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도 - 빙하🍀
-박마리아-
곧 도착할거야, 더 뜨거워지기 전에
우리가 최초로 치열했던 곳은 아직도 37.2도로 따뜻하겠지
같은 날, 같은 시간 내가 밟고 서 있는 낯선 땅
어제가 머무는 플랫폼에서 나를 봤다는 사람이 있고
내일이 숨 쉬는 도시에서 나를 봤다는 사람도 있어
칠레에서 쌍동선을 타고 회색 빙하를 구경하는 나를 봤다는 사람도 있었지
가끔은
서로 멀어지면서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면서 멀어져 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아득해서 기억이 나질 않아
꽃을 잘못 골라 앉은 벌처럼
황소의 뿔 위에서도 아주 드물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있어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바다에 잠기는 두려움처럼
내가 세상에 태어난 오월은 따뜻했어
그 후로 오월은 매일 뜨거워지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물속에선 치열한 불꽃이 피어나지만
꽃은 시들면서 태어나 거대한 파랑 속으로 가라앉고 있어
0.7도는 아주 가까운 거리야
얼음 속에 어둠을 가둘 수 있는
숲으로 가기 전, 밤과 밤사이
이야기는 계속되고 36.5도는 멀어지고 있어
* 박마리아
2023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첫댓글 박마리아 님의 시,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