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볼트·너트까지 관세...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속수무책' / 2/24(월) / 한겨레 신문
다음달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미국 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여기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각종 금속류 부품도 대부분 관세 대상 품목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세전쟁' 관련 정보에는 거리가 있어 대응 여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3일 한국무역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대통령포고 부속서에는 관세 부과 품목에 290개(미 무역대표부 국제상품분류체계 HTS 기준)가 올라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가공해 만드는 완제품과 부품이다. 이 부속서 공고는 지난 10~11일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명령의 후속 조치다.
대상 품목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차량용 에어컨부터 기타 모터(EV용 모터 등)의 부품, 산업 곳곳에 쓰이는 볼트와 너트까지 사정권 안에 든다. 자동차 부품 중에는 기타 범퍼, 범퍼 부품, 압연기, 서스펜션 시스템, 기타 부품, 파워트레인 및 기타 부품 등 5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이들 5개 품목의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3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액의 약 2% 수준이다. 대부분 현대차·기아 협력사가 생산하는 품목이다.
아인스(Ains)의 잉항구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동차 부품 생산은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중견기업이 수주한 것을 하청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때문에 로컬 수출(간접수출)을 하는 상당수 중소 부품업체가 고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완성차가 관세 부담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협력사에 일부 전가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업계 자체가 미국의 관세전쟁에 노출돼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관세전쟁의 후폭풍에 휘말려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불안감만 토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책이 수립되지 않은 영향이 크지만 완성차 업체에 비해 사태 전개를 파악할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겨레에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에 대한 영향과 대응은 협회 차원에서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미 상무부에서 구체적인 관세 부과 대상과 산정 기준을 발표하겠지만 제품별로 철강·알루미늄 비중을 따져 그 가액에 대해 관세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이 관세 산정과 관련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관세전쟁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마케팅이나 시장조사·컨설팅, 통번역, 법률·세무자문 서비스 등에 드는 비용을 일부 보전해주는 '수출 바우처' 제도에 그치고 있다.