간적으로 연이 자신의 병을 마치 다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럴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형,사레라도 걸렸어? 기침한번 무섭게 한다.”
“...”
서서히 기침이 멈추고 안정이 되자 정민이 장난으로 농담을 건내며 웃는다. 그런 정민의 장난 속에서 연은 다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이혁은 그들이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피라도 쏟아졌으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었을 테니.
끼이익-!
그때였다.운전을 하던 정민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놀란 이혁이 정민에게 운전 똑바로 안하냐 타박을 줄려는 찰나 정민이 입을 열었다.
“형,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뭐?”
정민의 말에 앞을 살피던 이혁이 차에서 내렸다.이혁이 내리자 정민도 덩달아 내려서는 상황을 살폈다. 맨 앞으로 가던 차는 다른 차와 부딪혀 찌그러져있는 상태였고,그 앞에는 엄청난 인원이 몰려오고 있었다.그리고 미처 방어를 하기 전에 많은 무기를 든 수 많은 인원들이 닥치는대로 차를 부스고 덤벼들었다.급하게 내린 연의 사람들이 급한대로 싸우지만 밀리는 분위기였다.갑작스런 상황에 이혁이 짧게 욕을 뱉어냈다. 앞차에 탄 회장님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차 주위를 애워싸며 싸움을 이어갔다. 곧 상대파가 이쪽 차에도 접근 할 기세였다. 자신은 연의 사람이기도 했지만 나아가 그녀의 아버지인 하종욱회장의 사람이기도했다.연은 물론 그녀의 아버지도 지켜야만한다.
“유정민! 아가씬 네가 모셔라.”
“뭐? 형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몸으론 무리야!”
“잔말 말고 어서 가!”
“그럴 순없어! 아가씨는 형이 모시면 되잖아! 내가가면..!”
“이 새끼야! 내 말 들어! 니 말대로 이몸으로 나 혼자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저 새끼들이 아가씰 그냥 놔 주겠느냐고! 그러니 빨리 가라!그리고 나서 대기하고있는 애들 더 데려 와.부탁이다.”
정민은 머뭇 거리다 이내 어쩔 수 없단 듯 주먹을 쥐었다.
“곧,돌아올게.”
정민은 빠른 동작으로 운적석에 올라 타 황급히 시동을 걸었다.그때까지 창을 통해 불안한 눈빛으로 이혁을 올려다 보던 그녀가 정민이 시동을 걸자 다급하게 차문을 연다.그때 이혁이 열리려는 차문을 두 손으로 막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을 응시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두려움이 가득한 그 눈에 눈물이 잔득고여왔다. 그녀는 닫힌 창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외쳤다.
“공이혁! 너 왜 안타?! 빨리 타! 타란 말이야!안돼, 이혁아! 공이혁!!!”
왜 울려고 하십니까.아가씨, 내 공주님 연.이 상황관 안 맞지만 연의 눈물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연을 보며 이혁은 안심하란 듯 눈가를 휘어보였다.그리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차를 두드리며 정민에게 어서 출발하라 외쳤다. 차가 출발하는 순간, 그녀의 외침이 발악에 가까우리 만큼 커진 순간, 그는 가차없이 뒤를 돌아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싸움 속으로 뛰어들었다.
"회장님의 안전이 우선이다! 회장님을 보호해!"
이혁은 차를 향해 쇠파이프를 꽃는 남자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이혁의 등을 내리쳤고 잠시 휘청이던
이혁이 뒤를 돌아 자신을 내리친 사람에게 주먹을 날렸다.
"여긴 저희가 맡을테니 빨리 빠져 나가십시요!"
이혁은 차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적들을 하나 둘 제거해 나갔다.어깨의 통증을 악물고 싸워가던 이혁은 순간 눈앞이 새까맣게 변하는 충격에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누군가 또 다시 무지막지한 힘으로 이혁에게 파이프를 휘둘렀고, 흐트러지는 정신을 바로잡으며 다시 몸을 일으키는 순간
푸욱-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이혁의 복부를 가르고 들어왔다. 털썩 이혁의 무릎이 차가운 바닥위로 엎어졌다.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터져나오는 피를 틀어막았지만 피는 멈출 줄 몰랐다.하아하아 이혁의 거친 숨소리만 귓가를 윙윙울린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자신이 이렇게 싸우는 사이 연이 빠져나갔고,회장님이 빠져나갔다.여기까지면 충분했어. 다만,한가지 내 마음속에 걸리는 것이있다면 하 연. 당신이 자꾸만 걸리네.마지막일지도 모를 그 순간 이혁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어차피 죽을 시한부인생, 이렇게 당신을 위해 싸우다 죽는다면 그거 참 행복하겠다 생각했습니다.그러니 너무 슬퍼하진 마십시요…. 너무..울진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가씨‥저는‥ 바람이 되고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단편인데 좀 길죠? ; 뭔가 내용히 허술해도 이해해주세용 이래뵈도 오래걸렸습니다 ㅠㅠ
반응 좋으면 연이번외 더 빨리 가져옵니다.반응없으며 글쎄요.......;
댓글 좋아해요. 댓글은 나의 힘이에요. 번외 남았는데 빨리 보길 원한다면 표현해주세효.추천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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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이님 때문이라도 빨리 올려야겠네용 ㅎ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와 재밌네요! 연이번외편을 보고 싶어요! 추천!
추천감사해요 ㅋㅋ 번외 곧 올리겠습니당
잘 읽고갑니다!
댓글 감사해용
오오오단편인데이렇게몰입해서읽긴오랜만이에요!!!진짜작가님최고ㅎㅎ아혁이죽으면ㅜㅜ이런 제가다슬프네요ㅜㅜ어자피얼마남지않앗는데.....ㅜㅜ번외얼른보구싶어요#111
최고라니 ㅠㅠ 과분한 칭찬을..! 미흡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번외 곧 올리겠습니다^^
번외요 ㅠ 안죽었으면 하는 바램인데...ㅠㅠ
번외 꼭 보러와주세요^^
재미써욤~~ㅠ
다행이에요^^ 댓글 감사해용
잘 읽었습니다. 흡입력 있게 잘 쓰셨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