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미묘 on 2014/07/01
용감한 형제의 느긋한 미드템포 여자 곡이 다 엇비슷하다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이 한 곡을 위한 프로토타입들이었다고 해도 좋을 법하다. 효민의 음색은 어느 때보다도 이 곡에 매끈하게 잘 묻어난다. 적당히 싼 느낌의 오르갠은 일렉트릭 기타와 함께, 유쾌하게 책상 위를 달리는 손가락처럼 흐른다. 간편한 악기 구성은 비트의 페이지를 차곡차곡 넘겨가면서 거의 전적으로 보컬 멜로디에 의해 흐름을 이뤄낸다. 적당히 블루지한 버스(verse)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좋은 수위의 뽕끼를 담아 매력을 흘리고, 후렴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담백해 비트에 맞춰 인상을 남긴 뒤 딱 좋은 시점에 변화를 가져온다. 효민의 보컬은 버스에서 약간의 교태를 섞어 달콤하게 감기다가, 후렴에선 힘을 빼고 음색 자체가 갖는 매력을 공중에 띄워놓는다. 그리고 비디오 속 효민은, 참 예쁘다.
어느 것 하나 거슬릴 것 없이 매끈한 이 곡은 그러나, 매우 큰 불편함을 남긴다. 비디오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여성은 바비 인형의 아름다움을 꿈꾸고, 이를 위해 다이어트도 시도한다. 효민이 직접 분장했다는 이 여성(이하 ‘효민A’라고 하자.)이 바비 인형을 바라보며 도넛을 먹는 장면은, 모순된 욕망과 스트레스성 폭식을 내비친다. 그녀가 엉덩이를 손으로 치며 춤출 때, 카메라는 명백하게 그녀의 상반된 욕망을 조롱한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곡의 내용은 “Nice body”를 가진 ‘효민B’의 기쁨이다.
이 곡과 비디오의 주제를 그나마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색안경을 써보자. 첫 버스의 가사에는 다소 맥락 없이 “꿈속의 왕자님은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란 대목이 삽입되어, 이 두 시퀀스를 암시적으로 연결한다. 효민B가 노래하는 내용은 효민A의 꿈이란 해석이다. 후렴의 멜로디도 마침 ‘꿈에 불과한 세계’를 노래하듯 다소 우수가 깃들어 있다. 어쩌면 제작진은 이런 내러티브가, ‘늘 더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성층’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효민 자신이 효민A로 분장한 것에서도 그런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용감한 형제 특유의 매력인 통속적 가사는 여기서 지뢰밭으로 변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분명히”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고 사랑받길 원한다고, “남자라면 누구나” “하나같이” “이런 여잘” 원한다고 단정 지음으로써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확정한다. 그리고 “이런 여자”가 되어서야 “이제 나를 무시 못 해요”, “당당해졌어 이젠”이라며,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는 것, 즉 효민A의 존재를 죄악시한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나 정말 힘들었어요 / 그대 땜에 얼마나 노력한 지 몰라요”는 여성의 미가 남성을 위한 것이며, 여성이 남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통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34-24-36의 쓰리사이즈를 새겨넣은 옷을 입고 바비 인형을 보여주며 “남자라면 한 번쯤 야한 생각을 해요 /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라 하여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성상품화를 노골적으로 내면화하기도 한다. 따로따로 떼어놓는다면 혹시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마치 여성학 개론 교과서를 펼쳐놓고 챕터별로 하나하나 비웃는 것 같은 조합이 된다. (이쯤 되면 “마치 운동하는 서양 누나들”이란 로꼬의 랩은 사실 애교다.) 효민B의 기쁨은 ‘내가 효민A가 아닌 것’이다.
분명 우리는 신자유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고, 여성의 성 상품화와 폭력적인 젠더 의식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전형적) 미를 뽐내는 형태의 팝도 존재한다. 그런 뻔뻔한 도발은 어쩌면 팝의 한 얼굴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상품화하는 아이돌 세계에서 그 정도에 놀라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 곡과 뮤직비디오는 젠더적 폭력과 남성의 욕망을 뻔뻔하게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런 불편한 이슈들을 외면하기보다 정면으로 가져와 겹겹이 불편하게 만들면서, 다시 한 번 선언한다. ‘나는 그런 성 정치를 지지한다’고, 그리고 “여자라면 누구나” 그런 성 정치를 내면화해 마땅하다고.
효민(과 티아라)의 소속사 코어 콘텐츠 미디어는 확실히 보통 기획사가 아니다. 그들의 가장 큰 무기는 아마도 ‘몰염치’와 ‘근본없음’일 것이며, 이를 그들만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획사는 드물다. 이 두 단어의 어감이 악랄하긴 하나, 적어도 팝에 있어 그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뒤 가리지 않는 근본없음은 어쩌면 오늘의 케이팝을 일군 공신의 대열에 들어가고, “X까지 마라”며 고개를 돌리는 몰염치는 팝의 가장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낸 미덕의 하나다. 가면놀이가 아이돌을 즐기는 테이블 매너라고는 하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순백의 연예계에 가끔은 공공연하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릴 줄 아는 반항아도 있어야 물이 고이지 않는다. 그렇게 충격을 던지고 맨바닥을 드러내는 천박함이야말로 팝이다. 그런 면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몰염치와 근본없음이 함께 나선을 그리며 팝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악녀’가 되려는 듯했던 티아라 N4의 ‘전원일기’는, 이 곡에 대면 장난이다.
효민이 악녀 아이돌이 되겠다면, 그녀가 받아야 할 상처에 마음은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티아라와 효민이 이대로 묻히기 아깝고, 더구나, 혹은 하필, 그 소속사가 코어 콘텐츠 미디어이기에 상상도 못 한 콘셉트를 보게 되길 기대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것이 용감한 형제와의 파트너십으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내준다면 더더욱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곡이 보여주고 있는 모든 의견은 그저 폭력이다. (효민A를 부정하는 주체가 효민B라는 것까지는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약자를 향해 들어 올리는 가운뎃손가락은 반항도, 쿨도 아니다. 사람에 따라 선 긋기 나름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일베를 긍정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표현수위가 높아서가 아니다.
뮤비링크 : https://www.youtube.com/embed/6MfQRWeXN_M
뮤비 간단 캡쳐
도넛이 가득한 식탁과 분장한 효민(효민A)가 들고있는 바비인형
1인칭 시점으로 표현된 도넛을 계속해서 먹는 효민A
도넛을 마구잡이로 섭취하며 행복해하는 효민A
이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엉덩이를 치며 춤을 추거나
정신없이 훌라후프를 돌리는 효민A
그 때, 바닥 위를 굴러오는 황금 도넛
도넛을 먹는 와중에 황금 도넛을 발견한 효민A
땅에 떨어져 있던 도넛을 주워 먹는 효민A
그 이후 시퀀스가 넘어가며 34 / 24 / 36의 쓰리사이즈가 적힌 옷을 입고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섹시하게 춤을 추는 나이스 바디의 효민(효민B)
시종일관 행복하게 웃으며 유혹적이고 아름다운 'Nice Body'를 보여주는 효민B
그녀의 몸매에 대하여 예찬하는 컷이 계속되어 반복
다시 꿈에서 깬 효민A. 꿈이었다는 사실에 우울한 표정으로 실망하는 효민A.
다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훌라후프를 돌리는 효민A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페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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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Body 가사
Ah yeah
You know Brave sound
Hyomin, Loco
Let’s do that
Let me see your body move
I love that
여자라면 누구나 노출을 원해요
여자라면 한 번쯤 다이어트를 하네요
여자라면 분명히 사랑 받길 원해요
꿈속의 왕자님은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독하게 살아가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난 예뻐질 거야
사랑할 거야 더 보여줄 거야
난 달라질 거야
you do deserve it
내 몸맨 nice nice body
잘빠진 다리 쌔끈한 허리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내 몸맨 nice nice body
모두 다 놀래 하나같이 반해
이제 나를 무시 못해요
너도 알고있어 네 다리 이쁜거?
나도 알고있어 쳐다보면 지는거
이기고 싶지 않아 적어도 이 낮에는
식곤증 때문에 나른했던 나를 일으키는 너
마치 운동하는 서양 누나들
너 빼곤 다 밋밋하기만 한 통나무
벌써부터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상상하고 있는 난 다 자란 꿈나무
남자라면 누구나 이런 여잘 원해요
남자라면 하나같이 예쁜 걸 좋아해요
남자라면 한 번쯤 야한 생각을 해요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독하게 살아가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난 예뻐질 거야
사랑할 거야 더 보여줄 거야
난 달라질 거야
you do deserve it
내 몸맨 nice nice body
잘빠진 다리 쌔끈한 허리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내 몸맨 nice nice body
모두 다 놀래 하나같이 반해
이제 나를 무시 못해 Baby
나 정말 힘들었어요 오오
그대 땜에 얼마나 노력한지 몰라요 오
맵시 나는 스타일 기분 좋아 스마일
당당해졌어 이젠 나도
내 몸맨 nice nice body
잘빠진 다리 쌔끈한 허리
(넌 날 안달나게 해 두 눈을 떼지 못해)
내 몸맨 nice nice body
모두 다 놀래 하나같이 반해
이제 나를 무시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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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돌음악 전문 평론페이지 아이돌로지, 평론가 미묘님의 리뷰
http://idology.kr/924
강간하고 때리고 욕하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고
김치녀라는 용어를 쓰고 성적인 욕설을 하는 것만이 여혐이 아니죠.
노래가 나온지는 조금 됐지만 하나의 노래 가사에도 이렇게 무의식적인 형태로 젠더적인 폭력이 배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환기하는 리뷰가 인상적이어서 퍼왔어요.
참고로 이 곡의 작사가는 용감한 형제입니다.
(가수 효민이 아니라 Nice Body라는 곡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기획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글입니다.)
@탐라도리 ㅇㅇ맞아 다만 이 글에 빗대서 특히 걸그룹이 심각하다는 얘기임. 여성혐오 문제에서 남자마초보다 여자마초가 더 심각한 것처럼.
가사가 걍 저퀄리티... 이런 음악은 기대도 안함 갠적으론 aoa노래도 가사가 다 별로라 안들음 유치하고 싸구려느낌나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
22 공감ㅋㅋㅋㅋㅋㅋㅋ티아라 에오에....공감
3 주구장창 반복되는 멜로디에 의미없이 질러논 가사에 기계음에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음악
4
66
77 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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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ㅈㄴㄱㄷ 인데 여성이 아름답다 라는게 왜 성차별적 발언이야? 시비 아니고 진짜 궁금해서 그게 여성을 규정짓는거야?
@치킨은 곧 평화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남자는 아름답다 라는말은 거의 쓰지않잖아 무의식적으로 여성에게 아름다워야함을 강요하는건 아닐까
가사내용이 여자가 다이어트 하는것은 남자한테 사랑받기위해서 라고 말하고있는듯...ㅇㅅㅇ 나한텐 마치 몇 남자분들이 여자분들 노출해놓고 왜가리냐 남자들 보라고 입은거 아니냐는 말하고 비슷한 느낌으로 들려서 별루...차라리 나 자신을 위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위해 라고했다면 더 멋있었을듯
저 노래 나왔을 당시에도 가사보고 읭?했는데 뭔가 알수없는 찜찜하고 좋지않은 기분이었음 특히 '남자라면 한 번쯤 야한 생각을 해요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 이부분 개별로
2222
미친 핵별로다;; 그게 왜 좋지?
그냥대표곡을 쟤로든거지 대부분ㄴ노래 다 저모양임 듣기도싫어..
3
와;, 가사봐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ㅁㅈ저거 멜로디는 자꾸 맴도는데 가사가 너무 거북함
지코 boys and girls 에서도 무심코 듣다가 좀 그랬던 부분이
아름다운 여잔 대접 받아야해
이 부분 듣고 읭했음 아름다운 여자만 대접 받아야한다는건가? 싶었음
노래 처음에 나왔을때 한번 듣고 별로 여서 안 들었는데...이런게 있을줄이야
여자라면 누구나” “분명히”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고 사랑받길 원한다고, “남자라면 누구나” “하나같이” “이런 여잘” 원한다고 단정 지음으로써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확정한다. 그리고 “이런 여자”가 되어서야 “이제 나를 무시 못 해요”, “당당해졌어 이젠”이라며,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는 것, 즉 효민A의 존재를 죄악시한다.
ㄹㅇ 개심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