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이 적막한데/정충신
공산이 적막한데 슬피우는 저 두견아
촉국 흥망이 어제 오늘 아니거늘
지금껏 피나게 운들 남의 애만 끊나니
현대어 해설
초장: 빈 산이 고요하고 쓸쓸한데 슬피 우는 저 두견새(접동새)야,
중장: 촉나라의 흥망성쇠는 어제오늘 일(최근의 일)이 아니건만,
종장: 지금까지 피나게 울어본들 남(듣는 사람)의 창자만 끊어지게(슬프게) 하는구나.
망국의 한에 대한 애도와 상심의 절제
이 작품은 적막한 빈 산에서 슬피 우는 두견새를 매개로 인생무상과 국망의 한을 노래한 평시조다.
고사 속 촉나라의 멸망은 오랜 과거의 일임에도, 피를 토하듯 우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는 시적 화자의 깊은 한을 자극한다.
작가는 두견새의 슬픔에 객관적 유상감과 거리를 두는 듯한 어조를 취하지만, 역설적으로 '남의 애만 끊는다'는
표현을 통해 가슴을 파고드는 극심한 비애를 더욱 강조한다.
덧없는 역사 속에서 솟아나는 깊은 한과 애상감을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형상화한 명작이다.
정충신(1576~1636)
신분 및 출신: 조선 후기의 무신으로, 본관은 광주, 자는 효제(孝梯), 호는 만운(晩雲)이다.
향리(관노) 출신의 비천한 신분이었으나 뛰어난 재능으로 신분을 극복했다.
주요 업적:
임진왜란 당시 어린 나이로 권율 장군 밑에서 행주대첩 등에 참여하였고,
의주로 파천한 선조에게 비밀 편지를 전하는 공을 세워 면천(노비 신분 벗어남)되었다.
무과에 급제한 후 이괄의 난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워 진무공신 1등 및 금남군(錦南君)에 봉해졌다.
정묘호란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장수로 활약하며 국방을 지켰다.
문학적 특징: 무인이면서도 문재(文才)와 시재(詩才)가 뛰어났으며, 천문·지리·병법 등 다방면에 능했다.
그의 시조는 무인의 기개 속에서도 깊은 감성과 애상감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