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검찰에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있었습니다 . 6 명의 고검장과 11 명의
검사장이 새로이 탄생하였습니다 . 승진한 것입니다 . 또 전보 인사도
있었습니다 . 이렇게
인사가 있고 나면
누구는 좋은 보직을
갔고 누구는 안
좋은 보직을 갔다는
뒷말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
저도 검찰에 있을
때 소위 < 꽃
보직 > 에 대한
집착이 있었습니다 . 그러나
희망과는 달리 한
번도 제가 원하던
보직에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 검사장을 거쳐
고검장까지 하였지만 소위
남들이 이야기하는 < 꽃
보직 > 은 못
가 보았습니다 . 그것이
당시에는 몹시 서운하였습니다 . 이렇게 이야기하면
모두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 " 검사장도
하고 고검장도 한
사람이 원하는 보직을
못 해 보았다니 . 참 그 사람
욕심도 많네 ." 그러게
말입니다 . 제
능력은 알지 못한
채 보직에 대한
욕심만 있었던 것이지요 .
아마도 누구나 이런
면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이나 검사장으로
승진한 분 중에도
이런 아쉬움이 있는
분이 더러 있을
것입니다 . 같은
직급에서 보직이 바뀌신
분 중에는 이런
분이 더 많이
있을 것입니다 . 욕심이
많아 보이지만 이것이
사람의 삶입니다 .
고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능력과 관계없이 서울
중앙지검장도 하고 싶었고
차관도 하고 싶었고
대검 차장도 하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검찰을 떠난 지
4 년이 된 이
시점에는 그런 것이
아련한 추억일 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그때는
그것이 왜 그리
중요했었나 할 정도입니다 .
지금 현직에 있는
후배님들은 이런 이야기가
실감 나지 않겠지만 , 검찰을 떠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하십니다 . 그때는
왜 소위 < 꽃
보직 > 을 못
가 속상해하고 그
자리에 간 동료들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고
시샘하였을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제 경험으로는 인사이동
이후 한 달만
지나면 즐거운 감정도
섭섭한 감정도 모두
사라지고 그저 일상이
되고 말더군요 . 사실
중요한 것은 어느
보직이냐가 아니라 그
보직에 가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입니다 . 소위 일반적으로 < 꽃
자리 > 라고 여겨지는
보직에서는 내로라하는 전임자들이
있어 업적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 반면
< 한직 > 이라는
자리는 상대적으로 업적을
내기 쉽습니다 .
보직을 맡으신 후배님들은
자신의 보직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해 보십시오 . 시간은
문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1 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긴 시간입니다 . 여러분이 맡은
조직을 통해 훌륭한
업적을 쌓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 제
경험으로는 30 년
검찰 생활에 가장
많은 일을 한
기간은 법무연수원장 6 개월이었습니다 . 6 개월 동안 법무연수원을
모두 리모델링 할
수 있었으니까요 .
1990 년 12 월 5 일
당시 김기춘 검찰총장님은
이런 퇴임사를 하였습니다 . " 취임사는 꿈으로
말하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말합니다 ." 그
자리에서 퇴임사를 듣던
평검사 조근호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 과연
우리는 보직을 떠날
때마다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요 ? 후배들은
선배를 기억할 때
보직으로 기억하지 않고
그 선배의 발자취로
기억합니다 . 특히
자신이 모신 선배일수록
그 선배의 발자취를
생생히 기억하는 법입니다 . 자신이 어떤
보직을 맡았는지 신경
쓰지 말고 어떤
발자취를 남길 것인지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구상 시인이 남긴
< 꽃 자리 > 라는
시는 이런 상황에
꼭 들어맞는 시입니다 .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
인사이동 당시에는 가시방석처럼
여겼던 자리도 세월
지나 돌이켜 보면
그 자리가 바로
< 꽃 자리 > 였습니다 . 공직자로 살
때는 스스로 지은
감옥 , 스스로 만든
쇠사슬 , 스스로 엮은
동아줄에 갇히고 매이고
엮여 있었음을 왜
이제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는지요 .
후배들에게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 그들은
겉으로는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선배들이
만든 < 꽃보직 > 이라는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진정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을 떠났을 때만
가능합니다 . 그러면
그때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볼 수
있습니다 .
후배들이 저처럼 뒤늦게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말고 검찰에 근무하면서
벗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 꼭 기억하십시오 . < 한직 > 도 훗날 돌아보면
모두 < 꽃
자리 > 라는 사실을 .
그러면 그 < 꽃
자리 > 에 앉는
마음이 달라질 것입니다 .
< 꽃 자리 > 에
앉은 후배들에게 한
가지만 꼭 권하고
싶습니다 . 제가
잘하지 못했기에 그러나
너무나 중요하기에 꼭
권하고 싶습니다 .
" 가끔은 아무런 이유
없이 아는 분들에게
전화하여 안부를 물어보십시오 ."
물론 훗날 당신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달라질 것입니다 .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
2015.12.22. 조근호 드림
카페 게시글
세상사는 이야기
인사이동이 된 검찰 후배님들에게(조근호의 월요편지)
이생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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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6
15.12.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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